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불균수지약(不龜手之藥)

소요유 : 2009. 8. 24. 13:00


들은 얘기 한 토막이다.

어떤 이가 솜씨가 좋아 쿠키를 만들어,
종종 주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내다 팔았다.
늘 그러하듯이 커뮤니티엔 별별 사람들이 다 모인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사단이 벌어진다.

쿠키 아주머니가 입소문이 나자,
직접 찾아오는 이까지 생겼다.
하루는 어떤 이가 찾아와서는 좋은 일(봉사단체)에 쓰려고 하니 레시피를 달라고 하였다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 나는 바로 의심이 든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남의 레시피를 거저 달라고 할 수 있음인가?
한 사람의 손을 거치고, 여러 사람의 혀를 만족시켜,
마침내 최종적으로 셋팅이 된 것은 아무리 간단한 레시피일지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것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불쑥 거저 달라고 할 염치가 있겠는가?
거기엔 수년간의 시간과 열정이 녹아 있음이라,
knowhow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저 몰염치를 대하자니,
절로 탄식이 인다.

이 사연을 처에게 듣자,
누군가 흘리고 간 실오라기를 밟아 쫓아가듯,
나는 시나브로 다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안으로 더듬어 들어가본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혜자(惠子)가 장자(莊子)에게 일러 말한다,

“위왕(魏王)이 내게 큰 박 씨를 주어서 내가 그것을 심었더니,
닷 섬을 담을 만큼 커다란 박이 열렸다.
거기에 물을 담으려 했으나, 너무 단단하여 무거워 들을 수가 없었다.
갈라 타서 바가지를 만들려고 하였더니 납작 붙어서 소용이 없었소.
아닌 게 아니라 크기만 컸지 아무 짝에도 소용이 닿지 않으니 부셔버리고 말았소이다.”

장자가 대답하여 말한다.

“그대는 큰 것을 쓸 줄 몰랐노라.
송나라에 손이 터지는 데 용한 약을 가진 이가 있었는데,
그는 대대로 비단을 세탁하는 일을 했다오.
  (※ 不龜手之藥 :
       여기서 龜는 龜裂과 통한다.
       즉 거북 등처럼 갈라져 튼 모습을 의미하는 즉,
       이 귀절은 곧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뜻한다.)
어떤 나그네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 약방문(prescription, recipe)을 백금을 주고 사기를 청했소.
그러자 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의논을 하였소.

‘우리는 대대로 세탁일을 해왔지만 불과 약간의 돈만을 벌었을 뿐이다.
이제 약 만드는 기술을 팔면 일조에 백금을 받을 수 있다.
그 사람에게 그것을 팔아버리자.’

나그네는 그것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는 오왕(吳王)에게 그 효용을 설했다.
  (※ 以說吳王 :
       說 : 그저 단순히 말한 것이 아니라,
             꾀어 설득을 하였다는 뜻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프리젠테이션하며 열심히 약과 더불어 자신을 팔았다고 보면 된다.)
월나라에 난이 일자,
오왕은 겨울에 장수를 보내어 월나라와 수전(水戰)을 벌였다.
월나라는 대패를 하고 말았다.
그러자 오왕은 그 공로로 그에게 땅을 떼서 주고 다스리게 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것은 한 가지이나,
혹은 봉지(封地)를 받고,
혹은 기껏 세탁일을 하는데 그쳤다.
즉 이는 소용되는 바가 달랐던 것임이라.
지금 그대는 다섯 섬들이 박이 있는데,
어째서 큰 배를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을 하지 않고,
납작해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걱정하는가?
그대는 소견머리가 답답하니 그저 걱정만 많은 사람이고뇨.”

