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농사 : 2013. 6. 5. 15:39


밭엔 요즘 거의 종일 두더지 퇴치용 地中 음악을 켜놓는다.
이 퇴치기를 설치한 이후 두더지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두더지 구멍 열중 아홉은 없어진 양 싶다.
덕분에 음악 방송을 자연 청취하게 된다.
어느 날 KBS FM을 듣는데 맛과 온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유심히 들으며 챙겨두었다.
오늘 관련 자료를 뒤적이며 다시 정리를 해보았다.

지난 번 배웠던,
블루베리 맛, 향과 연관되어 더욱 흥미가 일었다.

맛, 향.
그리고 당(糖)과 산(酸).
이를 염두에 두고 혹 한 소식 얻을 수 있을까하는 조그만 기대를 해본다.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은 혀보다 코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맛의 80%는 코로 감지되고, 20%는 혀로 감식된다고들 말한다.
이는 음식에 풍기는 휘발성 aroma(芳香)를 코로 맡고는,
먹기도 전에 벌써 음식의 정체를 알아채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네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맛은 눈으로도 느낄 수 있는 바,
실로 오감이 총동원되는 감각이라 하겠다.
하기사 생명체는 먹어야 살아갈 수 있으니,
먹을거리를 감별하기 위해선 감각기관을 총동원하여야 했으리라.

사람의 혀에는 대략 10,000개의 미뢰(味蕾, taste buds)가 있는데,
3주에 한 번씩 새로 교체된다고 한다.
맛의 감수능(感受能, sensitivity)은 대략 다음 순으로 증가한다.
단맛 < 짠맛 < 신맛 < 쓴맛


(味蕾的基本結構和原理 출처:http://www.byb.cn/doc_1814-2.aspx)

흔히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을 오미(五味)라 하지만,
이중 신(辛), 즉 매운 맛은 통각(痛覺)일 뿐이라,
실제는 사미(四味)만 있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런데 근래엔 umami(鮮味)까지 넣어 오미를 셈하기도 한다.
저들 주장으로는 umami는 1985년경 정식으로 국제학회에서 인정되었다고 한다.
(http://www.ajinomoto.com)

umami는 한 마디로 아지노모도 맛을 연상하면 된다.
monosodium glutamate (MSG),
disodium 5’-inosine monophosphate (IMP),
disodium 5’-guanosine monophosphate (GMP).
상업적으로는 이 세 가지로 이 맛을 만들어낸다.

일본인이 만들어낸 아지노모도가,
가다랭이, 다시마 따위의 맛을 재현한 것이라지만,
이게 출현하자 이제까지의 4미를 넘어 5미로 새삼 지평을 넓혔단 말인가?

그럼 1985년 이전엔 우리 감각기관이 없던 것이 새로 만들어지기라도 하였는가?
아니면 그 이전엔 학자들이 태만하여 미처 발견하지 못하였는가?

맥루한( Marshall McLuhan)
일찍이 이 분은 이리 말했다.

"The medium is the message."

나는 아직도 구닥다리 핸드폰을 쓰고 있지만,
요즘 스마트폰을 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난다.

전파를 이용한 매체들은,
signal을 carrier에 실어 구천(九天) 허공을 저어나가,
종국에 천지 사방에 정보를 흩뿌린다.
signal이든 carrier든 모두 전파임에 마찬가지지만,
signal을 더 많이 나르긴 위해서는 carrier가 더욱 고주파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고주파는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핸들링 하는 기술과 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조그마한 스마트폰 하나로,
수 기가에 달하는 영화조차 단박에 받아내려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carrier가 signal 유통, 나아가 형식, 내용까지,
한정하고 제약하고 있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 우아미라는 것은 역으로 내용이 형식을,
대경(對境)이 舌감각기관을 새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작 폐기되었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이 부활이라도 하여야겠군.

군에 징집되어 한참 훈련병 시절이었을 때 겪었던,
아지노모도 맛과 얽힌 아주 강렬한 기억 하나를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일식삼찬도 아닌 일식 일찬 내지는 이찬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는데,
나는 근 열흘 이상 냄새나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료 하나가 라면 스프를 찻 수저 하나 정도쯤 나눠주었다.
이를 구린내 나는 국에다 타 넣고는 휘저어 한 술 떠먹었는데,
당장 입 안에서 난리가 났다.
혀가 배배 꼬이는데,
마치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린 양,
혀가 제 홀로 천지사방 날뛰며 엉키며 수습이 아니 될 지경이었다.

