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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법 - 가룡(駕龍)

주식/remarks : 2008. 10. 9. 19:32


주식투자법 - 가룡(駕龍)

역(易)의 예괘(豫卦)에는 예지시의 대의재(豫之時義 大矣哉)라는 말이 있다.
한편 수괘(隨卦)에는 수지시의 대의재(隨之時義 大矣哉)란 말도 있다.
(※ 이하 전통 주역 풀이와 다르게, 豫와 隨의 자의를 빌어, 상호 대비시키며, 뜻을 이끌어내었음.)

풀이 하자면 ‘때’를 미리 안다든가, ‘때’를 따르는 뜻이 크다라는 말이다.

우리의 삶은 시공간제약적(時空間制約的)이다.

공간제약적이라 함은 삼차원 이 삶의 터전을 떠나서 살 수 없다라는 말이겠다.
타자의 살을 내가 취하여 먹음으로서 명(命)을 지탱하고,
타자의 가죽을 벗겨 내 몸에 걸쳐야 부끄러움과 추위를 가릴 수 있음이며,
(※. 그러하다한들 현대의 가죽, 털옷을 용인함이 아니라,
      원형질적(原形質的) 생존의 허무한 폭력성을 지적하고 있음이다.)
타자의 뼈를 훔쳐 들보와 기둥(梁柱)을 얽고, 터럭을 잘라 지붕으로 엮고서야,
비로소 우풍한서(雨風寒暑)를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동물(動物)의 경우에는 움직임을 생명존재조건으로 한다.
여기서 저기로 이동하기 위해서, 나의 근육과 뼈(骨肉)가 움직여야 한다.
대신 탈것을 이용한다고 하여도 그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는데,
그 비용을 얻기 위하여 사전에 나의 골육을 부려야 한다.

시간제약적이라 함은 무엇인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며,
오늘의 나는 또한 내일의 내가 아니다.
위벽(胃壁)을 이루는 500,000개의 세포들은 매분 죽어서 새 세포들로 대치된다고 한다.
이는 3일마다 위벽 전체가 새것으로 바뀌는 셈이라 한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물적 토대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늘 변함으로서 다음을 예비하고 있다.

팔십 년 전에는 네가 나이더니
팔십 년 후에는 내가 너로구나

八十年前渠是我
八十年後我是渠

서산대사(西山大師)가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마지막 설법을 마치고
자신이 미리 그린 영정(影幀)에 쓴 시다.

주역 계사하전(繫辭下傳)에 이르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말은
시간제약적 사태를 극명하게 언명(言明)하고 있다.
(※. 참고 글 : ☞ 2008/08/06 - [소요유] - 궁즉통(窮則通))

공간의 변화는 시각(視覺)을 통해 즉감적(卽感的)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단위 사건(event)이 의식상 인지되는 시간의 변화는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서 비로소, 또는 계절을 넘겨서,
때로는 십수년을 지나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곤 한다.
때문에 공간지각보다는 덜 예민하게 반응한다.

주식투자를 할 때,
주가에 집중하기 쉬운 것은 사람들의 인지능력이 공간우선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성과 측정의 단위인 공간 변화량 즉 주가 차이에 자연 민감하게 주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가(공간)가 아닌 ‘때’ 혹은 ‘시간’에 유의하면 노력도 절감될뿐더러,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림을 보면,
dominant wave라 명명한 큰 파동이 흐르고 있다.
그 위에 secondary wave라 명명한 이차파동이
dominant wave 위에 실려 출렁이고 있다.

모두(冒頭)에서 豫之時義, 隨之時義 라고 했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시간을 미리 예상한다는 것은 대단하고(大) 아름다운 일이다.
여기 논의하는 주식투자에서는 설명의 편의상 이를 추세(趨勢, trend)라고 바꿔 불러도 좋겠다.
하지만, 예측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추세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고사하고,
추세를 제대로 따르기만 하여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trend following)
그런데 추세를 따르는 것일지라도 현실세계에서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일 년 내내 주식시장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secondary wave를 타는 사람들이다.
변화무쌍한 trend를 나름 탄다고 자부하지만,
대부분은 욕심에 눈이 어둡고 겁에 질려,
(※ 겁자무공 탐자견망(怯者無功 貪者見亡) - 마융(馬融))
번번이 손해를 보고 주저앉곤 한다.
dominant wave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secondary wave가 자신의 투자 포지션(position)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들,
dominant wave가 역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면, 이내 쉬이 역전되고 만다.

그 누구라 한들, 시장에서 지배적인 파동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secondary wave가 아닌 dominant wave에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렁이 등에 올라타 제 아무리 서핑(surfing)을 한다고 한들,
용이 꼬리 한번 휘두르면 그냥 급전직하 파도에 휩쓸려버리고 만다.
기왕에 surfing을 하려고 하면 지렁이를 상대하면 재미롭지 못하다.

