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의(義)

소요유 : 2011.07.31 16:46


의(義)라 하면 정의(正義), 의리(義理) 따위를 곧 떠올리게 된다.

그러한데, 의수(義手), 의족(義足), 의부(義父)는 무엇인가?
여기서의 의(義)는 가(假) 또는 비정(非正) 즉 가짜를 의미하고 있다.
진짜가 아닌 가짜의 손, 발, 아버지인 것이다.

의(義)가 그 뜻을 이리 쉽게 가(假)로 넘겨 줄 수 있는가?
얼핏 생각해도 이는 심한 가치의 전락(轉落)이다.

그러하다면 차라리 가수(假手), 가족(假足) ... 이라 하면 좋을 텐데,
왜 굳이 의수(義手), 의족(義足)이라 하는 것일까?
물론 가수(假手), 가족(假足)이라 쓰기도 하나,
이는 가짜라는 것을 강조하여 특칭하려고 할 때나 쓰고,
보통은 의수(義手), 의족(義足)이라 부른다.

그런데 실인즉,
이 용례에서 의(義)는 가(假)를 의미하고 있다고 새기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고 한가한 처사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의(義)는 결의(結義) 즉 ‘의리를 맺다’란 뜻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혹여 아이들 시험문제에서 의족, 의수에서 義가 의미하는 것은?
     이런 물음이 가해진다면, 아마도 출제자가 원하는 답은 假이기 십상이다.
     이 사정은 각자 겪는 이가 형편에 맞도록 조치할 일이로되,
     내게 그 이상을 묻지는 말기 바란다.
     그들은 제 밑천대로 믿을 뿐인 것을. )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이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의리(義理)를 나누고 맺는 행위를 말하고 있다.
가령 의형제(義兄弟)라 할 때,
남남끼리이지만 삽혈(歃血)하여 입술에 축이고,
형제가 되기를 결의한 사이를 말한다.
삼국지의 도원결의(桃園結義)에서,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에서 형제의 의리를 맺는다.
이 때 피를 나눈 사이보다,
관계는 더욱 중하고 아름답게 피어오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뿐이 아니다.
사람과 사물과도 의리를 맺는다.
의수(義手), 의족(義足)은,
사물이 사람의 손, 발을 대신하여 그 뜻과 의지를 돕는다.
어찌 이를 두고 가수(假手), 가족(假足)이라 부르며,
거룩한 정리(情理)를 모독할 수 있으랴?
사무쳐 사물에까지 내려 앉아,
의(義)는 기(氣)를 내리고 정(情)을 기른다.
사뭇 삼연(森然)하니 깊고 엄숙하다.

이 때 나는 문득 조침문이 떠오른다.
우리네 선조들은 가까이 하던 바늘에 이르도록 정리(情理)를 나누고 의리(義理)를 지켰다.
(※ 참고 글 : ☞ 2008/12/07 - [소요유] - 봉타(棒打) 하나.)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의(義)가 사구(詞句)에 prefix로 쓰일 때,
결의(結義)란 뜻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의사(義士), 의부(義夫), 의부(義婦)의 용례에서 보듯,
그 행이 뛰어나 사회적 모범이 되는 경우,
사사로운 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우러름의 대상이 된다.

공용에 이바지 될 경우는,
즉 의창(義倉),의사(義社),의전(義田), 의정(義井)에서처럼,
의(義)자를 앞세워 그 뜻을 높이 산다.

사람과 사람을 넘어,
   - 의부(義父), 의형제(義兄弟)
사람과 사물에까지 흠뻑 잠윤(潛潤)한다.
   - 의수(義手), 의족(義足), 의정(義井), 의견(義犬) ...

이리 볼 때,
의(義)자는 잠깐이나마 가짜에 이르기까지 의심을 받았지만,
결국은 정의(正義), 의리(義理) 등 그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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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1.08.03 00:39 PERM. MOD/DEL REPLY

    남을 탓하기는 쉬워도 저를 탓하기는 쉽지 않지요.
    "모든 것이 내탓이로소이다"라 하기엔
    세상이 너무 야박하고 이기적이지요.
    오늘도 날씨가 엄청 푹푹 찌네요.
    부산 살면서 이젠 바닷가에 피서도 못갑니다.
    게을러서....

  2. 사용자 bongta 2011.08.03 17:48 신고 PERM. MOD/DEL REPLY

    주신 글에 기대어,
    본 글 하나 지어 올립니다.

    생각 하나가 따라 나오기에,
    비도 오시는데 글 하나 쓰고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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