혀가 속아 넘어간 덕분에 그 날 밥을 처음으로 좀 떠먹기는 하였지만,
이 아지노모도가 참으로 요상하고 괴이한 물건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삿되고도 삿된 것이로고’

군자가 삼가야 할 것이 여럿이되,
그 중 하나가 몸을 배배 꼬며, 눈웃음을 실실 풀어 헤쳐 놓는 요사스런 계집이 으뜸이라.
헌데 내 혀를 저리 제 마음껏 농락하는 저 아지노모도라는 것이야말로,
요망스런 저 계집과 한 치인들 그 무엇이 다를쏜가?

난 결코 군자가 아니요,
그저 연천지경 푸른 들에 버려진 한낱 필부에 불과하지만,
우리 집에선 화학조미료를 가까이 하지 않고 있다.

잡설이었다.

짠맛은 MSG 맛을 강화한다.
약간의 짠맛은 단맛을 강화한다.
후추는 단맛을 저감시킨다.
바닐라는 단맛을 강화한다.
계피는 단맛을 강화한다.
짠맛과 신맛은 고농도가 아닌 한 서로 맛을 강화한다.

통상 두 가지 맛이 함께 있을 때 농도가 진하지 않으면 서로 맛을 강화하지만,
진할 경우엔 상호 억제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긴 하다.
가령 짠맛과 umami는 진할수록 상호 맛을 강화한다.

아래 그림은 두 가지 맛의 조화와 억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몇 가지 예시를 하면,
일테면 짠맛은 진할 경우 단맛을 억제하며,
단맛과 신맛은 진할 경우 상호 맛을 억제한다.


( 출처 : http://blog.khymos.org/2007/05/01/practical-molecular-gastronomy-part-5/ )

블루베리의 경우 당산비(糖酸比)의 조화를 많이 이야기 하는데,
표에 따르면 당과 산 양자는 상호 조화보다 억제 관계임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가령 어느 쪽이든 과도하게 강하면 다른 한쪽의 맛을 억제하며,
특히 단맛의 경우엔 중등 정도의 세기라도 신맛을 억제한다.
과연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양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어느 한쪽에 특화된 맛을 강조하는 것이,
비용(노력)을 고려한 현실적인 만족해(滿足解)가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이는 블루베리 재배자 입장이고,
현실적으로는 소비자 기호도 돌봐야하기 때문에,
과연 이게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도 있을까는 고민해보아야 할 과제라 하겠다.

재미있는 것은 약간의 짠맛은 단맛이든 신맛이든 이 맛들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란 속담이 있지만,
음식에 짠맛을 잘 활용하면 다른 맛들을 적절히 조화롭게 향상시킬 수 있다 하겠다.

미각은 또한 온도에 따라서도 그 감수성이 달라진다.

쓴맛과 짠맛은 찰 때 더 느끼는 강도가 강해진다.

신맛은 뜨거울 때 강도가 강해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지만,
온도 변화에 별 영향이 없다는 연구도 있다.

단맛은 온도 변화에 별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온도가 높을 때 강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령 아이스크림이 녹았을 때 먹기가 거북할 정도로 달게 느껴진다.
때문에 아이스크림 제조업자는 차가우면서 달게 하기 위해,
갖은 재주를 다 부린다.
한편 체온과 가까울 때 가장 달고 그보다 낮거나 높아질수록 강도가 약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실로 중구난방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녹았을 경우엔 확실히 더 달게 느껴진다.
우리 미각은 감미(甘味)의 경우 차가울 때보다 온도가 높을 때,
더 달게 느낀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블루베리의 경우 차갑게 먹는 것보다 어느 정도 온도를 높인 상태에서 먹는 것이 유리할까?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미각 조건에 앞서,
블루베리에 들어 있는 과당의 성질을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당은 furanose(5-ring)과 pyranose(6-ring) 두 가지 고리 형태가 균형을 맞춰 함께 존재하는데,
수용액 상태가 된다든가, 온도가 높아지면 pyranose 비율이 급속히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pyranose는 외려 설탕(자당)보다도 당도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블루베리뿐만 아니라 과일은 어느 정도 차갑게 해서 먹어야,
더 달게 먹을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각 기관 조건보다 식재료의 물성 조건이 더 지배적이니,
블루베리는 가급적 차갑게 하여 먹을 일이다.

4미에 이어 umami가 나서서 5미를 점하고 있지만,
6미는 왜 아니 없을쏜가?

동산 위에 수줍게 달님이 지켜보실 제,
고은 님과 함께라면,
5미를 넘어
六味의 경계로 들어서지 않으랴?

고은 님은 어디에 계시온가?
달님이 숨어드신 그믐께지만,
오늘 밤엔 밭 언덕에 올라 님을 그려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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