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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대문

decentralization : 2018.04.23 10:39


봄비가 내리십니다.

 

금융실명제는 1993년 김영삼 정권 당시 제정되었다.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따라 발표 다음날부터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의 신분증이 없으면 통장을 만들 수 없고, 

계좌이체도 할 수 없는 제도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은 크게 흔들렸고,

송금을 하려고 하여도 신원 확인을 해야 가능했으니,

이제껏 자유롭게 처리하던 사람들은 제법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겠지만,

국가 권력은 세금 환수율을 높이며 재미를 톡톡히 보았으며,

보다 더 효과적으로 시민들의 경제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다.

 

내가 이리 금융실명제를 다시 상기해보는 까닭은 무엇인가?

 

년초 거래 실명제 실시를 이유로 가상화폐 거래소 진입에 심각한 애로가 생겼다.

이미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은행이든 통장을 개설 할 때 실명을 확인하고 있다.

만약 금융기관이 통장 등을 개설할 때, 실명을 확인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 계좌가 없는 이들은,

거래를 계속하려면 이 은행에 새로 계좌를 트도록 강제되었다.

그런데, 실제는 어떠한가?

금융기관은 갖은 장애 장치를 만들어놓고는, 계좌 개설을 방해하였다.

 

금융기관이 실명 확인 외에,

통장 개설을 거부할 권한은 ‘금융실명 관련법’엔 없다.

 

돌이켜 보자면, 국가기관은 주민등록제도를 만들어 시민들을 관리하고자 하였다.

고대의 호패법(號牌法)이란 것은, 계급 신분을 명확히 하려는 장치라 할 수 있지만,

실제는 군역(軍役), 요역(徭役)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한 권력기관의 수단임에,

특히 주목하고 싶다.

 

주민등록, 운전면허, 학생증  ...

우리는 살면서 참으로 많은 신원 확인제도란 굴레에 묶여 산다.

요즘엔 핸드폰이 없으면 사람 구실하기 어렵게 되었다.

어디를 가나 툭하면, 이를 통해 실명 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수문장이 하나 더 늘었다.

 

그냥 폰도 아니고 요즘엔 스마트폰이라 잔뜩 폼을 잡지만,

이로 인해 생활이 편리해진 것만큼,

족쇄가 하나 더 늘어나고 말았다.

대저, 세상일이란 일득일실(一得一失), 일실일득(一失一得)인 게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되는 법이다.

 

학생도 아니고, 운전면허도 없는 이라면, 또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이라면,

이 이들의 설 자리는 과연 어디인가?

나는 실제로 주민등록증을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은 이를 알고 있다.

이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온당한가?

이들에겐 거꾸로 사회적 폭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절집에 들어서면,

사천왕상을 만나게 된다.

사방 네 귀퉁이에 험하게 생긴 천왕이 지키고 서 있다.

 

저들 선전대로라면 대자대비하다는 부처를 만나려는데,

왜 저리들 험한 천왕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인가?

부처가 아무리 신통하다고 한들,

외호(外護)가 없으면 안심을 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함인데, 이 험하디 험한 세상에,

까짓 주민등록 아냐 더 무시무시한 열두 대문이 거푸 빗장 질러져 있다한들,

그것이 무엇이 문제가 된단 말인가?

 

하지만 말이다.

세상이 젖과 꿀이 흐르는 복토라면,

그리고 그런 세상을 지향하려면,

저 따위 열두 대문은 하나 하나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부처가 그리 대자대비하다면,

어찌 하여 사천왕을 도열시켜 뭇 중생들을 겁박하는가 말이다.

부처 그대 당신은 조폭 두목이라도 되는가?

 

그대가 부처이든, 조폭이든 나는 상관치 않겠다.

하지만,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두 대문을 하나하나 깨버리고 싶다.

그대들이 옭아매려 던지는 흑승(黑繩)도 단칼에 끊고,

목에 씌우려는 항쇄(項鎖)도 거부할 터이며,

발에 채우려는 차꼬(足鎖)도 물리치고 싶다.

 

雨簫笛及種種音樂

 

빗소리가 마치 젓대소리처럼 들리노니,

하늘에선 마구 진주 구슬이 떨어지고 있다.

풀잎엔 향기로운 안개가 연신 피어 오르니,

봄 기운은 이리도 곱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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