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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二三

소요유 : 2011. 4. 19. 22:39


예전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인출, 입금액을 적을 때 한자를 적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러한데 이즈음엔 거개가 온라인을 이용하니 이게 다 무용(無用)하게 되었다.

통상,
一二三은 壹貳參으로 적었는데,
이게 여느 사람에겐 그리 쉽지 않았다.
그리하느니 그냥 한글로 ‘일이삼’으로 기재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니,
보안을 위한 것이라면 어려운 한자보다 쉽고 간편한 한글로 적는 것이 한결 좋다.
실제 예전엔 한자어로 적게 되었으나,
이게 어느 날 한글 '일이삼...' 따위로 적을 수 있게 안내되었음이니,
내가 이를 접하고는 이리 쉬운 방법을 두고 그동안 애를 많이들 썼구나 하고,
아연 놀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역사적으로 고찰하면,
예전 가렴주구(苛斂誅求)가 한참 심할 때,
가령 염출한 곡식 수량을 잴 때,
현지에선 실제 수량인 一에 가필하여 二로 둔갑하고 이게 상부로 전해질 땐,
작대기 하나가 더 보태어져 三으로 변신을 한다.
一二三은 쓰기는 쉬우나 내가 늘 하는 말법으로 조작(造作)질하기 쉬운 글자다.
실제  一二三이란 글자는 상업행위는 물론 국가 조세 집행 현장에선,
변조하기 쉬어 그대로 쓰지 않았다.

그리하여 고안된 것이,
‘一二三四五六七八九十’ 대신
‘壹貳參肆伍陸柒捌玖拾’ 이리 바꾸어적었음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리 적으면 제 아무리 꾀를 부려,
필획(筆劃)을 첨삭(添削)하여도 변조가 쉽지 않다.

참으로 한자는 익히기가 쉽지 않구나.
‘一二三’도 모자라,
‘壹貳參’이요,
게다가 번체, 간체 제각각이니,
실로 한자의 명운(命運)은 경각간(頃刻間),
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달님을 쫓듯,
애절하나 낯의 밝은 기약이 없다.

‘壹貳參’은 물론이거니와, 
‘一二三’은커녕 '일이삼'도 이젠 낯선 모습들이다.
실제 내가 겪은 70, 80년도만 하여도 ‘壹貳參’은 상거래에서 기본으로 통용되던 적기 풍습이었다.
그러한 것인데 이젠 각종 전자 인증장치로 애둘러 가고 있음이니,
실로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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