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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려화(陰麗華)

소요유 : 2024. 1. 24. 19:25


설국 열차를 타고 열이와 훈이가,
설원에 서천 이재민들을 내버려두고 복귀하였다.

(출처 : 나무위키)

그 자리 이재민분들의 아픔을 위로하러 간 것이 아니었는가?
그곳을 열과 훈이 회동 자리로 삼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적당한 곳을 골라 따로 회합하면 될 일을 왜 이리 사람들을 배경으로 동원하며 우롱하는가?
백 번 비난을 받아도 싸다.
다만, 직접 만나 손을 잡고 위로하는 일이야 무슨 허물이 될 수 있으련만,
지원 대책에 대하여는 재난 구호 관련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인 것을,
매 사안마다 굳이 대통령이 쫓아 다니면서 법 밖의 다른 방법을 안출(案出)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저런 기본 예법을 저버리는 짓은, 평범한 필부도 감히 저지르지 않는다.
항차, 나라 살림을 맡은 이들이 강상(綱常)을 허물며, 인민을 가볍게 무시한다면,
더는 다른 것을 묻을 것도 없이,
단지 그것만으로도 저들은 이 땅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 하여야 한다.
헌데 어디 그런가?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이 이겨라, 훈이 이겨라 하며,
머리에 수건 동여매고 열심히 청백전을 관람하며,
쫀드기 안주 삼아 부어라 마셔라 그저 즐길 뿐이다.
부박스런 세태다.

어떤 넋 나간 녀석은 훈이 보고 석이 진영에 합하라 주문하고,
석이는 훈이 보고 자리를 피해 도망가라 하고 있다.
석이는 국힘에서 성 비리로 팽 당한 처지가 아닌가?
게다가 열이 대통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었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개문발차 한다고 열심히 그를 꾀어,
앞장서서 이끌지 않았던가?
천하를 대란으로 몰아넣는데, 가장 선두에 선 역사의 죄인이다.
문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쯤 깡통처럼 찌그러져 입도 꿈쩍 못하고 있어도 모자란다. 

훈이나 석이나 모두 용은커녕 미꾸라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들이지만,
비견컨대 사정은 이러한 것이다.
한 연못에 용이 두 마리 살 수 있겠음인가?
용은커녕 뱀도 자리 하나에 둘이 함께 살 수 없는 것이다.
부랄 떼놓고 간다면 그럴 수 있겠지.
헌데, 부랄이 없는데, 그를 장부라 부를 수 있겠음인가?
그러니, 저리 합치라 외치는 녀석들은 훈이를 아끼지 않고,
오직 무작정 석이에게만 부역하는 종석(從錫) 분자라 할밖에.

동한東漢 개국 황제가 된 유수劉秀(광무제)는,
출세하기 전 어느 날 여인 음려화(陰麗華)를 보고는 이리 탄식하였다.
仕宦當作執金吾,娶妻當得陰麗華。
‘벼슬을 한다면 마땅히 집금오가 되고,
장가를 가려면 마땅히 음려화를 얻으리라.’
(※ 집금오는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대궐 문 지키는 벼슬이다.)

후에 유수는 전장을 누비며,
적들을 베고 자르는 동시. 힘을 빌릴 세력과 연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음려화와는 다행히 연을 맺었지만,
세력이 큰 집단의 곽성통(郭聖通)이란 여인과도 결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음려화가 가장 오래 살았는데,
이는 기실 그녀가 제일 어렸기 때문이다.
유수와 음려화에게 청혼한 때,
유수는 스무 살 정도이고 음려화는 10살 정도였다.
곽성통은 유수와 동년배다.

기실 열이와 희의 나이 차도 12살인즉, 
문득 음려화가 떠올랐던 것이다.
다만, 사려 깊고 조신한 음려화에 비춰,
희의 처신이 극명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며,
대비를 이루기에 더욱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유감이다.

원래 곽성통이 황후가 되었지만,
후에 음려화는 이를 되찾아왔고,
황제 승계자인 곽의 장남(劉彊)을 밀어내고,
늦게 낳은 아들은 대권 승계자가 되었다.
사양하였음에도 그에게 복이 절로 굴러들어왔음이다. 

그의 아들인 명제明帝(劉陽)에게 이리 말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즉 천하통일이 얼만 남지 않았기에 나는 화장도 하지 않았다며,
명제에게 여자로서 탄식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이렇듯 그는 미모도 빼어나지만,
인격도 상당히 닦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전쟁통이라 여의치 않았을 터,
음려화가 유수와 실제 결혼한 것은 19살 때다.
부호의 딸이고, 미인이라 청혼이 끊이지 않았지만,
인연의 짝은 정해진 것.

