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과연 끝은 예비되어야 하나?

소요유 : 2009. 3. 27. 19:56


과연 마지막은 예비되어야 하나?
아니 예비될 수 있는가?

고물할아버지 강아지에게 틈나는 대로 먹이를 주시는 아주머니,
내게 물으신다.
(※ 참고 글 : ☞ 2008/11/02 - [소요유] - 강아지집)

“언제 끝나요?”

언덕 위 산기슭에 위치한,
남의 집 강아지 보살피는 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실인즉 노역이라면 노역이다.
이게 언제쯤 끝날 것인가 하고 또 물으시는 것이다.

난들 흥이 나서 하는 것이겠는가?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배를 곯으면 고통이 얼마나 될까?
이를 생각하면 어떤 때는 힘들어도 집을 나서 게 된다.

나는 말한다.

“끝을 예비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을 예비하면 꾀를 내게 됩니다.”

어찌 이 일뿐이겠는가?
사는 게 모두 죄다 그러하지 않겠는가?
안일에 기대면 이내 곧,
교지(狡智)같은 게 필경은 마음밭에 살핏 지피어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개신교 신자인 그 분께,
순간 개신교도도 아닌 나는 뒷말을 덧붙인다.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는 예수께서 앞을 예비하셨겠습니까?
그저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오르셨을 것입니다.”

끝을 예비할 수 있음인가?

내가 뱉어낸 말 앞에,
나는 오늘 저녁 내내 서 있다.

창문을 연다.
산빛은 벌써 암취색(暗翠色)으로 젖어 있다.
저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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