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인연

소요유 : 2012. 4. 4. 15:37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법정)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

새벽 3시.
하늘을 쳐다본다.
보름을 하루 앞두고,
조금 이지러진 만월이 차디찬 허공에 걸려있다.

그 야밤을 지치어 서울로 가다.
천천히 차를 몰았다.

오는 도중,
뒷칸을 향해,
나는 가만히 타이른다.

"아저씨와 함께 서울로 가는 거다.
가서 아주머니를 만나자."

이 착하디 착한 아이를 6년간이나 한데에 버리다시피하여,
추위에 떨고, 배를 주리게 할 수 있음인가?

저들은 참으로 사람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고나.
저 흉악한 치들을 나는 용서하기 힘들다.

여기 시골에도,
염천지절에도 물 한그릇 주지 않고,
엄동설한에도 거적 하나 넣어주지 않는 흉칙한 악인들이 바로 이웃에 있다.

그러자,
처가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하였던 적이 있는 법정 스님의 시를,
이 와중에 뒤돌아 홀로 베끼어 내게 내민다.
이번엔 천천히 그의 시를 음미한다.

출가인이 어찌 이리도 세간사의 사정을 꿰뚫고 있음인가?
과시 文과 道를 아우르신 이 시대의 드문 승려다.

저런 악인들과 잠시 잠깐이나마 거래를 틀었던 것이 후회스럽다.

버려진 아이와 인연 짓길 1년 반,
그리고 식구로 맞아들여 2년 3개월.

한없이 착하고 어여쁜 아이가 별이 되었다.
나는 오늘 슬프다.

지금은 슬픔과 분노로,
더 이상 글을 잇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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