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명적(鳴鏑) - 우는 화살

소요유 : 2008. 12. 10. 19:18


모돈(冒頓)은 흉노(匈奴)의 선우(單于,왕)이다.
그는 부왕 두만(頭曼)의 맏아들로서 원래 태자로 봉해졌다.

하지만, 두만은 후궁이 낳은 다른 아들을 총애하여,
이를 대신 태자로 내세우고, 모돈을 태자의 위(位)에서 폐하였다.

게다가 당시 흉노와 대립하고 있는 서쪽의 월씨국(月氏國)에 인질로 보내졌다.
인질이라 함은 양국 간 불가침의 보증이 되는 증표물(證票物)이다.
만약 한쪽이 상대국을 침략하면 인질은 살해되고 만다.
두만 선우는 아들 모돈을 월씨국에 인질로 보내놓고도 월씨국을 기습했다.
이는 인질인 모돈을 죽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처사라 하겠다.

하지만, 모돈은 미리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월씨국 최고의 명마를 훔쳐내어, 흉노 진영으로 도망쳐왔다.
부왕 두만은 아들의 용맹을 가상히 여겨, 마음을 고쳐먹고 1만기의 장군으로 삼았다.
하지만, 태자는 이미 사랑하는 비의 아들에게 주어졌으므로 모돈은 복귀할 수 없었다.

모돈은 완력을 써서라도 선우가 되리라 작심한다.
그는 명적(鳴鏑)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우는 화살이라는 것인데, 이 화살을 쏘면 우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향전(響箭)이라고도 하며, 흔히 개전을 알리는 신호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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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冒頓, ©2008 Baidu)

모돈은 이 화살을 이용해서 부하들을 훈련시켰다.
본래 말 위에서 화살을 쏘는 것(騎射)은 흉노의 장특기(長特技)였다.
그는 이를 살려 새로운 전술을 고안한 것이다.

“내가 명적으로 쏜 것을 너희들은 그대로 따라 쏘아야 한다.
이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베겠다.”

사냥에 나가서 그가 여우를 쏘면, 그 여우에게는 부하들의 화살이 연이어 꽂혔다.
그가 토끼를 쏘면 그의 부하들이 따라 쏘았기에 마치 고슴도치처럼 되어 죽어갔다.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는 자는 가차 없이 베어 죽여 버렸다.

다음에 그는 화살을 자기 말을 향해 쏘았다.
천하의 명마로 그가 아주 아끼는 말이었다.
이 때 부하 몇몇이 이를 꺼려 망설였다.
모돈은 그 자리에서 그들의 목을 베어 버렸다.

이번에는 그는 자기의 애처를 표적으로 해서 화살을 쏘았다.
그의 부하들은 허겁지겁 따라 화살을 그녀에게 날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하가 화살을 쏘지 못했다.
모돈은 볼 것도 없이 달려가 그 두 사람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런 이후, 모돈의 부하 중에서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얼마 후, 그의 부왕인 두만이 군신들을 이끌고 사냥을 하게 되었다.
모돈도 측근을 데리고 수행을 하였다.
사냥 도중에 모돈은 부왕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두만이 헤아릴 수 없는 화살을 맞고 쓰러진 것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이어, 자기의 계모, 이복동생인 태자 등 복종하지 않는 대신들을 차례로 죽였다.
이윽고 모돈은 흉노의 선우가 되었다.

冒頓仇恨父親,決心奪權。他發明一種鏃矢,射出時發出響聲,稱爲 “鳴鏑”。他向士卒發令:凡是鳴鏑射擊的目標,士卒必須跟着射,不射者斬!冒頓以鳴鏑射自己的善馬,有不發箭者,斬;以鳴鏑射愛妾,猶豫未射者,斬;以鳴鏑射頭曼的善馬,將士皆隨鳴鏑發箭。于是,冒頓知道士卒可用了。公元前209年,冒頓隨頭曼狩獵,趁機以鳴鏑射頭曼單于,士卒都隨射,頭曼死。接着,冒頓將他的後母、弟弟及不服從他的大臣都殺掉,自己做了單于。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모돈은
당시 유방(劉邦)이 세운 신생 한(漢)나라의 골치를 어지간히 썩여,
한으로부터 조공을 받기까지 하였다.

