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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생명 : 2008.02.13 17:42


※ 본 글은 후에 주석이 가하여졌습니다.
    주석이 달린 글은,  
    ☞ 2009/07/13 - [소요유] - 개망초(自註)
    이곳이오니 이리로 건너 넘어 가시기 바랍니다.

제 집 앞뒤로 산이 있습니다.
저는 큰 산을 앞 산이라 하고, 작은 산을 뒷 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집을 중심으로 그 앞에 있는 것을 앞 산, 뒤에 있는 것을 뒷 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 어긋나므로,
제 말 역시 부르는 당시의 기분에 따라 앞 산이 뒷 산이 되고
뒷 산이 앞 산이 되는 둥 마구 섞입니다. 

뭐 그게 대수겠습니까 ?
나이조차 잊고 사는 처지에 앞 산이든 뒷 산이든 튀어 나오는대로 말 할 뿐입니다.
작은 산, 이를 그냥 오늘은 뒷 산으로 부르겠습니다.
그 산자락 사이에 접힌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 길에 드는 입구에 피어난 개망초가 지면 제 사연 하마 따라 질까,
가만히 글자락을 펴봅니다. 

산에 버려진 개들과 인연을 지었었습니다.
3년래 3마리 그들을 차례로 잃었습니다.
얼마전 6월초 마지막 한 마리 그 역시 떠나갔습니다. 

지난 겨울 모진 바람을 이겨낸 그이기에 이번 여름만큼은 무사히 넘기겠지 하였는데,
그는 뭣이 바쁜지 사라졌습니다.

지난 겨울 수차 집에 들여 언 몸 녹여 재워보내곤 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 거실을 한강으로 만들어놓았지만,
허허 웃으며, 얼음 지치듯 걸레 스케이트질을 씽씽, 낑낑 해대었습니다.
매일 산을 오르며 먹이를 주어왔습니다.
술이 떡이 되어도, 산을 오르며 자빠지고, 넘어져도 거르지 않고 먹이를 주어왔습니다. 

겨우내 간벌로 버려진 잣나무 가지를 주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집도 지어주었었습니다.
올 봄엔 재료를 낑낑거리며 산에 져 날라,
정식으로 의젓한 개집도 보름 걸려 지어 주었습니다.
이젠 아무 걱정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주변에 흔히 보듯 하루 종일 짧은 줄에 묶여 있는 개들 보다는
그래도 그가 행복할꺼라는 자위도 해보았습니다.
길 가며, 눈 맞추던 이웃집 커다란 백구, 그리고 그의 아이들이 사라져 버린 날,
이웃 아주머니는 그들이 오토바이 닭장 철망에 갇혀 길을 떠났다고 일러줍니다.  

그 백구와 둘 만이 마주할 때,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차직, 낌새가 이상하면 산으로 냅다 튀어 달아나거라,
그러면 뒷 일은 내가 챙겨줄 터이니, 니 새끼까지 함께 산으로 토까라...
이 얼마나 허망한 타이름인가 ?
이 무력한 위선 앞에 나는 내게 분노한다. 

### 

도도처처(到到處處) 지옥이다.
인간세(人間世)는 동물의 지옥이다. 

孤獨地獄 在山間曠野樹下空中等 ... 삶은 섬이다.
홀로 갇힌 지옥. 그래 또한 고독은 철저히 혼자다. 

저들은 절대고독(絶對孤獨)을 안다.
어떤 놈이 감히 명상을, 도를 팔겠다고 수작을 부린단 말인가 ?
(* 당시 어떤 이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광고를 하고 나대었었습니다.
이하에서, 저는 이자를 도를 파는 이, 즉 道販僧이라 지칭하고 있습니다.)
산에 버려진 강아지들은 절대고독을 365*24*60 온 몸으로 체현하고 있음이다. 

무애가를 부르며 저자거리를 누빈 원효가 언제 명상을, 도를 팔았던가 ?
자루 없는 도끼 빌리자 이내 설총을 까흘려내었음이니,
여늬 필부필녀와 다름이 없었음이라. 

