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망할 공사

소요유 : 2009. 10. 8. 12:56


우리 동네 멀쩡한 도로가 파헤쳐져 공사가 되고 있다.
지난 5월경부터 시작한 도로 재포장 공사가 아직도 끝이 나지 않고 있다.
(※ 참고 글 : ☞ 2009/08/10 - [소요유] - 뽀얀 속살, 그저 미안하다.
                   ☞ 2009/05/27 - [소요유] - 서문표와 하백 귀신 & 도로공사)
지난번에는 멀쩡한 대로를 파헤치고 새로 재포장을 하더니만,
이젠 마치 ‘수캐 오줌싸듯’ 동네 골목길마다 쳐들어와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
이보시게나들, 물길도 부족하여 이러다가는 환장하여 하늘 길 새로 내겠다고 기염을 토하겠고뇨!
과히 도통(道通)한 사람들이라 할 사.

게다가 일부 구간은 새로 포장한지 불과 2~3년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후에 현장 확인해 본 바, 안내장의 내용과는 다르게 이 구간은 현재 공사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일찍이 수양제는 운하를 파다가 나라가 망했다.
그것은 그나마 후대에 일정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요,
기존에 멀쩡히 제 역할을 하는 곳을 이리 뭉개버리고 공연한 헛짓을 하는 것은
망해도 두 번 망할 짓이 아닌가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방문이 우리 동네 골목 말고도 저쪽 동네 골목에도 역시 매 한가지로 붙어 있다.)

설혹 일부 훼손이 있다한들,
그것만 골라 손질하면 그 뿐인 것을 어찌 전 도로를 파헤치며 난리굿을 벌이고 있음인가?
재용(財用)이 하늘에서 쏟아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면 땅에서 샘솟기라도 한단 말인가?

동네 골목길마다 방이 붙어 있다.
방을 보자하니 ‘경계석 측구 및 평삭포장’을 한 달 정도 하겠다는 것이다.
경계석 측구 공사를 한동안 하더니만,
며칠은 공사를 쉬고 그냥 방치한다.
그 동안 나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며칠 전부터는 도로를 깎아 내고 있다.
온 동네에 뽀얀 먼지가 휘날린다.
집더미 만한 평삭기(平削機)가 멀쩡한 도로 표면을 깎아 내자니,
소리도 요란하지만 먼지가 쉼 없이 피어오른다.

갖은 ‘지랄’을 다 떨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쏜가?

무릇, 옛날부터 공연한 토목공사 벌이고도 멀쩡한 적이 하나도 없다.
초령왕(楚靈王)은 분수를 모르고 장화궁(章華宮)을 지었으나,
후에 반란이 일어나 달아나다 자결하고 말았다.
진평공(晉平公)은 사기궁(虒祁宮)을 짓고나서,
불과 삼년 만에 죽고 말았다.
(※ 참고 글 : ☞ 2008/12/15 - [소요유] -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 국파군망(國破君亡))

대저, 대규모 토목공사는 국부(國富)를 쏟아내는 것이라,
반드시 후유증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바로 얼마 전에 나라가 부도난다고 전전긍긍하지 않았던가?
거죽으로는 경기 부양한다고 입바른 소리를 해대며,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있지만,
이 따위 식으로 불요불급한 곳에 천금 만금을 쏟아 붓고서야,
어찌 나라가 멀쩡하길 기대할 수 있으랴.
“큰 굿한 집에 저녁거리가 없더라.”고,
무모하게 일을 벌이다가는 나중에 필경은 뒤탈이 나고 말리.
“선굿 해쳐먹고 떠난 자리” 이 또한 애꿎은 자들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지니,
참으로 궂은 세태다.

나는 생각한다.

“미친놈한테 칼 주지 말고,
무식한 놈한테 돈 주지 말고,
욕심 많은 놈한테 권력 주지 말랬다.”

지금의 나라꼴은 이 중 어느 것이 잘못 되어서 그런가?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없는가?
내 허물은 무엇인가?
하도 세상이 야릇하게 돌아가니,
되돌려 우선은 나부터 점검해보아야겠다.

나이 들어가면서,
너는 그르고 나는 옳다는 식으로 떠드는 짓거리랑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터인데도,
아직도 이 지경이다.
아직도 젊다는 것인가?
유치한 노릇이다.
그래도 그냥 모른 척 하는 것도,
공분을 모르는 비겁한 짓이 아닌가?
하여 곧잘 참음을 넘어서고 만다.
아직 이순(耳順) 까지는 충분한 시간이니 용서가 될런가?

혼자 사시는 노인 어른 한 분을 알고 있다.

"술을 끊었더니만 우울증 같은 것이 와,
그래서 다시 조금씩 먹어."

이순(耳順)이라는 것이,
뭐 대단한 경지라기보다 세상 일에 초연해지는 경지가 아닐까 싶다.
"그래 너는 그리 살아라, 나는 내대로 살란다."
그러다 세상만사 심드렁해지는 상태를,
점잖게 이순이라고 말한 것은 아닐까?

술에 의지하지 않아도 나는 아직 굳세다.
그러하니 아직은 유치한대로 한창 젊다고 자위하여야 할까보다.
이순(耳順), 고희(古稀)를 넘어서도 나는 계속 유치한 짓을 하며 젊음에 의탁하고 있을까?
그러면 망발, 주책이 될런가?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福)  (0) 2009.10.15
연예인 김제동  (0) 2009.10.10
군가산점제 유감  (2) 2009.10.10
엿보는 자  (0) 2009.10.08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있다  (0) 2009.10.06
세 가지 성정(性情)  (1) 2009.10.05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09. 10. 8. 12: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