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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인(貴人)

소요유 : 2009. 8. 11. 14:21


연 매출 30억! 청과물 가게

TV에 나왔던 모양이다.
내 처가 전한다.
어떤 사람이 남의 밑에서 열심히 일을 하였는데,
이를 지켜보던 사장이 그의 성실성을 높이 사서,
거금을 그에게 투척하였다 한다.
그는 그 돈으로 가게를 차리고 크게 성공하였다 한다.

형제지간에도 돈을 빌려 주기를 꺼리는 세태인데,
생판 모르는 남에게 단 몇 개월간의 일하는 태도를 보고는,
선뜻 거금을 빌려준 그 사장의 면모도 퍽이나 훌륭하다.
그의 감식안(鑑識眼)을 통해 한 사람의 숨겨진 인재가 싹을 튀었으니,
과시 그 인연(因緣)이 아름답다 하겠다.

인연(因緣)이란,
인(因)과 연(緣)이 합쳐진 말이다.
인(因)을 종(種) 즉 씨앗이라 할 때,
연(緣)이란 예하건대 그 씨앗을 틔우는 온도, 습도 등 적절한 환경조건을 의미한다.
인(因)만 있어도 아니 되고, 연(緣)이 닿아야 싹이 트인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 외손바닥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우리 동양에선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일컬어,
지인지감(知人之鑑)이라 하였다.
감(鑑)이란 거울을 뜻하는데,
거울에 비추이듯 사람의 인물 됨됨이를 속속들이 잘 알아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고래로 거울은 신령스러운 물건으로 친다.
거기 비추이면 천길 물속, 만길 마음 속까지 다 비추인다.
이 비유를 접하면, 마치 명월이 물가에 비추이듯 밝디 밝은 경지가 읽히어지지 않는가?
나는 그러한 데.
다른 분은 어떠하신가?

지금이야 사람을 평가하려면 학력, 경력 등 문서에 의지하는 바가 크지만,
고대엔 출신 가문에 의지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가 처음 만난 사람을 판단할 근거, 자료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가문의 후광을 입어 자연히 관직에 오른 이를 임자(任子)라 하였으나,
추천 또는 시험을 통해 선발된 현량(賢良)은 거자(擧子)라고 불렀다.
거자만 하여도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이 일정분 작동되었다 하겠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의 위인(爲人)됨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여기 등장한 것이 점 또는 관상(觀相)이 되겠다.
그렇다고 자신이 복자(卜者)내지는 관상가(觀相家)가 되는 것 또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러할 때,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는 위 예에서처럼 그 사람의 ‘성실성’을 시험하는 것이 훌륭한 방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리 말한다.

‘요즘 시대엔 성실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어,
성실하지 않아도 세상의 기미를 잘 살피고,
요령껏 세태의 흐름을 잘 헤집고 기회를 재빠르게 잡는 것이 으뜸이야.’

이런 생각을 전혀 그르다고 공박할 수만 없는 세태가 되었으니,
쓸쓸한 가운데 도리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구석이 있다하겠으나,
우선은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한들,
그 신뢰가 담보되지 않을 경우 앞일을 지속적으로 장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여 일의 성사를 위해 이런 이를 가까이 하여 부린다한들,
그 자와 함께 하려면 나 자신까지 변하여 그리 요령껏 대처하여야 하니,
실로 이는 고단한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성실한 사람은,
비록 내가 천리 밖을 떠나든,
수년 앞을 기약하든,
우선은 미더워 무엇이건 간에 함께 도모하는 일이 든든하니 걱정이 없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역시나 성실한 사람이 귀한 까닭엔,
그 변함이 없는 이치가 이리 잠겨 있다.

귀인(貴人).
저 분들은 서로 귀인이 된 것이다.
도움을 준 분이 받은 분한테 귀인인 것이지만,
나는 도리어 일생에 저런 사람을 얻기도 쉬운 노릇이 아니니,
도움 주신 분은 거꾸로 도움을 받은 자를 귀인이라고 여겼을 것이라 믿는다.
살면서 귀인이 되고, 한편 귀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또한 참으로 복 받은 인생이라 할 것이다.
(※ 참고 글 : ☞ 2008/06/27 - [소요유] - 富와 貴
                   ☞ 2008/11/13 - [소요유] - 귀인(貴人)과 중고기)

장량(張良)은 원래 한(韓)의 유신(遺臣)이었다.
나는 이 때에 이르러,
그가 황석공(黃石公)을 만나 귀한 인연을 짓는 장면이 맞춤 떠오르고 있음이다.

노인 하나가 이교(圯橋) 다리 난간에 기대고는 한쪽 신발을 벗어서는,
다리 밑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방금 만난 장량에게,

“이 어린놈아, 내려가 신발을 주워가지고 오너라!”

이리 외친다.