원효는 호리병에 곡차 넣고 그저 세상을 휘져으며 내달았을 뿐이다.
道販僧은 호리병박에 금박칠하고,
패션너블한 판수쿨라(분소의,糞掃衣) 줄 다려 입고,
세상을 호리고 있음이다. 

원래 판수쿨라는 불에 타고, 쥐가 쏠고, 계집 월경한 천 등으로 만든다.
온갖 더럽고 천한 것으로 기워 만든 옷.
이리 시체 싸맨 옷 속에서 집착을 여의고 말겠다라는 곡진한 영혼의 선언명령인 게다. 

絶對란 무엇인가 ?
對를 끊어 절벽으로 가르고 있다란 말이다.
所對를 여윈 能對.
相對를 떠난 순수 주관의 자리,
너를 버리고 나를 가는 것.
만약 영원(永遠)이 있다면, 만약 신이 있다면, 이 때라서야 비로서 영원을, 신을 만난다. 

나는 이를 절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고독은 절대고독(絶對孤獨)일 수밖에 없다.  

### 

산에 올라 그의 이름을 부르면,
환한 모습으로 제게 달려나옵니다.
마치 요술쟁이처럼 숲속에 있다가 펑 하고 튀어나옵니다.
세상에 그 누가 있어,
나를 이리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웃음을 던져 주는 이가 있겠습니까 ?
그가 나를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가 내겐 지고지순 기쁨의 원천이었습니다. 

올 봄 개나리가 그리 아름답다는 것도 그가 저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절.대.고.독이 무엇인지도 그가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떠날 때는 말없이 사라져야 한다는 가르침도 그한테 배웠습니다. 

그가 다른 개들에게 물려 다리를 절뚝거릴 땐,
제 마음도 덩달아 절룩거렸습니다.
피로 불어터져 팥방울 만해진 진드기가 몸에 붙어 있으면,
같이 놀라며 함께 아파했습니다.
온 몸에 풀씨가 묻어 있는 날,
빗질하며 바람을 그와,
나의 마음 밭으로 초대하였습니다. 

비오는 산을 보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
이내 산으로 올라가 그를 불러내어 함께 울었습니다.
눈 오고 바람 부는 날엔 보듬어 안고 내려오며 모진 겨울을 함께 아파했습니다. 

그는 지금 떠나고 없습니다.
열이틀 지난 오늘도 그의 한없이 선량한 눈이 마음 속에서 서성거립니다.
그는 어디에 간 것일까요 ?  

박상륭은 '죽음의 한 연구'에서 이리 말했지요.
나거든 죽지 말고, 죽거든 태어나지 마라. 

둘이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눈을 마주치면 둘은 영원 속의 친구가 됩니다.
그에게 나지막히 타일렀습니다.
다음 세상에 절대 다시 태어나지 말거라.
행여, 사람이라한들 다시는 태어나지 말거라.
나를 믿느냐 ?
꼭 내 말대로 해야 된다. 

이젠, 하릴 없이 그가 있던 곳으로 오릅니다.
그 허공중에 뜬 발끝 따라 개망초들이 가슴께까지 자라 환히 맞습니다.
꽃들을 하나하나 가만히 쓰다듬습니다.
그리고 그 강아지 이름을 불러봅니다.
순간 망초는 눈물속에서 꼬리치며 웃고 있습니다. 

나는 허공을 향해 강아지 이름을 외칩니다.
산산히 부셔져 버린 그 이름.
저 역시 마음이 허물어지고 맙니다.
개망초는 내겐 물망초(勿忘草 forget-me-not).
개망초 피는 初夏,
강아지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그는 그리 개망초 피우고 떠나갔습니다. 

못내 살피지 못한 죄가 깊어 참회진언을 읊조려봅니다.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야반삼경 막걸리 꿰차고 산에 올랐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시방삼세제불 부처 명호를 아는대로
모두 불러내 외며 그를 보내었습니다.
어린아이들 딱지 벌려놓듯이, 아는대로,
모든 부처의 이름들을 전부 호곡(號哭)하듯 불러내,
허공중에 지전(紙錢) 사르듯 피어올렸습니다. 