용의 등에 올라타라!

내가 하고 싶은 전언(傳言)은 이 말 한마디면 족하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용(dominant wave)의 움직임은 크고 유장하다.
그랜빌((Joseph E. Granville)은 54개월 주기를 말했지만,
통상 3~5년 때로는 10년 정도의 주기를 갖는다.

용은 못에 숨어 있다가(潛龍),
때가 무르익으면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늘로 이미 오른 용을 잡아타는 것은 말이 쉽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잡아 올라타기는커녕 행여 떨어지지나 말면 다행이다.
그러하니 차라리 땅바닥에 떨어진 용이나,
못에 숨어 있는 용을 택하여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책이 된다.

무릇, 범이 무서운 것은 강철보다 강한 발톱과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발톱, 이빨 빠진 범이 뭣이 무서울런가?
용이 대단한 것은 비바람을 부리며 하늘을 날기 때문이다.
못 속에 잠겨 그저 하늘 보고 한숨 짓는 용이라면 그 신세가 오죽하겠는가?

지상으로 유배된 용을 잡는 것은
힘없는 부녀자라도 가히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기회는 3~5년에 한번 씩 찾아온다.
운이 좋으면 10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대파국 국면을 노릴 수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런 때가 와도,
실물자산 또는 유가증권에 묶여 있거나,
그동안 다 털려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
등에 올라타려한들 올라탈 여비가 없는 것이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지금은 용이 땅 바닥에 처박힌 형국이다.
땅바닥에 널브러져 몇 년이 방치될지 아무도 모른다.
너도나도 분분히 예상들은 하지만,
지나고 보면 제대로 맞춘 인간들은 거의 없다.
혹여 맞춘다한들 뒷걸음질 치다가 우연히 맞췄을 뿐,
그의 예상 능력이 뛰어나서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하니, 나는 예상을 하지도 않지만, 믿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 용이 하늘가를 날고 있지 않고,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라는 것만 확실할 뿐이다.
빌빌 거리고 있는 용 등에 슬슬 올라탈 궁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재주는 나르는 용의 등에 탈 수는 없다.
다만, 땅바닥에 너부러진 용 등에 탈 수 있을 뿐이다.

연천군에 재인폭포(才人瀑布)라고 있다.
재인(才人)이란 요샛말로 하면 광대쯤 된다.

재인폭포 안내 벽보(壁報)를 보자.
“옛날에 줄을 타는 재인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재인 아내의 미색을 탐하던 고을 원님은 잔치를 베풀고 폭포에 줄을 매달아 재인에게 건너가게 했습니다. 재인이 줄을 타고 중간쯤 건넜을 때 원님이 줄을 끊는 바람에 재인은 밑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재인을 죽인 원님이 재인의 아내를 탐하자 절개 굳은 재인의 아내는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거짓으로 수청을 들다 원님의 코를 물어뜯고 자결하였는데 그 뒤부터 이 마을은 재인의 아내가 원님의 코를 물었다 하여 “코문리”라 불리게 되었으며 현재의 “고문리(古文里)”가 되었다고 합니다.”

재인(才人)은 그리 복이 없는 것이다.
한즉, 재주를 믿지 말고, 때를 타야 한다.
재사박복(才士薄福)하고 미인박명(美人薄命)하다.

나의 이번 주제의 핵심은 “‘때’에 임(臨)하라” 이 하나에 다름없다.
재주는 설혹 무디어도 다만 때만 잘 고르면 족하다.

IMF 국가부도사태 당시도 별별 설이 난분분하였지만,
지나고 보면, 주식투자 시점으로는 가장 적합한 바닥시점이었다.(long position 기준)

운종룡풍종호(雲從龍風從虎)라,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주식투자를 하려면 지렁이나 뱀을 따라서는 아니 된다.
저 구름이나 바람처럼,
용 혹은 범과 함께 하여야 한다.

느긋하게, 유장(悠長)하게 말이다.
물론 이리 하려면, 필연적으로 참음(忍)을 배워야 한다.
홀로 저 깊은 못 속에 잠긴 용처럼 다음을 기약하는 철저(徹底)한 고독과 함께.

주역 건괘(乾卦)의 효사(爻辭)를 보면,
초구(初九)에 잠룡물용(潛龍勿用)란 말이 나온다.
못 속에 든 용은 쓰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지만,
이 말은 실인즉 아직 어찌 사태가 전개될지 모르는 상태를 이르고 있다.
속된 말로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로 전락할 수도 있고,
우풍순조(雨風順調)하여 때맞춰 승천할 수도 있다.

주식투자로 치면,
경제가 곤두박질 쳤다가, 시간이 지나 회복할 수도 있지만,
아예 풍비박산(風飛雹散) 파탄이 날 수도 있다.
일개 가계경제가 아닌 국가경제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가 신뢰한다면,
장차(將次)의 승천을 기대하고 용의 등에 올라탈 수도 있겠거니와,
아니라면, 진작 시골로 낙향하여 명보전(命保全)이나 하는 수밖에 없겠다.

