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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와 소도법(疏導法)

소요유 : 2011. 6. 27. 19:28


최근 태풍으로 인해 다리가 무너지고 댐이 허물어졌다 한다.
온 국토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란 미명으로 곳곳이 파헤쳐지고,
보가 아닌 실질적인 댐이 세워지고 있다.
거기 터하여 살고 있는 수륙 생령들은 쫓겨 가거나 죽어가고 있다.

말인즉슨 홍수를 방지하겠다고 보를 설치하고 있음인데,
실인즉 이게 댐을 방불하고 있다고 한다.
홍수를 방지한다는 구실 하에,
준설을 깊게 하고 높게 둑을 쌓고 있다.
이게 운하를 호도하기 위한 장난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내가 토목공학에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니,
그 허실을 정밀하게 평가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수십 년 걸려 면밀한 조사를 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공사를 하여도 자칫 큰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을,
임기 내에 완공하려고 일을 서두른다든가,
강물에 의지하여 명을 잇고 있는 뭇 생령들에 대한,
가차 없는 횡포를 보고 있자니,
한낱 우부(愚夫)일지언정 저들을 용서하기 힘들다.

중국 고대에 치수(治水)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단연 우(禹)임금이다.
우 임금의 아버지는 곤(鯀)이란 사람이다.
곤은 우임금 앞의 순(舜)을 거슬러 요(堯) 때에 치수를 담당했던 사람이다.
곤의 치수 방법은 무엇인가?

그가 채용한 방법은 소위 위도법(圍堵法)이란 것이다.
이게 무엇인가?

水來土掩,兵來將擋 
(수래토엄, 병래장당)

이 속담의 뜻은 물이 오면 흙으로 누르고,
병사가 오면 장군이 막는다라는 뜻이다.

이는 삼척동자라도 취할 수 있는 아주 즉각적인 방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水來土掩

토극수(土克水)라 하지 않았던가?
흙은 물을 극한다.
한즉 물을 제어하는 것은 흙일 터.
급한 임시책으로선 이 보다 더 쉬운 방편이 없다.

水來土掩

이는 곧 물을 흙으로 덮고,
나아가 축제(築堤) 곧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홍수가 많아지고, 심해지자,
이에 맞추어 제방도 많아지고 둑의 높이도 높아질 수밖에.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번엔 제방이 높아지자 물도 다시 높아졌다.
물은 가둘수록 많아졌고,
넘칠수록 높아만 갔다.

결과적으로 홍수가 한번 일어나자 더 이상은 수습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제방이 무너지자, 사방으로 물이 범람하고, 일순간 육지는 물나라로 변하고 말았다.
이에 백성들은 갈 곳을 잃고 흩어져 들을 헤매게 되고 말았다.

요(堯)로부터 제위를 물려받은 순(舜)은 곤의 치수책이 전혀 쓸모가 없음을 알았다.
무려 9년간 애를 썼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곤(鯀)을 죽이고 그의 아들인 우(禹)로 하여금 아비의 업을 잇게 하였다.
이에 우(禹)는 치수사업을 계속하게 된다.

우는 제 아비의 실패를 교훈으로 새로운 치수책을 고안하였다.
그게 소위 소도법(疏導法)이라는 것이다.
이게 무엇인가?

홍수가 오기 전에 물길을 열어 트는 것이다.
하천 길을 연다는 것은 가둔 물을 강으로 내리 끌어들이고,
이를 대해로 다시 뽑아내는 것이다.
그간 우(禹)는 풍찬노숙(風餐露宿)을 불사하였고,
물길을 뚫기 위해 진흙탕물에 들어가길 꺼리지 않았다.
산을 넘고 고개를 넘어 온 천하를 돌아다니며 물길을 살폈다.

그는 자기 집 문 앞을 3번이나 지나면서도 집에 들르지 않았다.
이를 삼과기문불입(三過其門不入)라 한다.
이런 노력이 13년이나 지속됐다.
종내는 치수가 성공하고 만다.
비로소 백성들은 홍수 피해로부터 벗어났고,
이 공으로 결국 순(舜)으로부터 제위를 선양받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위도(圍堵)와 소도(疏導)란 말이다.

위도란 담, 여기서는 곧 둑으로 에워싼다는 말이다.
이게 이즈음 현 정권처럼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명박산성을 쌓듯 강에 댐을 건설하는 모습과 사뭇 유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반면 소도란 막힌 것을 터서 물이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뜻을 물으려면 귀를 열고 산성, 장벽을 허물고 소통을 하여야 한다.
홍수를 막으려면 댐을 쌓을 것이 아니라,
물길을 트는 것임이라,
준설을 한다고 하지만 댐을 쌓는 한,
이게 물길을 트는 것이 아니라,
결국 준설한 만큼 댐의 높이를 더 높게 한다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게라.

아는가? 저들은.

댐을 높이면 그와 더불어 물도 많아지고,
물이 많아진 만큼 홍수의 위력도 강해진다는 것을.

우(禹)는 물을 가둠으로서가 아니라,
물을 미리 빼어냄으로서 치수를 성공했다.

곤(鯀)은 죽임을 당했지만,
우(禹)는 제위를 물려받았다.

저들이 비록 부자지간이지만,
이렇게도 다르구나.

내 짐작하거니와,
머지 않아 누군가는 우(禹)가 되어,
쌓은 둑을 열심히 허물고 물길을 다시 내리.
그 때가 되면 다시 오늘의 토건족은 또 한번 재미를 보지 않으리.
하지만 이번에 죽어간 숱한 생령들은 구천을 떠돌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으리니.
어찌 무섭다 하지 않을쏜가?

(※ 위 자료 중 일부는 홍콩 香港雜評의 도움을 받았음. 감사합니다.)
(※ 위 본문은 다음 기사를 읽고 적은 것입니다. ☞ 2년전 '4대강의 저주' 예언, 소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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