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유

bongta 2012. 12. 4. 00:56
낫 - 김남주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모가지를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

***

강아지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 하면,
녀석들이 모두 일떠일어나 주인 발뒤꿈치를 물었으면 어떨까 싶을 때가 있다.

고양이는 쉽사리 그리할 텐데,
정 깊은 ,
강아지에겐 그런 기대가 영 무망하다. 

하기사 농장에 자주 나타나는 들고양이들도,
내가 부러 야단치듯 나무라면 두 눈을 껌뻑이며 듣고 만다.

"네 어미는 어찌 하고 요즘엔 혼자 다니니?"

"며칠 동안 왜 나타나지 않았니, 그러다 몸 축난다."

녀석은,
좀 거리를 두고 웅크리고 앉아,
내 이야기를 딱하다는듯 들으며 두 눈을 깜빡인다.
그럴 때면 귀엽기 짝이 없다.

저 고양이 눈이 깜빡일 때마다,
낫질 인 양,
그리 그렇게,
김남주의 주인 모가지는 베어 떨구어질꺼나?

낫이,
쥔 모가지 따는데 소용이 닿는다면,
철물점에 가서 한 타스쯤은 장만해두어도 좋을 텐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