한편, 건괘 상구(上九)에는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나온다.
최고 절정에 오른 용이 뉘우침이 있으리란 뜻인데,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선 주가가 한참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때니,
이때에는 정리하고 뒤로 물러서야 후회가 없을지니,
dominant wave 천정에서는 과감히 물러나는 방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secondary wave는 사실 골과 마루의 어느 위치에 내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dominant wave는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온갖 신문에 비관적인 전망과 사실들이 난무할 때는 dominant wave의 골이요,
반대로 낙관적인 전망과 아우성으로 도배를 할 때는 dominant wave의 마루이다.
이런 극상, 극악의 상태에 이를 때까지 지긋이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반드시 3~5년 때로는 10년 마다 매 고비, 기회가 절로 찾아든다.
이 때 이르러 기동하면 된다.
물론 약간의 경험과 기술적인 트릭을 부리면 조금 더 정확히 변곡점을 가까이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리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온 나랏 사람들이 모두 경악할 때 나서면 된다.
dominant wave 상으로는 판단에 설혹 조금씩 시차가 난다고 하여도
투자 실제에 있어서는 크게 잘못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secondary wave가 아니라 dominant wave는
극점(極點)을 찾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결국 장기투자가 된다.
장기투자를 하라는 말이 아니라,
때를 타려면 결과적으로 장기투자가 되고 마는 것이니,
뜻도 모르고 무작정 시지평(time horizon)을 늘려 퇴장투자를 하라는 것이 아닌 것이다.

지금 같은 때, 느긋이 매수를 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러할 때,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금이 없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왜 그런가?

dominant wave가 아니라 secondary wave를 상대로,
사시장철, 무작정 투자를 하고 있으니,
몸은 고단하고, 마음만 수고로워 바쁠 뿐이다.
도대체가 사람의 능력으로 일변화(daily fluctuation)를 어찌 맞출 수 있단 말인가?
나아가 월변화(月變化)인들 역시 예측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실적은커녕 손실만 잔뜩 안고 멍이 들어 있기 때문에,
막상 10년래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고도 이를 활용할 처지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소액 투자자인 경우 마음이 조급하기 때문에,
secondary wave를 타고 바삐 움직이며,
안달을 하고 있을 따름이니,
어느 명년(明年)에 기회가 있을 손가?

정리하자면,
secondary wave를 외면하고,
오로지 dominant wave를 상대로만 투자를 하라는 말이다.
이리 하자면 결과적으로 장기투자가 되지 않을 수 없으며,
들어갈 때는 지금같은 비관적 전망이 팽배(澎湃)할 때,
나갈 때는 낙관적 전망이 미만(彌滿)할 때를 택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전법을 제대로 몸에 익혀 구사만 하면,
진퇴시(進退時) 외에는 시장을 더 이상 들여다 볼 까닭이 없다.
그저 느긋이 기다리면 된다.
무엇을 ‘때’를 말이다.
그러한즉, 주가를 사는 것이 아니라, 때를 사는 것이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고,
때도 무르익지 않았는데, 주가가 오르길 바란들 그게 마음대로 될런가?

발묘조장.
맹자(孟子)가 공손추(公孫丑)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옛날 宋나라의 어떤 어리석은 농부가 자기 논의 벼가 남들 것 보다 키가 작은 것같자 벼의 순을 모조리 뽑아 올려놓았다. 키는 같아졌지만 벼가 말라 죽었음은 물론이다."

농사도 그러하지만,
무릇 세상의 온갖 열매(결과)는 시간의 세례를 받아 익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때를 사라는 말은 그저 단순히,
흔히 주식속담에 이르는 ‘주식투자는 타이밍’이라는 말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적어도 3~5년 주기의 dominant wave를 상대로 하는 것인즉,
위 속담에서 이르는 단기 투자시점 고르기와는 궤를 달리 하는 것이다.
단기 투자시점 고르기는 그야말로 귀신도 제대로 맞추기가 어렵다.
하지만 dominant wave의 골(troughs)과 마루(peaks)는
그리 힘들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온갖 정보 수집도 다 필요 없다.
난다 긴다 하는 전문가의 조언도 구차하다.

단지, 앞에서 말했듯이 신문만 제대로 들여다보아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온갖 신문에 비관적인 전망과 사실들이 난무할 때는 dominant wave의 골이요,
반대로 낙관적인 전망과 아우성으로 도배를 할 때는 dominant wave의 마루이다.
그대가 조금 한가하다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 경기관련 지표들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저 단순히 신문만 읽어도 경기 돌아가는 판국을 제대로 살필 수 있다.

진퇴, 입출이후에는 그저 쉬(休)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전하는 유일의 투자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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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remarks : 2008. 10. 9. 19: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