逍遙遊: 惠子謂莊子曰:“魏王貽我大瓠之種,我樹之成而實五石,以盛水漿,其堅不能自舉也。剖之以為瓢,則瓠落無所容。非不呺然大也,吾為其無用而掊之。”莊子曰:“夫子固拙於用大矣。宋人有善為不龜手之藥者,世世以洴澼絖為事。客聞之,請買其方百金。聚族而謀曰:‘我世世為洴澼絖,不過數金;今一朝而鬻技百金,請與之。’客得之,以說吳王。越有難,吳王使之將。冬,與越人水戰,大敗越人,裂地而封之。能不龜手一也,或以封,或不免於洴澼絖,則所用之異也。今子有五石之瓠,何不慮以為大樽而浮於江湖,而憂其瓠落無所容?則夫子猶有蓬之心也夫!”

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말이 있다.
위 장자의 이야기에서는 상(商)이 공(工)을 이겨내고(勝) 있다.
요즘은 약간 달라진 구석도 있지만,
유사이래 대개는,
공(工)은 상(商) 또는 사(士)에게 뜯기고,
농(農)도 역시나 이들에게 당하곤 한다.
언필칭 잘난 놈, 이악스런 놈이 양쪽에서 협살하려 드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이게 난마처럼 얽힌 이 세상의 실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제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 한들,
그 용처(用處)를 아지 못하면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게 이야기의 중심 주제이다.

이 글은 장자답지 않게 혜자를 빌어 용심(用心)에 밝지 못함을 탓하고 있다.
장자는 대저 기심(機心)을 경계하지 않았던가?
노력은 적게 들고 효과는 큰(用力甚寡 而見功多) 기계를 쓰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가?
(※ 참고 글 : ☞ 2008/02/13 - [소요유/묵은 글] - feedback(피드백))

그런 그가 이 장면에서는 商人의 마음을 치켜세우고 있다.
상인의 마음은 한마디로 모리(牟利) 즉 이를 탐하는 마음과 다를 바 없다.
상리(商理)란 취리(取利)에 터하고 있다.
이(利)를 밝히는 마음이 곧 기심(機心)의 본(本)을 이루고 있다.

이리 보면 장자의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대하는 양 싶은데,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글을 읽다보면,
다소 오해가 풀어진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한다.

“내게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그를 가죽나무라 부르네.
그 큰 줄기는 울퉁불퉁하여 먹줄을 매길 수가 없고,
작은 가지는 말려 구부러져 있으니 자로 잴 수도 없다.
  (※ 繩墨 ... 規矩 ... :
       規矩準繩 : 컴퍼스, 자, 수평, 먹줄을 뜻한다.
       예전 목수들은 이 네 가지 도구로 목재를 재고 마름질 했다.)
길가에 서 있다한들 목수가 쳐다 보지도 않네.
크지만 소용이 없으니,
세상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지나치고 만다네.”

장자가 답하여 말한다.

“그대는 살쾡이를 본 적이 없는가?
몸을 낮춰 엎드리고는 어슬렁거리는 짐승을 살펴 기다리지.
동서로 날뛰고,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다가,
덫에 치이거나 그물에 걸려 죽는다.
대저 서우(斄牛)는 커서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네.
그렇지만, 크다한들 쥐 한 마리도 잡지 못하지.
이제 그대가 큰 나무를 가지고도 쓸모가 없다고 걱정한다면,
어째서 탈속한 곳이나 드넓은 광야에 심고,
그 곁에서 무위 자재하니 거닐고,
그 아래 누워 소요유(逍遙遊)하지 않나뇨?
그 나무는 (쓸모가 없으니) 도끼로 잘리지 않고,
무엇이든 해치지 않는다네.
소용되는 바가 없으니,
어찌 곤경에 처하거나 괴로움이 있을손가?”

惠子謂莊子曰:“吾有大樹,人謂之樗。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立之塗,匠者不顧。今子之言,大而無用,眾所同去也。”莊子曰:“子獨不見狸狌乎?卑身而伏,以候敖者;東西跳梁,不辟高下;中於機辟,死於網罟。今夫斄牛,其大若垂天之雲。此能為大矣,而不能執鼠。今子有大樹,患其無用,何不樹之於無何有之鄉,廣莫之野,彷徨乎無為其側,逍遙乎寢臥其下?不夭斤斧,物無害者,無所可用,安所困苦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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