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분봉(分蜂)

소요유 : 2011. 6. 16. 15:55


내가 오늘 외출했다 주차를 하려니 주차장에 웬 날벌레가 한가득이다.
창문을 내리고 이게 무엇인가 자세히 보니 벌들이다.

나는 눈이 나쁘다.
경우에 따라선 안경을 벗어야 잘 보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껴야 제대로 보인다.
순간 펄벅의 대지에 등장하는 메뚜끼떼를 연상한다.

차를 거꾸로 돌려놓고 이들을 피해 운전석에서 살그머니 내린다.
이내 카메라를 가져와 저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분봉이거니 싶은데,
나는 일순 봉지(封地)를 떠올린다.
제들끼리 땅을, 세력을, 곧 먹거리를 나눠 갖는 옛날 봉건시대를 생각한다.
즉 분봉(分蜂)이 아니라, 분봉(分封)인 것이니,
왕 하나가 서면 나라를 혈연 따라 나눠 갖는 것이다.

분봉(分蜂)은 피붙이끼리 문 닫아걸고 단꿀을 나눠 갖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선 오늘의 자리를 양보하고 밖으로 나가 신천지를 개척하려고 함이니,
그 기개와 뜻이 사뭇 달라 과시 장하구나.
행여, 저들은 사람처럼 단작스럽진 않다.

저들은 저리도 치열하게 삶을 영위하는구나.
소나무 가지엔 치성(熾盛)한 불잉걸처럼,
한 덩어리 삶들이 엉켜 놀라운 장관을 이룬다.
그러지 않아도 오늘 농원을 방문하신 분은,
농원에 벌통을 들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들이 과연 여기 편히 정착할 수 있으런가?

저들의 기도(企圖) 그리고 성취를 가만히 기원한다.
소나무, 벌 그리고 여기,
저마다의 한결같은 소망이, 그 그림이,
소박하게 그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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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11. 6. 16. 1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