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대과(大果)

소요유 : 2010. 8. 3. 17:30


※ 은유시인님의  바로 앞 댓글에 이끌려 불현듯 풀려나온 생각을 이리 적어봅니다.

동일 과수인데도 대과(大果), 소과(小果),
즉 과일이 크게 열리는 품종이 있고 작게 열리는 품종이 있다.

어느 묘목 업자가 손님에게 말한다.
그는 소과만 보유하고 있다.

‘대과, 소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적화(摘花), 적과(摘果)만 잘하며 열매가 커집니다.’

(※ 적화 : 꽃따기, 적과 :  열매솎기)

그의 이 말은 일면 맞기도 하지만,
그리 정직한 말이라 할 수는 없다.

적화, 적과를 하면 당연 열매가 조금일지라도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한들 본래부터 대과인 품종을 따라 갈 수는 없다.
사실 대과는 대체로 애초부터 꽃도 적게 달리고 열매도 성기게 열린다.
하지만 소과는 꽃이 많이 나고 열매도 다닥다닥 배게 달린다.
어떤 과일이든 적화, 적과를 하면 양분이 집중되므로 커지기는 한다.

하지만 적화, 적과를 실시하였다 해도,
애초의 제 품성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적화, 적과는 거저 되는가?
적지 아니 품이 들고 비용이 든다.

그러하니 저 묘목업자의 말은 그리 바르다고 할 수 없다.
초보 농부가 순진하게 저 말을 믿고 조금 싼 것을 기화로 오판하여 그 묘목을 사게 되면,
필시 나중에 낭패를 당하게 된다.

만약 자신이 묘목업자라면 그럼 정직하게 말하고 벌려논 목판을 거둬야 하는가?
그렇지만은 않다.
정직하게 말한다고 반드시 장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소과로서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대과의 보완재로서의 가치를 설득하면 된다.
소과라고 마냥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한 것인데,
내가 만나본 업자들은 하나같이 적화, 적과를 들며 소과를 선전하곤 했다.
사정을 잘 아는 나로서는 대번 그 업자가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과수는 한번 사면 거의 평생을 함께 가는 것인데,
이리 그럴 듯한 변설로 남을 오도하면 자못 큰 죄를 짓게 된다.

우리 밭은 주위보다 조금 높은 언덕을 이룬다.
3년 전부터 주말 농사를 지을 때 이웃 밭주인은 와서 이르기를,
우정 거드는 양 이것을 싹 밀어버리라고 권했다.
만약 밀어버리게 되면 이웃 밭과 높이가 같아지게 된다.
그리되면 이웃 밭은 전망이 확 트이고 옹색함이 사뭇 덜어졌을 것이다.
이곳은 군내 제일 큰 읍으로 바로 택지가 가능한 지역이다.

고급 주택지는 대개 언덕에 마련되어 있다.
성북동, 방배동 등 모든 고급 택지는 언덕 위에 터를 잡고 있다.
언덕이라야 넓은 시야가 확보되고, 외부와 격리되어 안온하니 편안함을 도모할 수 있다.

사정을 잘 아는데 그리 따라 할 까닭이 없지만,
저리 터무니없는 소리를 의뭉떨며 흘려내는 모습을 보고는,
이 사람이 친구를 사귐에 성실하지 않구나 하고 내심 조심을 하였던 기억이 있다.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벗을 사귐에 믿음이 없으면 어찌 벗이 될 수 있음인가?

아무리 내게 보탬이 된다한들,
남을 오도된 길로 이끌면 죄를 짓게 되며,
평생 저주와 원망을 듣게 된다.
실로 죄당만사(罪當萬死)임이니 어찌 조신하니 삼가지 않을쏜가?

세상엔 이리 소리(小利)를 탐하여,
남에게 커다란 해를 끼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람 사귐에 심히 경계해야 할 노릇이다.

그런데 이게 경계만 잘한다고 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선은 자신이 사물의 실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알지 못하면 판단의 준거가 없다.
그러면 귀가 얇아지고, 상대의 말주변에 휩쓸려 농락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사정상 시간이 없어 일을 바로 처리하여야 할 풋내기(novice)인 경우,
이런 함정에 떨어지지 않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기에 이런 이를 상대로  잘못을 저지르는 자는,
과시 흉악한 악당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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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10. 8. 3. 1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