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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의(四威儀)

소요유 : 2009. 6. 29. 22:49


4위의(四威儀)

불교의 가르침 중에 소위 삼천위의(三千威儀), 팔만세행(八萬細行)이라는 말이 있다.
삼천, 팔만 등으로 이르는 바, 우리 같은 범인으로서는 과시 대하기조차 벅차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이는 모두 행주좌와(行住坐臥) 4가지에서 다 나온다.

“立如松,坐如鍾,臥如弓,行如風。”

“서 있을 때는 소나무처럼.
앉을 때는 흡사 종인 듯.
누워 있을 때는 마치 활같이,
움직일 때는 바람인 양.”

위(威)란 역시나 덕이 드러난 것일지니,
이는 계율을 잘 지킴, 이로 말미암아 절로 생긴다.
의(儀)란 바른 행실의 거죽으로 드러난 의표(儀表)이니,
행동거지가 마땅함을 얻을 때 절로 표출된다.

오늘 글을 읽는데,
呂純陽相賦 가운데,

“行似龍騰,此有超群膽志。
坐如虎踞,其人出衆英雄。“

“움직일 때 마치 용이 오르듯 하면, 무리를 넘어 큰 용기와 의지를 가진 자이며,
앉아 있는 것이 호랑이가 웅크린 듯하면, 출중한 영웅이라.”

이런 구절을 마주쳤다.
그러자 몇 가지 생각의 파편들이 날아든다.

“立如松,坐如鍾,臥如弓,行如風。”

어찌 이리도 정갈한 말씀인가 말이다.

소나무, 종, 활, 바람

마치도 내가 숲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천년 묵좌(黙坐)에 든 듯,
소슬하니 바람 한 점이 내 의식을 스치고 지나신다.

그러자 뒤미처 대나무 곁을 스쳐 지난,
일점 바람이 또 하나 귓불을 어루만진다.

영화 '카게 무샤'에 등장하는
풍림화산(風林火山) 즉,

“其疾如風、其徐如林、侵掠如火、不動如山”

“달리는 것은 바람처럼
서서히 움직일 때는 숲과 같이,
공격은 불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이.”

이런 구절이 들린다.

다케다 신켄(武田信玄)의 군략 슬로건으로 유명한 풍림화산은
영화 속에서 군사들이 전쟁터를 누빌 때 깃발에 이를 새겨 다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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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말은 원래 손자병법(軍爭篇)이 출전이다.

“故兵以詐立,以利動,以分和爲變者也.
故其疾如風,其徐如林,侵掠如火,不動如山,難知如陰,動如雷震.”

“고로 전쟁은 속임수로써 성립하고, 이익으로써 움직이며,
나누고 합함으로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동은 그 질속(疾速)이 바람과 같고,
그 고요함이 숲과 같고,
쳐들어감이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음이 산과 같고,
알기 어려움이 어둠과 같고,
움직이는 것이 천둥, 벼락과 같다.”

그러자니,

“立如松,坐如鍾,臥如弓,行如風。”
“其疾如風,其徐如林,侵掠如火,不動如山,難知如陰,動如雷震.”

그야말로,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가 우르르 다 쏟아져 나온 양 싶다.
하지만, 이 양자가 묘하게 대비가 된다.

전자는 짐짓 표상이 날카로워 두려운 듯, 사위의(四威儀)라 이를지언정,
그 위엄의 의표가 덕(德)으로써 대중을 감화시킴이라,
필경은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으로 나아가고 만다.

하지만 후자는 풍(風)이라 이름함에도 질풍(疾風)이 뇌진(雷震)이 되고,
고고한 소나무 한그루를 넘어 잔뜩 예기를 사려 품은 수풀(林)이 되고,
힘을 비축(備蓄)한 산(山)이 되고 있음이다.

하니, 이 얼마나 일을 꾀함에 역동적이며,
사무치게 철저한 긴장이 저르르 흐르고 있음인가 말이다.

한(漢)나라 이후 유학(儒學)이 시절인연 따라 천하의 대세를 장악하였지만,
실인즉 병가(兵家)이든, 불학(佛學)이어든, 내지는 법가(法家)이어든 …….
소위 제자백가(諸子百家)에 어찌 우열이 있을 손가?

4위의(四威儀)이든 군쟁편(軍爭篇)이든,
모두 다 제 서 있는 자리에서,
제 목청껏 호풍환우(呼風喚雨) 바람을 부르고 비를 청하였던,
역사의 증인들이 남긴 간절한 비문(碑文)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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