***

나는 작금의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문득 이리 생각해보며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연 놀랍지 않은가?
근현대사 역사교과서는 하루아침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될 처지이고,
4·19혁명은 하루아침에 데모로 격하되고 말았다.

돈 있는 사람을 위해 감세,
없는 이들을 위한 복지 예산은 삭감.
토건회사에게는 아낌없는 배려,
삐라 살포 단체 지원 …….

진작엔, 국토해양부, 교과부에서 주도한 지도에서는 사찰이 없어지지 않았던가?
종교유무, 피아(彼我)를 떠나서 도대체 체통이 없는 짓거리가 아닌가 말이다.
명색이 국정을 책임진 자들이 이 지경이라니.
게다가,
병든 미국 쇠고기 수입,
대운하 재개 준동 …….

장(長)이 활 한번 쏘자, 부하들은 덩달아 무작정 쏴댄다.

"쏘지 않는 자는 죽이리라!"
불사자참(不射者斬)!

저들은 혹여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두려워하고 있음일까?
다투어 시위를 팽팽히 당겨 활쏘기에 여념들이 없다.

애마에도 쏘고,
애첩에도 쏘고,
아비에게도 쏘고 …….
모돈의 가르침이 찰찰진진 이 땅에 넘실되고 있음이다.

끝내 역사까지 허물고 말 태세다.
저들은 제 정신이 아닌 게라.
일찍이 사마천은 진실을, 역사를 위해 궁형(宮刑)을 받았다.

그 뿐이랴,
잠깐, 돌아보자.
동호지필(董狐之筆 or 董狐直筆)은 무엇인가?

진(晉)나라 영공(靈公)은 황음무도(荒淫無道)했다.
조돈이 누차 간언하였으나 도리어 조돈을 죽이려고 했다.
조돈은 요행이 도망을 갔다.
도망 길에 그의 조카인 조천(趙穿)을 만나,
그의 제안대로 일단 국경지방에 머물며 정세를 살펴보기로 한다.
서로 헤어진 조천은 궁으로 가서 영공을 죽여 버리고 만다.
조돈은 이에 다시 도성으로 돌아왔다.

이 때, 사관(史官)인 동호(董狐)는 조돈시기군(趙盾弑其君)이란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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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京劇《趙氏孤兒》中的趙盾扮相)

“조돈이 그 군주를 시해했다.”라는 말이니,
조돈은 자연 심중이 언짢았다.
조돈은 변명해 말하길,

“영공을 죽인 것은 조천이지 내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장면은 마침 왕도(王導)의 말을 상기하게 한다.)

“我不殺伯仁,伯仁由我而死” (아불살백인, 백인유아이사)
“내가 비록 백인을 죽이지 않았지만, 백인은 나로 인해 죽었다.”
(※ 참고 글 : ☞ 2008/12/07 - [소요유] - 봉타(棒打) 하나.)

그러자 동호가 말하여 가로대,

“당신은 진나라의 정경(正卿)이다.
비록 도망하였다 하되 국경 밖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돌아와 조천을 죽이지 않았다.
한즉 당신이 군주를 모살한 것과 다름이 없다.
어찌 억울함이 있으리오?”

어찌 관용과 엄벌이 겸하여 베풀어질 수 있음인가?
군주 시해 기록은 단 한자도 고쳐지지 않았다.

