Bongta      

잿빛 사문(沙門)의 길

소요유 : 2008.08.08 10:02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

“국토해양부가 만든 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정보 지도에도 교회나 성당과 달리 주요 사찰 정보가 모두 빠진 것으로 드러나 불교계가 다시 분노하고 있다.”

유치원생도 아닌, 명색이 국가기관에서 이런 유치한 짓거리를 할 수 있음인가?
아연 놀라운 노릇이다.
그 짓거리도 짓거리지만, 설혹 그를 기도하려고 하였다한들,
이리 뻔히 드러날 일을, 아무런 방비도 없이 방약무인 일을 저지르고 만,
저 허술함, 뻔뻔함이 나는 더 한심하게 느껴진다.
아니 그런가 말이다.
설혹 저런 일을 도모하려한들, 아니 할 말로,
더 은밀하게, 교묘하게 기술적으로 처리하여야 했지 않았냐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적, 물적 자원을 장악하고도 저 정도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저 한심한 몰골이라니, 정말 딱하다.

기사는 이어 이리  전하고 있다.
“7일 조계사에서 ‘종교 편향 종식과 이명박 정부 참회 촉구 법회’를 연 불교계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조계사에서 ‘헌법 파괴 종교 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 대회’를 대대적으로 열기로 했다.”

중생에 대한 자비를 으뜸 가르침으로 내세운 불교가 아니던가?
정작 “미국 병든 소 문제”에는 뜨듯 미지근하게 대하던 그들,
실인즉 비릿한 제들 탐욕에 다름 아니면서도,
겉으론 우정 꾸며, 인간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미명하에,
가여운 뭇 생명을 조작하여,
생명가치를 훼(毁)하는 황우석에게 뭉텅이 돈을 국가에서 지원하여야 한다고,
거교적(擧敎的)으로 운동을 펴던 저들.

정녕, 천성산 지율의 자규새 울음만 홀로 피빛으로 애닯고뇨.

스님들이 육환장(六環杖)을 지닌 게, 그저 위엄을 뽐내기 위함인가 ?
길나서, 만행(萬行), 포행(布行)을 할 때,
짚신을, 그것도 성긴 짚신을 신는 까닭이 무엇인가?
혹여 벌레가 다칠까 소리로 멀리 경계하고, 발에 밟힐까 저어함이 아닌가?
아, 달빛보다 더 고은 이 섬세한 마음이라니!

그러던 이들이, 저 거대한 악에는 거꾸로 침묵, 박수로 임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저들의 태만과, 어리석음이라니.

지도에 사찰 정보 빠져버렸다고,
분심(憤心) 켜 올려 발끈하고 있는 저 모습을 보자니,
문득 언젠가 어느 사이트에서,
댓글(본문 : ☞ 2008/02/21 - [산] - 야묘소묘(野猫素描))로 썼던 내 글이 생각난다.

물론, 지도를 가지고 유치하게 장난질 친 게 옳다는 것이 아니며,
이를 두고 분개하는 게 그르다는 게 아니다.
제 손톱 밑에 든 가시는 아파도, 남의 아픔엔 무감한 모습이 딱할 뿐이다.
해서 사문의 길에 든 그 초심이 무엇인가?
이리 되묻고자 하는 게다.

*** 이하 발췌 시작

...
그 소망, 이내 저의 간절한 원망(願望)이기도 합니다.
먼저 소식 얻으시면 넌지시 일러 주십시오.

깨달음을 좇아 잿빛 옷을 걸치고 沙門의 길을 걷는 이들이 있습니다.
시퍼런 청춘을 천애절벽에 걸어두고 천강에 어린 달을 훔치려는 도적들.
달이 일천 강에 인(印) 지어 월인천강(月印千江)이 아닌 게지요.
실인즉 저 천하의 도적들을 호리려는 석가의 계교(計巧)일 따름입니다.

그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쫓아가면 그들 뒷자락에서
잿물이 흐릿한 안개 되어 뒷골목을 번져 나갑니다.
관음(觀音)인들 손이 모자라시는가요?
박절한 천수천안(千手千眼)은 아니 계시고
그들의 뒷모습은 늘 저리도록 안타깝습니다.
실은 그들이 아니라 제가 가여운 소치겠지요.

그런데 그들의 옷은 왜 하필 잿빛이란 말입니까 ?
하얗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 회색.

세간을 떠났지만,
번뇌의 끈은 더 질겨
아직도 하얗게 꿈이 살아있음이 아닐는지요.

그들의 옷이 이름이 검어 허울 좋은 치의(緇衣)지만,
정작은 아직도 빛바랜 잿빛인 까닭입니다.
그래 그들의 옷은 늘상 기운 옷 납의(衲衣)일 뿐입니다.

저들이 그러한데,
항차 이 누항(陋巷)을 기웃거리는 형편인 bongta,
감히 깨달음 놀음에 무엇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
선생 말씀대로 그저 아픈 이들과 함께 서러워할 따름이지요.
다만 그날까지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용기와 힘을 주십사
기도할 뿐입니다.

*** 이하 발췌 끝

아서라,
흉하기로 하면, 나보다 더 흉할 테며,
어리석기로 하면, 나보다 더 어리석은 자 누구런가?

나부터,
오늘 바로,
잿빛 옷 추수려,
참회의 만행을 떠나야한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쇠의 배움  (0) 2008.08.14
낮과 밤  (0) 2008.08.11
곽외(郭隗)  (2) 2008.08.10
잿빛 사문(沙門)의 길  (0) 2008.08.08
궁즉통(窮則通)  (0) 2008.08.06
건숙(蹇叔)  (0) 2008.07.31
새벽 신음 소리  (10) 2008.07.29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