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월광소나타

소요유 : 2011. 8. 12. 20:39


어렸을 때,
탁상시계에 달린 오르골엔 이 음악이 프로그램 되어 있었다.

나중에 시계가 고장이 나자,
나는 오르골만 떼어내 보물처럼 책상 서랍에 보관했다.
홀로된 골방에 가끔 꺼내어 태엽을 감고는 
또각또각 풀려나오는 소리에 안겨 있곤 했다.
나이가 한참 늦도록 이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덧 그는 잊혀지고 나는 길을 떠났다.

여기 전곡 농원 언덕에 서면,
달은 높이 떠올라 그윽한 시선을 내게 내린다.

한참 쳐다보다 문득 밭가에 눈을 돌리면,
월광은 풀잎에 부드럽게 부셔지며,
은빛 구슬이 되어 흐른다.

달빛은 시간 위에 젖어 흐르고,
나는 홀려 풀숲을 잠영(潛泳)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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