董狐當史官,是在晋靈公(公元前621-607年在位)時期。那晋靈公荒淫無道,寵幸奸佞,虐殺近侍百姓,可謂作惡多端。正卿(相國)趙盾屢次勸諫,反而引得昏君動了殺機,竟欲下毒手。趙盾僥幸躲過後倉皇出逃,還未逃出國境,他弟弟趙穿便引兵殺掉了靈公,迎接趙盾回都城。這時史官董狐拿出竹簡刀筆,在史書上毫不猶豫寫下了“趙盾弑其君”的記錄。趙盾心中自然不爽,辯解道:“殺靈公的是趙穿,不是我。”董狐回答:“你身爲晋國正卿,逃亡未出國境,回國後又不處死趙穿,説你主謀弑君,有何冤枉呢?”管你趙宣子如何軟硬兼施,這弑君的記錄一字不改。

공자(孔子)는 이 일을 춘추에 남겨 평하되, 이리 했음이다.

“동호는 훌륭한 사관이니, 기록하는 법을 지켜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조돈은 훌륭한 대부니, 법을 위해 오명을 받다.
애석타.
국경을 넘었으면 역적의 오명을 면하였을 텐데.”

孔子對此事的評價是:“董狐,古之良史也,書法不隱。宣子,良大夫也,爲法受惡。惜也,出疆乃免。”顯然,儒家先聖是支持董狐的,幷且爲良臣趙盾感到惋惜,認爲他只要在亡命途中跑得快些,逃出國境,那麽這“弑君”的惡名就不會安插到頭上了。

공자가 조돈을 훌륭한 대부로 평한 까닭은
후에 국정을 엄격히 잘 수행했기 때문이다.
비록 조돈은 역사에 오명을 남겼지만,
국가를 위해 갈심진력하여,
공자로부터 좋은 평을 들었으니
한 가닥 건진 건더기가 남겨졌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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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세의 史官 모습)

동호는 직필로 역사를 구하고,
조돈은 대의를 펴서 나라를 구했다.
무릇 위정자의 삼가고 나아가는 바가,
이들의 가르침에 터해야 할 것이거늘,
현 정권은 어찌 그리 무도(無道)한가?
참으로 해괴한 세태라 하겠다.

게다가 말이다.
위록위마(謂鹿爲馬) 이야기는 또 얼마나 슬픈가?

환관인 조고(趙高)는 이사(李斯)와 짜고 진시황의 장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다루기 만만한 호해(胡亥)를 후계자로 만든 뒤 국정을 전단했다.

그는 난을 일으키고자 했다.
혹 군신들이 듣지 않을까 염려되어 먼저 시험하기로 했다.
황제 앞에서 사슴을 가리키며 이리 억지 말을 한다.

“이것은 말입니다.”

호해가 웃으면서 말한다.

“승상이 잘못 본 것이오. 사슴을 일러 말이라 이르오?”

호해가 이리 말을 마치고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며 묻자,
조고에 아첨하여 말이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혹자는 사슴이라고 하는 자도 있었다.
사슴이라고 말한 자들은 암암리에 법에 의해 처단 당했다.
그 후 조고를 모두 두려워했다.

趙高欲爲亂,恐群臣不聽,乃先設驗,持鹿獻于二世,曰:“馬也。”二世笑曰:“丞相誤邪?謂鹿爲馬。”問左右。左右或言馬,以阿順趙高。或言鹿者,高因隂中諸言鹿者以法。後髃臣皆畏高。

사기에는 이처럼 위록위마(謂鹿爲馬)로 적혀 있지만,
때로는 위록지마(爲鹿指馬) 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로 불리우는 고사가 이러하다.

하기사,
목숨을 부지하려면 사슴이 말이 되어야 한다.

역사를 능욕하고 마는 사람들은,
딱한 것이 아니고 실로 불쌍한 영혼들이 아닐까?

명적(鳴鏑)에 이끌려,
나 또한 이리 시위를 팽팽히 당겨,
무릇 그릇된 무뢰배(無賴輩)들을 향해 살(矢)을 날리노라.
그런데 본디 시(矢)는 ‘화살’ 외에도 ‘똥’이란 뜻도 갖고 있음을 저들은 알까?

그러하니 화살을 날린다 함은
말 그대로 '살'로 들어먹어도 괜찮다마는

“똥이나 처먹으라지”

저들이, 이리 고쳐 새겨들어도 내 굳이 나무랄 까닭이 뭣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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