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날벌레

농사 : 2011.06.19 11:56


최근 연나흘 내리 하루살이인지 초파리인지 조그만 날벌레들 때문에,
저녁나절 지내기가 영 불편했다.
지난해에는 하루 정도 극성을 부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는데,
올해는 쉬지 않고 연일 극성이다.

창틀에 쳐진 방충망을 유심히 보아도 이리로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다.
연신 진공청소기로 방안을 청소해도 조금 지나지 않아 이내 저들의 숫자가 불어나 있다.
그래 어제는 간단한 장치를 만들어 보았다.

환풍기 위에 전등을 달아놓고 날벌레들을 유인한 후 포집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남아도는 환풍기가 여러 개 되는데,
그중 제일 작은 것으로 시험해보기로 한다.

(토출구 쪽에 양파망을 달아 탈착과 포집의 용이성을 확보하다.)


(폐박스를 이용해 후두를 만들러 씌어준다. 바람을 수속(收束)하기 위함인데, 흡입력이 강해진다.)


(한 밤중 뜰에다 내놓아 보았다. 잡는 것이 아니라, 온 동네 벌레를 다 모아 오는 짓이 되고 말다.)

삼각대 위에 환풍기를 거치한 후,
바람 들이 입구 앞에 전등을 달았다.
어제 저녁 내내 사용해 보니 제법 포충(捕蟲)효과가 있어 보인다.
포충기(捕蟲器 or 捕蟲機) 상공을 비행하던 날벌레들이,
갑자기 금나수(擒拿手) 초식(招式)에 잡혀 밑으로 쪼르륵 끌려들어가고 만다.
혹은 블랙홀인 양, 저들이 순식간에 그 무한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포충력 자체에 있지 않았다.
나는 포충기를 방 밖에다 두었는데,
전등이 하나 추가로 더 켜지자,
날벌레들이 평소보다 총량에선 오히려 더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예컨대 전등 하나당 1단위의 날벌레가 날아든다면,
전등 2개가 되면 2단위의 날벌레가 꾀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하자니 아무리 열심히 포충기가 날벌레를 잡아들여도,
유입되는 숫자가 늘어나다보니 방안으로 들어오는 숫자는 별반 줄어들지 않는다.

게다가 이리 무한정으로 벌레들을 죽이는 것도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최근 나흘간 저들에게 워낙 시달리다보니 도리 없이 자구책을 세운 것이지만,
단 며칠간 살다가 제풀로 사라지고 말 것을 욕심껏 잡아내고 있는,
네나 나나 우리네 모습들도 참으로 고약하니 딱하다.

어제 저녁 더 정밀히 관찰을 해보니,
방충망 그물코가 성기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들은 어찌 저리도 빛을 사모하여 다투어 그리로 투신하고 있는 것인가?
불빛은 물론 전등에 반사되어 다른 곳보다 한결 밝은 벽면에도,
흡사 딸끼씨처럼 날것들이 점점(點點)이 달라붙어 있다.

부나방들이 불을 쫓듯,
저들은 남아 있는 짧은 생을,
일순간 불속에 뛰어 들어 장엄히 산화하고 만다.
촛불 속으로 스스로 자신을 다비(茶毘)에 부치고 있는 저들.
평생 도를 닦았던 이들이라야 스님처럼 육신을 다비란 인연에 맡길 수 있다.

저들은 애벌레로서 어둡고 축축한 땅 속에 수년 동안 인고의 나날을 보냈음이니,
이야말로 수덕(修德), 수도(修道)가 아니던가?
애벌레가 성충으로 우화(羽化)되자,
단 며칠간의 삶이란 한낱 유예된 숙진(宿塵)에 불과한 것이라는 듯.
장작 지피어, 죽어 자빠진 육신까지 철저히 무화시키는 저들 스님네처럼,
깡그리 불 질러 마지막 하나까지 허공중으로 흩어지고 마는 것이리라.

이런 의미에서 스님네들이 다비식 후에,
사리를 주워내는 의식은 내 몸매 다 보아라 하고 훌훌 벗어재끼고,
사진 박고, 화보 내고, 별 짓 다하는 요즘 계집들 꼬락서니하고 비슷하다.
차라리 다 벗기라도 하면 용서라도 하지,
저들은 끝내는 조그만 천 조각 하나 사타구니에 덮어놓고서는,
나는 아직도 예의범절을 알고 있다고 외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반야심경에 보면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리하기에 일점 티끌 하나 남김없이 다 불사르고자 다비식 하는 것 아닌가?
그러함에도 뭇 새끼 중들은 다 타버린 잿더미에서,
죽은 아이 부랄 만지듯,
사리랍시라고 주어내고 있음이며,
혹간 내가 죽어서 사리라도 나오지 않으면,
살아서는 내가 명색이 고승대덕이라고 추앙을 받았는데 망신을 당할라,
그러려니 차라리 내가 죽으면 사리는 내놓지 않으리라,
또는 사리를 수습하지 말거라,
이리 우정 도통한 이처럼 미리 그럴싸한 연막을 치고 죽지나 않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 몸엔 사리가 없으니 줍지 말거라,
하였던 이의 다비장터에서 어째서 사리가 나오며,
사리가 많이 나오리라 세인들이 입방아를 찧던 이의,
잿더미에선 사리가 한 톨도 나오지 않음인가?
내 이러하니 이들을 모두,
벗기에 안달이 난 계집 보다 더 천한 것들이라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세비 타먹고 종일 분탕질만 일삼으니 필시 죽어 화탕지옥에 들 것이며,
땡중들은 높은 법석에 짐짓 눈을 부라리고 앉아있으면서,
시줏쌀 평생 빌어먹고 주장자와 요령만 흔들고 있음이라,
이들을 어찌 요승(妖僧)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으랴, 필경은 무간지옥에 빠지리라.