장량은 어이없는 일을 당하자,
노인에게 화를 낼 수만도 없어 묵묵히 신발을 주어다 주었다.

“자 주워 왔습니다.”

“그럼 내 발에 신기거라.”

장량이 경악했으나,
꾹 참고 신발을 신겨주었다.

노인은 웃으며 떠나가며 5일후 가르침을 주겠다고 다시 만나자고 이른다.

장량은 기괴한 가운데 느끼는 바가 있어,
무릎을 꿇고 이를 받든다.

약속한 날 나가보니 노인은 먼저 와 있었다.
노인은 버럭 화를 내며 노인과 약속을 하고는 늦게 나왔다고 호통을 친다.

노인은 휙 가버리면서 다시 5일 후 만나자고 이른다.
장량은 5일 후 첫 닭이 울 때 약속한 다리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인은 또 먼저 도착해 있었다.
노인은 크게 분노하며 또 늦었다고 질책한다.
그리고는 떠나가면서 다시 5일 후 만나자고 이른다.
5일 후 장량은 이번엔 한 밤중에 다리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노인은 나중에 도착해서는 응당 그래야지 하며 기분이 풀렸다.

그리고는 책 한권을 장량에게 주었다.
“책을 숙독하면 가히 제왕의 군사가 됨에 모자람이 없으리.”

장량은 나중에 이 책을 배워,
유방(劉邦)을 도와 천하를 빼앗는 데, 일등 공신이 된다.

(※ 이번엔 번거로워 이하 원문 略解에 그침.)

圯橋進履的故事見於《史記·留侯世家》,故事說,張良閑暇無事從容漫步在下邳的圯橋上,有一個穿著粗布衣服的老人走到張良跟前,故意把鞋子弄到橋下後,對張良說:“年輕人,下去撿鞋子!”張良一愣,想打他,看他上了年紀,強忍著怒氣,下橋拾起了鞋子,那老人又說:“給我把鞋子穿上!”張良想,既然已經幫他把鞋子拾上來了,索性跪下來幫他穿上。那老人伸腳讓張良把鞋子套上,笑著走了。張良非常驚訝,目光追隨他離去。老人走了大約裏把路,返回來,說:“你這小夥子還值得教導,五天後天亮時,在這裏同我相會。”張良感到很奇怪,跪下回答說:“是。”五天以後,天剛亮,張良來到橋上,老人已先到那裏等候了。老人氣憤地說:“與老人約會,遲到,這算什麼?”說完就走,留下話說:“五天後早點來相會。”過了五天,雞一叫張良就來到橋上,老人又先到橋上,憤怒地說:“又晚來,這是爲什麼?”說完就走,邊走邊說:“再過五天,早點來。”五天後,還沒到半夜,張良就到橋上去等候。不一會兒,老人就來了,高興地說:“應當如此。”於是拿出一部書交給張良,並說:“熟讀了它就可以當帝王的軍師了,十年以後就會發跡。十三年以後,你到濟北來見我,穀城山下的黃石就是我。”老人說完就走了,沒說其他的話。從此張良再沒見過他。天亮時,張良打開這部書看,竟是《太公兵法》。張良很驚異,經常學習誦讀這部書。憑借這部書,張良後輔佐劉邦奪取天下。

그 노인은 황석공(黃石公)이고,
그 책 이름이 바로 ‘태공병서(太公兵法)’라고 원문에 소개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이르는 황석공소서(黃石公素書)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흔히 강태공(姜太公)의 삼략(三略)이 그것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으나,
후에 한 도둑이 장량의 무덤을 범하여 옥침(玉枕)에서 이를 찾아내었다 한다.
황석공은 장량을 만나 책을 전하였으나, 장량은 전할 이를 얻지 못하여 무덤까지 가져갔다.
그 인연이 어찌 풀려 도둑에게 훔쳐져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니 기묘하다.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
무릇 절학(絶學) 기서(奇書)는 사람이 아니면 전하지 아니하는 것인 데,
이젠 장삼이사 필부도 모두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천한 도둑 하나가 천기(天機)를 누설시켜 세상을 어지럽혔단 말인가?

두어라.
이 또한 시절인연인 바라.
글이란 하얀 밭에 떨어진 검은 콩 같은 것.
설혹 주워 먹을 자 기만(幾萬)이라한들,
어찌 먹은 자 모두에게 소화되어 살이 되고, 뜻이 되리.

여기 황석공소서에 대한 연재 글 하나를 링크해둔다.
http://www.yihun.com/Article/sjsy/hsg/200610/366.asp

저 청과물 가게 분도 그렇고,
장량도 역시나 앞에 만난 사람께 성실하게 임하여,
운(運)을 피우고 뜻을 이루었다.
이제, 그 누가 있어,
감히 성실한 것이 우둔한 짓이라 조소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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