못내 아쉬어 아미타불 명호를 거푸 불러대니,
꺼억꺼억 젖어버린 밤 물소리를 따라 흘러갑니다. 

願往生 西方極樂淨土
願往生 西方極樂淨土
願往生 西方極樂淨土 

南無阿彌陀佛
南無阿彌陀佛
南無阿彌陀佛 

### 

떠난 길은 이미 길이 아니다.
바르도(bardo)의 길은 그의 길일 뿐,
나도, 그도 나뉘어 길을 걷는다.
지구 위에 수천만억 길이 있다.
기러기 가족은 허공중에 애써 없던 길을 내단다.
살아 있는 자는 모두 길을 걷는다. 

날개죽지 부러져 논두렁에 버려진 새는 허공중에 새길 길조차 없다.
하지만, 그도 죽자마자 길을 낸다.
바르도의 길은 오색이라지만, 남아 있는 자에겐 까만 멍.
먹물보다 더 진한 어둠속에서 나는 그리움을 긷는다.
그리움 絃 울려 그와 나는 함께 떤다.

(* 이글은 지난 2007.06 강아지와 인연을 마지막으로 다하며, 적은 글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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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0.03.06 16:57 PERM. MOD/DEL REPLY

    구구절절이 감동이 와닿는 글입니다.
    선생님이나 저나 세상사람들 눈에는 기괴한 사람으로 비쳐질 겁니다.
    "사람을 사랑하지 하필 개를 사랑하냐?"라는 조롱도 들려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개(자연)를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별종입니다.
    아마 지옥이란게 있다면 사람들로 만원을 이룰 겁니다.

    ********

    [동화]

    해피바이러스

    - 은유시인 -



    2037년4월13일 오전10시를 기해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3개국이 연합하여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EU국가들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삼성국이라 일컬어질 만큼 글로벌재벌인 삼성그룹의 막강한 영향 하에 놓여있었고, 또한 삼성그룹의 실세인 이재용 대통령이 영구통치를 선언하고 독재체재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국제적위상은 미국 다음인 제2위로 일본이나 중국보다 우위였다.
    이보다 앞서 세계는 새로운 경제구역으로 재편되었다. 미국과 캐나다가 연대하여 북아메리칸경제구역을, 30여개 유럽국가들이 연대하여 EU경제구역을, 한국과 중국, 일본이 연대하여 신아세안경제구역을 형성했다. 그 외에도 몇몇 국가들이 연대하여 나름의 경제구역을 형성했으나, 그 역할이나 영향력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었다.

    전쟁의 발단은 태평양과 대서양 해상 요소요소에 건설된 대규모 담수저장탱크의 소유권분쟁에 있었다.
    서기2015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는 생활용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로 인해 자연에 의한 수질정화기능은 그 한계를 드러냈고,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은 음용수로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정수 처리하는데 있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더군다나 강수량도 해마다 줄어들었다.
    따라서 각국은 절대 부족한 식용수를 확보하기위해 다투어가며 바다 한가운데에 대규모 정수처리시설과 담수저장탱크를 건설했다.
    바닷물 속에 함유된 염분과 무기질을 분해해 생활담수로 처리하여 담수저장탱크에 저장하고, 그렇게 저장된 용수는 수중의 거미줄같이 이어진 파이프라인을 통해 각국의 도시들로 배송하는 것이다.
    한국의 삼성은 싱가포르의 기업 일랄라와 동일한 조건으로 공동투자하여 태평양과 대서양 해상에 56기에 이르는 500억 배럴의 담수저장탱크를 건설하여 운영해왔다. 그런데 2036년7월7일 일랄라의 대주주 다니엘헤니가 변심하고 일랄라의 주식 전체를 미국기업 닷센에 팔아넘긴 것이다. 따라서 28기가 미국 측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 또한 더욱 심각한 물부족현상을 겪게 된 것이다.
    삼성은 신무기체계의 잇단 개발로 전 세계 무기시장의 70% 이상을 공급해온데다, 초강경파로 핵폭탄이란 별명을 지닌 이재용 대통령이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의 짱아오윈 주석과 나카무라 유우이치 수상과의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전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런 파렴치한 짓을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이 기회에 전 세계 경제권을 우리가 아예 차지해버립시다.”
    내심 불만을 지녔던 중국과 일본도 전쟁에 동참하기로 선언했다.