하여간 이것은 그렇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말을 마저 잇자.
해서 이리저리 방법을 더 알아보았다.
이제서야 알아내었지만 방충망의 그물코도 여러 가지인 바라,
시골에선 서울보다 더 촘촘한 것을 쓰고 있는 것이라.
통상 사방 1인치 기준 18*16 짜리를 쓰지만,
18*22, 18*24, 24*24 짜리 등 보다 더 촘촘한 그물망이 있다.

나는 24*24 스텐그물망을 택하였다.
당연 단위 면적당 구멍 수가 많은 만큼 촘촘하여 통기성은 좋지가 않다.

하지만 그물망 하나 두고 천년 절벽인 양,
날벌레와 나는 그리 나눠 서로의 고독을 탐하기로 타협한다.

여름 한 철 나는 내 방식대로,
향일(向日) 주광(走光).
빛을 향해 달리리라.

허나,
빛을 사모함은,
저나 나나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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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1.06.23 01:25 PERM. MOD/DEL REPLY

    사리라는게 다이아몬드처럼 고온고압에 단련된 보석도 아니요,
    담석 같은게 몸을 태울 때 고열에 굳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리가 보석처럼 고귀한 것이라면 죽은 이도 살리고 병든이도 고치는 신통력이 있다거나
    다이아몬드처럼 가치가 있는 돌이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러니 고승 몸에서 나온 아무것도 아닌 돌멩이들 가지고 너무 떠들썩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2. bongta 2011.06.23 16:23 신고 PERM. MOD/DEL REPLY

    부처가 입멸하시자 각국 왕들은 부처의 시신을 서로 자국으로 모셔가려고 다툼을 벌입니다.
    몸은 하나인고로 결국 타협하여 하나를 여덟으로 나눠 갖고 돌아갑니다.
    법(法 - 진리)은 없고 다만 거죽 껍데기만 가지고 돌아 간 것이지요.
    이를 수습하여 탑을 만들어 봉안한 것이 실은 스투파 즉 오늘날의 탑의 기원이라 합니다.
    이게 별 다른 것이 아니고 실인즉 화장하고 남은 뼛조각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실제로 요즘 흔히 보는 사리와 같이 작은 것이 아니고,
    골편(骨片) 조각도 다 사리의 범주에 넣는 것입니다.

    물론 부처님의 시신이 아니라, 일반 범인의 뼈라한들 이를 두고 시비를 걸 까닭은 없고,
    외려 정중히 대하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사리를 두고 대단한 것으로 치부하여 마냥 신비화하는 것은 경계합니다.
    모 스님의 사리를 프레스로 내리 눌렀는데도,
    깨지지 않고 외려 프레스 플레이트가 우그러졌다든가,
    고온으로 태워도 끄떡없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저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세친이 지은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을 보면,
    서양 희랍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소박한 원자론은 유치할 정도이고,
    현대 물리학과 같은 대단히 정치한 물질론이 전개되어 있습니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 교육에선 내용도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데모크리토스란 이름 따위는 무작정 외워야 시험 성적이 올라갑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성주괴공(成住壞空)의 4 phase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깨지지 않는 물건,
    부서지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한데 사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법(法) 즉 다르마, 곧 진리를 거스르는 요설입니다.
    사리를 신성시 하는 맹목적 신자들,
    저자들은 그들이 엎드려 경배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나서서 적극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든 불교든,
    무릇 이를 망치는 짓은 외부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실인즉 저리 자신들을 지고지순 독실한 신도들이라 일컫는 것들이,
    앞장 서서 이끌고 있는 것이지요.

    아니, 죽어서 그리 이 세상 물질이 아니라는 듯,
    대단한 특성을 가진 사리를 남기고 돌아가실 분이라면,
    왜 아니 살아서 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제하시지 못하였단 말입니까?
    살아생전엔 주장자만 찍어 내리고, 요령만 흔들어대었지,
    과연 무엇을 하셨단 말입니까?
    그 신통방통한 사리를 남기실 위신력을 지니셨다면,
    다만 십분지 일만이라도 그 신통력을 덜어내어,
    중생들을 제도하셨으면 까짓 골편 조각에 두 손 모아 합장하며,
    복전함에 없는 돈까지 허물어 내며 복을 비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혹여 저들은 자신의 제상에 올릴,
    향화(香花), 지전(紙錢)의 부절(不絶)을 꾀하고 있었음이 아닐까요?

