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버린 아이

소요유 : 2011. 10. 28. 09:56


얼마 전 농원에 떠돌이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다.
정문 앞에 자리한 부대 안에서 놀다가 도로를 건너 농원 안으로 들어오곤 한다.
먹이를 챙겨 주었더니 조석으로 출퇴근 한다.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를 듣고 바쁜 가운데 급히 개집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활대를 구부려 비닐 온실을 짓되 보온을 위해 이중으로 만들었다.
바닥은 나무로 널평상을 만들어 지상으로부터 띄어 올렸다.
출입구는 중심을 살짝 빗겨 외로 틀어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하면 맞바람을 피해 충분한 내부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게 되지만,
아울러, 강아지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해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며칠 후 볏짚을 구해 집 안팎으로 충분히 깔아 주었다.

비닐하우스라 낮에는 너무 더워 들어가 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덮다.
그러나 밤엔 급히 식어 싸늘해진다.
하지만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으니 우선은 그리 견디어내었으면 한다.
나중 서울 집에 가면 헌 옷이라도 가져와 더 깔아줄 예정이다.

문제는 강아지가 낮을 가려 아직은 꺼려 그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러 집 깊숙이 밥그릇을 넣어두어 밥을 먹으려면 그 안으로 들어가게 꾀고 있다.

지금 데리고 있는 풀방구리도 어쩔 수 없어 맞아들인 것이지만,
애초 기르던 강아지 둘을 떠나보내고는,
다시는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인연을 자꾸 짓게 된다.

인간들이 제발 기르던 강아지 잃지 않게 잘 챙기고 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도대체가 천둥벌거숭이처럼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
모두들 이악스럽게 제 잇속 챙기기에 바쁜 소인배들인 소이(所以)다.

내가 겨울철에도 여기 시골에 남아 있을 수만 있다면,
저 강아지를 진작 받아들였을 터인데,
겨울엔 서울로 철수를 하여야 하기 때문에 난감하다.
이웃 사람 하나를 만나 사정을 말하니 자청하여 이르길 자기가 챙기겠다고 한다.
겪은 바 인색하고 박정한 이가 태반인 여기 시골 인심이기에,
말만이라도 여간 고맙고 다행이 아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터.
하회(下回)는 또 그 때에 이르러 감당할 일.
오늘 일은 오늘 일대로 나아가고,
그 때에 이르러서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다.

아침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양이면,
녀석이 문 앞에 와서 짖으며 성화를 부린다.
나의 아침과 저녁은 풀방구리와 유기견 녀석을 돌보는데 할애되어 있다.
정(情)에 매이면 도(道)가 성기게 된다는데,
나는 또 어이 하여 이 길을 차마 떨치지 못하고 가고 있는가?

새벽 찬 기운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저 녀석을 보고 있자니,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도대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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