    이미 그 이전인 2018년7월4일, 2026년9월2일, 2034년2월1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전 세계에 전운이 감돈 적도 있었으나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간신히 충돌을 모면하곤 했었다.
    한때는 종족 간에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또 한때는 종교들 간의 분쟁 때문에, 또 한때는 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인류는 전쟁을 쉬지 않고 벌여왔었다. 그러나 근래의 전쟁위기는 대개 한정된 자원에 의한 것으로 그중 물에 대한 비중이 가장 컸다.
    전쟁이 가열되면서 러시아연방과 인도, 태국 등이 한국 측에 붙었고, 호주와 남아공 등이 미국 측에 붙었다. 전쟁은 불과 두 달여 만인 6월16일에 승자도 패자도 가름하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핵무기는 2017년3월1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핵무기폐기조약에 9개 핵무기보유국 국가원수들이 전원 합의함으로써 그 즉시 폐기되었기에 핵폭발은 없었다. 그러나 더 가공할 무기들의 등장으로 지구는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60억의 인류 가운데 겨우 5억의 인류들만 살아남았다. 모든 시설물과 가옥들은 파괴되었고, 자연도 그 모습을 모두 잃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대부분 생명체들 또한 자취를 감추었다.
    살아남은 인간들 또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주거지의 슬럼화와 마구 버려진 오물들로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음용수나 식량도 고갈되었다. 따라서 더욱 잔혹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은 인간을 증오하여 테러와 약탈, 살인을 일삼았다. 오직 힘이 센 인간들만 거리를 활보할 뿐, 힘없는 약자들은 숨어 지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2억 광년 떨어진 머나먼 행성 크렐리티에서 3천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외계인 사절단이 지구를 찾아왔다. 그들은 과거와는 달리 처참하게 파괴된 지구의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전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지구가 어떻게 이렇듯 참혹하게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가 한발 늦었나 봅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가 있었을 텐데…….”
    “지금도 늦진 않았을 테니, 어서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릴 적임자를 찾아보세.”
    그들은 적임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사람들마다 광포하거나 미쳐 날뛰기를 마치 지옥의 악귀나 다를 바 없었다.
    “저런 인간들한텐 접근도 어렵거니와 해피바이러스가 먹히지 않을 텐데요.”
    “그럼 어쩐다?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했나?”
    “지구는 포기하고 우리 행성으로 되돌아갑시다.”
    그들이 되돌아가려할 즈음, 아주 미미한 신호가 감지되었다. 살려달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들은 신호가 방출되는 곳을 향하여 날아갔다. 폐허가 된 공장의 지하에서 숨어 지내던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고, 그 중에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두 손을 모우고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들을 보고는 너무 놀라 숨소리마저 죽였다. 그들의 모습은 인간이 상상해왔던 외계인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나뭇등걸같이 밋밋한 원통형에 끝부분이 가느다랗게 좁아지면서 우산 손잡이처럼 둥글게 말려있었다. 어른 키만 한 이도 있었고, 어른의 세 배 크기가 되는 이도 있었다. 생긴 모습만으로는 동물이라기보다 식물에 가까웠다.
    그들은 몸을 수축하거나 팽창하기도 했고, 활처럼 휘거나 달팽이처럼 돌돌 말기도 했다.
    “우리는 머나먼 행성 크렐리티에서 온 종족이라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텔레파시를 통해 유일하게 소녀만이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외계인들이 그저 흔들거리는 나무토막이나 다를 바 없어보였다. 소녀는 외계인이 전하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이 분들은 2억 광년 떨어진 머나먼 행성 크렐리티에서 우리에게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할 목적으로 지구를 찾아왔다고 하네요.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쟁도 없고, 배고픔이나 고통도 없이 마냥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면서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외계인들을 빈정대기 시작했다.
    “그게 어찌 가능한 일이냐?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집도 필요하고 옷도 필요하고, 또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과 물도 필요할 텐데, 그깟 바이러스로 뭘 어찌하겠다는 얘기냐?”
    “그나저나 이 외계인들은 뭘 타고 왔기에 2억 광년 거리에서 단숨에 달려올 수가 있었지? 나뭇등걸같이 생긴걸 보아하니, 과학문명도 그리 발전했을 리 없을 텐데…….”
    “이 외계인들은 몸체가 수억만 가닥의 신경근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자체가 곧 두뇌라 하네요. 그리고 외피 자체가 의복이고 집이며 운송수단이래요. 그래서 집도 필요 없고 옷도 필요 없고 우주선도 필요 없으니, 물질적인 욕심이라곤 전혀 없대요. 그리고 해피바이러스만 먹고 사는데, 몸속에서 완전 흡수 분해되기 때문에 배설물도 없데요.”
    “편리해서 좋겠구만……. 근데, 우주선도 없이 그 몸으로 어떻게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나?”
    “몸이 움츠러들 때 에너지가 방출하고, 그 에너지로 날아다닌 데요. 그리고 먼 우주를 유영하고자할 때엔 몸이 좁쌀보다도 더 작게 응축되어 거기서 방출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 빛의 속도로 날아갈 수가 있데요.”
    “먹는 즐거움이라든가 갖는 즐거움을 모른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이들은 먹는 즐거움도 못 느끼고, 뭘 갖겠다는 생각도 없데요. 그렇지만 늘 행복하데요.”
    “이해가 되질 않아. 그렇다면 종일 우두커니 서서 뭘 하는데?”
    “이들은 우두커니 서서 가만있는 게 아니랍니다. 어느 행성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 우주를 꿰뚫어 보고 있데요.”
    “그렇다면……, 이들이 혹 하나님 아닌가?”
    “이들에겐 하나님처럼 우주를 창조할만한 그런 권능은 없데요. 그리고 인간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하나님이란 존재도 없데요.”
    “그럼, 우주나 지구는 누가 만들었는데?”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주나 지구 같은 행성은 해피바이러스가 만들었데요. 해피바이러스는 우주를 이룬 근간이라네요.”
    “해피바이러스가 우주를 이루고 있다면, 당연히 지구에도 해피바이러스란 게 있을 거 아냐?”
    “근데, 지구에는 해피바이러스가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없더래요.”