    저는 그러하기에 생각합니다.
    진정 위대한 고승대덕이라면,
    사리를 내놓지 말고 그저 바람처럼 허공중으로 흩어져야 한다고.
    다만 살아 생전 당신의 삶으로서,
    과연 있다면 죽어서 남길 사리와 같은 영롱함을 앞서 증명할 뿐인 것을.

    법정스님은 죽은 후 사리를 받아 모시지 말라고 하셨지요.
    생명이 잠깐 머물다가 버린 흔적 기관에 불과한 시신은
    지체 없이 없애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실제 법정 스님은 그리하면 고맙겠다고 하셨지요.

    진정한 수행인이라면,
    사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부나방처럼 자신을 밝은 빛에 아낌없이 산화시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를 사리에서 가끔 발하여지는 방광(放光)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이리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들이야말로 골편 조각이 아니라 온몸 전체로서,
    사리가 되어 여여히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

    제가 하루살이 이야기를 본문에서 저리 엮어내니까,
    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이 계시더군요.

    제가 쓴 글을 스스로는 과연 진정 믿고 있음입니까?
    아니면 거짓임에도 짐짓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일까요?

    이태백의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란 시적 표현에서,
    백발 길이가 실제 삼천장이라는 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백발일촌(白髮一寸)이라고 하였다면,
    이게 실제 백발 길이에 부합된다한들,
    삼천장에서 오는 시적 감흥은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삼천장이라고 시를 지은 순간,
    우리는 시적 실재인 삼천장 길이,
    그 무한한 공간 속으로 신비한 여행을 떠납니다.
    시인은 조물주 보다 더 뛰어난 재주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시적 상상력,
    문학적 향기를 잃은 이 시대를 저는 누군가와 함께 아파합니다.

    비가 나리시니,
    여기 농원은 땅과 풀내음이 아주 향그롭군요.

    은유시인님의
    마음에도 촉촉한 대지의 향훈이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3. 은유시인 2011.06.24 01:45 PERM. MOD/DEL REPLY

    위에 장치된 시설을 보노라면 선생님의 마냥 부지런하신 데다 다재다능한 손재간이 연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설핏설핏 펼쳐지는 방만한 지식도 은연중 부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오피스텔 분양 카탈로그 디자인을 맡아 며칠동안 컴퓨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주야를 구분 않고 일을 했다가
    겨우 교정볼 수 있게 해놓곤 농땡이짓을 3일 넘게 벌이고 있습니다.
    보름쯤 전에도 한 건을 겨우 처리했는데
    요번 일은 더 복잡하여 심적 부담을 안고 있답니다.
    어쨌든 처리해야 일용할 양식을 구할 돈을 얻게 되겠지요?

  4. bongta 2011.06.24 08:23 신고 PERM. MOD/DEL REPLY

    그제 농원에 덮을 우드 칩을 한 차 들였습니다.
    60루베 정도인데 거의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을 손수레로 날라 나무 두둑 위에 깔아주어야 합니다.
    저것을 보자하니 이 또한 우공이산의 역사를 이루어야 할 노릇이라,
    한 열흘 작정하고 지신(地神)에 공양(供養)을 드려볼까 합니다.

    장마가 왔으니 덕분에 짬을 내어,
    밀린 일들을 하나 둘 처리해봅니다.

    저는 손재간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이것저것 만들기는 좋아하지만,
    기계공구 다루는 일이라든가, 토역(土役)을 해 본적이 없어 서투르지요.
    제대로 된 농부라면 농기계도 능숙하게 다루고,
    헛간도 제 손으로 스스로 짓고,
    두엄도 때맞춰 내고,
    모종도 잘 틔어야 할 터.
    평생 화분에 물 한번 주어보지 못한 처지라,
    남이 그리 애쓴 과실만 넙죽넙죽 받아먹고 살아오지 않았겠습니까?
    이번에서야 그 지은 빚을 갚고 있습니다.
    물주기 삼년이라는데,
    저는 서투르기 짝이 없어 갈 길이 아직 멉니다.

    산에 들면 향기로운 솔바람 소리를 듣듯.
    창밖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곱습니다.
    예전 서시인가요?
    그 미녀를 위해,
    땅에다가 항아리를 묻고 그 위에 널판을 깔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그 위로 걸으면 낭낭, 창창 ...
    악기에 나는 고은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이를 왕은 즐기고, 나라는 기울고 ...

    지금 창밖의 빗소리를 듣자하니,
    마냥 넋 줄을 놓아 어렸을 때,
    비 맞으며 뛰놀던 골목길로 너울너울 실려 갑니다.

    ***

    일을 맡아 하시고 계시다니 고맙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길 빕니다.

  5. 녹색환경 2011.08.13 06:19 PERM. MOD/DEL REPLY

    안녕하세요..
    날벌레를 찾아 관심을 갖다 보니 방문드렸습니다.
    좋은 생각과 정서가 담긴 글 잘 보았습니다..
    날벌레 방제에 좋은 사례가 있어 소개올립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http://blog.naver.com/ogreene/14013358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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