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무측은지심 비인야(無惻隱之心 非人也)

소요유 : 2009. 9. 15. 11:33


惻隱之心 人皆有之, 無惻隱之心 非人也。

‘측은지심은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다.
측은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본래는 모두 각자(覺者)인데,
어떠한 이유로 그것에 때가 덮여 미망 속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그것을 무명(無明)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맹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누구나 두려워 측은한 마음을 일으킨다.
이는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요,
무리 친구들에게 칭찬을 받고자 하는 것도 아니며,
그 어린아이가 지르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도 아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측은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수오지심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다. .....”

孟子.公孫丑上
孟子曰:『人皆有不忍人之心。先王有不忍人之心,斯有不忍人之政矣。以不忍人之心,行不忍人之政,治天下可運之掌上。所以謂人皆有不忍人之心者,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皆有怵惕惻隱之心;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非所以要譽於鄉黨朋友也,非惡其聲而然也。由是觀之,無惻隱之心非人也,無羞惡之心非人也,無辭讓之心非人也,無是非之心非人也。惻隱之心,仁之端也;羞惡之心,義之端也;辭讓之心,禮之端也;是非之心,智之端也。人之有是四端也,猶其有四體也。有是四端而自謂不能者,自賊者也;謂其君不能者,賊其君者也。凡有四端於我者,知皆擴而充之矣,若火之始然、泉之始達。茍能充之,足以保四海;茍不充之,不足以事父母。』

아예 사람축의 ‘계산에 넣지 않겠다.’는 말이다.
아니, 맹자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계산할 수 없다(不能算是人)’는 당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 불교가 말하고 있는 무명론은 너무 크고 넓다.
아득 묘연하다.
본래 진면목이 각자(覺者)라면 때가 덕지덕지 끼인 사람들에겐
과시 이런 가르침은 여간 大慈大悲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큰 빽을 가져서 아무리 죄가 두터워도 한결 든든하기도 하지만,
때를 닦아내려고 하지 않고 마냥 게으름을 피우는 이에겐
도리어 엄한 꾸짖음으로 다가온다.

맹자는 왕이 왕 노릇하지 못하면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역성혁명(易姓革命)은 그러하기에
왕이 있고 비왕(非王)이 있음을 바로 전격 당대의 현실에서 밝혀 발겨버린다.
불교처럼 전전생생(輾轉生生) 걸려 유전(流轉)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 현장에서 정사(正邪)를 가르고, 시비(是非)를 따진다.

惻隱之心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인간과 비인간(非人)이 바로 전격 갈린다.
아,
맹자의 저 추상같은 맹렬함이라니!

'구질구질하지 않다.'

나는 맹자의 이런 서슬 푸른 ‘사나움(?)’이 고맙다.
대명천지 이리 썩 나서서 외치고 있는
그의 호호탕탕 거침없는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사뭇 귀하다.
세상의 어느 종교보다 더 푸릇푸릇 청정한 맹자.
청죽보다 곧고 푸른 맹자의 기개.
이 시대의 종교는 맹자를 다시 배워야 한다.
천국을 팔아 먹고 있는 당대의 위선들은 모두.
천국행 티켓인지 보험증서 구매하고서는 단꿈을 꾸는 사교클럽회원들 역시나 모두.
아니 실인즉 저들은 천국행 표를 구매하지 않았음을 스스로도 안다.
다만 저들이 구매한 것은 이를 매개로 무엇인가 도모하는 利, 위치, 지위인 것을 저들은 안다.
영악한 이들이다.
구질구질 더러운 짓거리지만.
그 누가 모르리,
다만 피해갈 뿐인 것을.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Mencius.

사나이 중의 사나이 맹자를 오늘 아침 잠깐 생각해 보았다.

어제 고물할아버지를 만났었다.
오늘 고물 주워서 만원 벌었다고 내게 떠벌리던 그.
제 집 마당가에 흘린 피가 지금 닷말 여섯 되가 넘고 있음인데.

‘無惻隱之心 非人也。’

이 글귀를 아침에 이리 다시 새겨본다.
어제 그 자를 만나고는 마음에 얹혔던 게 있었는가 보다.
이 글 앞에 그 자를 비추이고 있으니.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숭(石崇)  (0) 2009.09.21
벌초와 쓰레기 2  (0) 2009.09.17
破窯賦  (0) 2009.09.16
떡 썰기  (0) 2009.09.11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5) 2009.09.04
스물 남짓  (0) 2009.09.03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09. 9. 15. 1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