    해피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대단히 강했다. 그로인해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인류 대부분이 감염되어 저마다 행복을 느꼈다. 욕심이 없어진 반면에 남을 도와주려는 생각뿐이니, 자연히 범죄도 사라지고 인류는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 했다.
    그런데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일부 인간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감염자를 상대로 갈취를 하고 괴롭히거나 죽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감염자는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용서했고, 행복한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아니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인간이 있다니……. 이를 어쩐다?”
    “수많은 행성들을 치유해왔음에도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외계인들로서도 전혀 뜻밖이었다. 그렇지만 더 무서운 것은 비감염자들이 외계인들을 수은으로써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비감염자들은 외계인사냥에 나섰고, 마침내 그들은 죽음을 피해 지구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아! 역시 인간들은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존재인가보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내뱉은 탄식이었다.



    (200자 원고지 26매 분량)

    2010/02/23/23:42

    bongta 2010.03.07 02:16 신고 PERM MOD/DEL

    “아니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인간이 있다니……. 이를 어쩐다?”

    아, 해피바이러스에 면역이 된 인간이라,
    지구상에 인간이란 종자를 거둬내면,
    아마도 이 우주의 수레바퀴는 몇 천배는 더 오래 굴러 갈 것입니다.
    성주괴공(成住壞空) 우주의 grand cycle 중,
    인간은 壞의 주역일 것입니다.
    지금 같아서는 마침내 우주는 인간에 의해 괴멸될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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