하지만 유수가 낙양으로 파견되자,
음려화를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인즉 음려화는 인질로 고향에 남게 된 것이다.
유수는 화북에서 곽성통을 부인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곽 집안의 세력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천하를 제패하고 황제가 되었을 때,
유수는 음려화에게 황후가 될 것을 제안하였지만,
음려화는 자식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스스로 사양하였다.
음은 대부호의 딸이었을 뿐이지만,
상대인 곽은 호족의 딸이라 만만치 않았으니,
마냥 달릴 수만도 없었을 터다.
그 외 여러 설이 있지만,
어쨌건 판세를 잘 읽고, 현명하게 대체하였다 할 수밖에.
음려화의 지혜와 결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명일동 희는 경력, 학력을 열심히 뻥튀기다가 들키자,
어느 날 울면서 내조에만 힘쓰겠다고 하더니만,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화장 고치고는,
다시 나타나 온갖 위세를 다 부리고, 명품을 사 모으는 것도 부족하여,
남의 것을 받아먹다 사람 잡아먹다 비녀가 목에 걸린 늑대처럼,
된통 목에 걸려 토하지도 삼킬 수도 없어 밤낮으로 울부짖는 처지로 전락하였다.
굴러온 황후 자리도 사양한 음려화와 어찌 비교되지 않을쏜가?

유수는 음을 아껴 전쟁터에도 데리고 다녀다.
아들인 유양(劉陽)을 나은 것도 전쟁통이다.
음려화는 陰씨인데, 그의 아들 이름은 陽으로 지었음이다.

아아,
孤陰不生,獨陽不長이라 하였던가?
후에 유양은 명제가 되어 동한을 잇는다.

禮待陰, 郭,每事必均

그렇다 하여도 유수는 음과 곽을 대등하게 예우하였다.
이 삼인은 모두 교양인이었다.
갈등 관계인 여인들을 거느린 유수 역시 대단한 인물이라 하겠음이다.

상식과 공정 외치며 대권 땄지만,
입으로만 외친들 세상이 변한다든?
마음은 여전히 욕망에 쩔어 있는데.
그가 교양인이라 이르는 이는 조선 땅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오죽하였으면 그리 두 손 모아 나팔 불던 핵관도,
이제 다 굴 파고 들어앉았는지 행적이 묘연하다.

황태후 폐위 후에도,
유수는 곽과 그의 아들들을 모두 낙양에 살게 하였다.
음씨도 역시 낙양에 살았으니,
참으로 유수의 마음보는 너른 바다를 닮았다 할 밖에.

O, X 명판을 들게 하고,
찬부를 묻게 하는 대담 프로를 곧잘 보게 된다.
유수는 실로 사서에 기록되어 있듯,

이 한 글자 명패 하나로 천하와 가족 그리고 신하들을 아울렀음이라.
신통한 노릇이다.
오직 술과 격분으로만 통치하는 열과는 너무도 차이가 나지 않은가?

역에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나온다.
亢龍有悔,盈不可久也
上九리 이미 괘는 최고위에 올랐음이다.
하늘에 오른 용은 뉘우침이 있으며,
차면 오래 갈 수 없는 법.
이젠 더는 올라갈 데가 없으니,
내려 올 수밖에 없는 법.

석열은 고작 프리드먼 책 하나 읽고 세상을 경영하려 하였음인가?
한참 모자란 화상이라 할 밖에.

아아,
츤데레 미소녀 음려화와 같은 여인을 만나고 싶다.

곽, 음은
폐황후와 신황후 사이다.
그러함인데도 유수와 함께,
이 삼인은 결코 서로 헐뜯지 않고,
사이 좋게 지냈음이니,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하겠다.

중국 역사상,
황후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음려화가 유일무후하다.
아니, 전 세계 역사에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요즘 쇼츠를 보라,
교양도 없고,
그저 몸만 비비 꼬는 적육단(赤肉團)이라, 
시뻘건 살덩이 계집들만 지천이지 않던가?
썩을 년들,
모두 붙잡아 걸주(桀紂)의 술 연못에다 풀어놓을 일이다.

음려화에 얽힌 이야기는 정말 다 읽기 벅찰 정도로 차고 넘친다.
그만큼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겠음인가 말이다.
오늘 밤 그녀를 꿈에 만나 볼 수 있을런가?
지난 동짓달 긴밤 한 허리를  베어내어 이불에 넣어두지 못함이 한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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