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질소

소요유 : 2015. 4. 13. 03:05


4월 5일 전후로 농원엔 묘목을 사러 오시는 분들이 늘 계시다.

농원 둘레는 가근방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보(散步) 길이다.


어제 후문께 공터에 대추나무와 꾸지뽕 식재를 하고 있는데,

두 양주(兩主)께서 블루베리 묘목을 사겠다 하신다.

2년 전에 심은 대추나무는 예기치 않은 사정 변경으로,

옮겨 심었는데 그만 죽어버렸다.

나는 대추를 사뭇 좋아한다.

과일(?)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대추이다.


식재 작업을 마무리하고, 그 분들을 맞이하여 응대하다.

식재 방법과 생리 상태를 간단히 설명을 하다.

비료를 어찌 주는가 물으시기에 줄 필요 없다 이르다.


언필칭 비료라는 게 질소分이 주 성분 요소일진대,

이를 과용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설명 드렸다.


가령 시장에 가서 시금치를 살 때,

푸른 것을 넘어 짙푸르고, 급기야는 푸르다 못해 검은 것은,

질소분이 과(過)투하된 것으로 피해야 한다.

이는 아질산염이 축적된 것으로,

백혈병 등 암을 일으키는 중요 인자임을 강조하였다.


그러자 이 분들 말씀이 아연 놀랍다.

여태껏 시장에 가서 이런 것들만 골라서 구입하였다고 한다.

이런 것일수록 잘 자란 것으로 생각하였다 한다.


블루베리는 비료를 굳이 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외부 영양원 요구량이 적다.

환경을 잘 마련해주면 더욱 더 비료를 줄 까닭이 없다.

용토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소개하다.

나는 비료를 주지 않고,

초생재배만으로 애오라지 자연농법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 밭은 기실 황토라 비료를 쓰지 않는 방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난 이를 거지반 내 소박한 농사 철학과 의지, 

그리고 그 실천 내용의 중심 테제인 초생재배로 극복하였다.


그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며,

백배 치사를 하며 돌아들 가셨다.


오후엔 농원 둘레 길을 순례하며,

하늘 왕국을 꿈꾸는 이들이 접촉해와서 잠깐 접응(接應)하다.

여기 시골 동네엔 정말 여호와증인이 많구나.

내 시간이 많다면, 기회를 잡아 저들의 활동상을 취재하고픈 호기심이 인다.

저들의 집념, 그 독실한 신앙생활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요즘 사람들에겐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성실한 태도가 존경스럽다.


농원 어느 곳에도 비닐이나 부직포 등의 화학적 멀칭이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기에,

나는 풀과 함께 키우고 있다 하자,

지나다니며 혼자 그리 짓고 있는 것을 보기는 보았다 한다.

그러면서 이 넓은 곳을 왜 사람을 쓰지 않고 혼자서 감당하느냐 묻는다.


보아라,

시장에 나가 접하는 푸성귀들이라는 것이,

푸르다 못해 검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을 쓰면 그들 월급을 주어야 하고,

그러려면 많이 팔아야 한다.

그것도 빨리 몇 회전씩 돌려 팔아야 한다.

그러자면 저녁에 자리에 누워서도,

잠을 설치며 온밤을 하얗게 새우며 어찌 그리 할 수 있을까,

갖은 궁리를 트지 않을 수 있겠음인가?


오늘날의 사람들에겐 가장 쉬운 방법이 곁에 있음이다.

이 때 비료를 치지 않을 수 없으며,

조급한 성과를 내려,

급기야는 남보다 더 많이 넣고자 하지 않을쏜가?

이리 되면 혹 작물은 빨리 크고, 

쉬이 장에 내다 팔 수 있을 수도 있으리라.


허나, 이 모두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것임이라,

세포가 거죽으로는 커져 장대하나,

실인즉 속알이 여물지 못하여 연약하다.

이를 노려 병충해가 작물을 공격하게 되는 바,

이때에는 또 농약을 끌어들여 대처하게 된다.

허니 비료란 필연적으로 농약과 짝을 이루는 것이라,

이 모두는 번뇌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질소가 식물체를 이루는 주요 구성 성분임은 틀림없으되,

이게 필요 이상으로 많게 되면,

절간(節間)이 늘어난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세포가 제 능력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말인데,

옥수수를 뻥튀긴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크기는 몇 배 불어났지만 세포간 긴결성(緊結性)은 느슨해져,

외부 위해 세력의 타격에 쉽게 와해되고 만다. 

게다가 잔류 분은 아질산염의 형대로 남겨지게 되는데,

이게 인간에게 치명적인 발암 유발 인자임이 밝혀졌지 않은가?


결국, 이를 취하는 인간은 과잉 질소에 따른 유해물질 해악을 피할 수 없고, 

병충해 방제란 핑계 하에 자행되는 농약 살포는 그 잔류 해를 남긴다.

내 눈엔 도대체가 농약 사용이란 비료 사용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

현대 농업의 피할 수 없는 감내 사항이 아니다.

비료 사용이란 농민 욕심, 또는 소비자 욕망의 결과이고,

농약 사용이란 그 필연 소산인데,

이런 인과 관계가 제각(除却)되고,

도리 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 선전된다.


유기농을 하는 이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저들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을 뿐,

언제나 비료 투입에 안달이다.

비록 유기비료라 하지만 이 역시 할 수 있는 한,

많이 넣고자 갖은 꾀를 내고, 용력을 쏟는다.

이에 따라 농약 사용도 적지 않다.

이 또한 유기농약이니 친환경 약제 운운하지만,

돌아가는 이치는 저들 관행농의 농민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도대체가 그리 훌륭한 유기농이라 하는데,

왜 병충해는 관행농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많은가?

나는 수년 전부터 이를 심각하니 의심했다.

그래서 나는 유심히 관찰을 하였는데,

문제는 저들 역시 비료를 많이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소출을 많이 보고,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욕심에 있어 관행농의 그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나도 한 때는 일시 저들의 농법을 본받아,

미생물 배양도 해보고,

유기 자재를 만드는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고,

사람이 감당하기에 그리 녹록하지 않는 짓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한 두 차례 시도하다가는,

그냥 장비를 내버려두고는 가차 없이 떠나버렸다.


저들 중 극성스런 이들은 비료를 넘어 영양제를 투입하려 하고,

내가 보기엔 사뭇 얄궂은 말인즉슨, 

그것도 값이 비싼 고급 비료나 영양제를 탐하게 된다.

이는 끝없는 욕망의 불타오름 그 결과라 할 터.

이 태반은 장사꾼들의 농간일 터이지만,

농부들의 불안의식은 제 실상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다.


실제 나는 블루베리에 고급 비료를 써야 된다는 인간 하나를,

인터넷에서 만나 글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의 비료 그것도 고급비료 사용에 대한 고집스런 주장은,

최소한 내가 재배하고 있는 블루베리의 경우라면 결코 동의해줄 수 없다.

내 밭(田神)만큼은 나의 이런 말씀을 두고 결코 틀렸다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밭엔 비료, 농약을 치지 않음이니,

남들이 걱정하는 병충해가 아예 없다.

전혀!

내가 이르는 것이 허언(虛言)이 아니니,

이는 여기 내 밭이 여실히, 삼삼하니 증언하고 있다.

게다가 풀과 함께 자라고 있음이니,

이 또한 우리 밭의 조촐한 덕성(德性)이 이러함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이 이치가 오늘날 질펀하게 벌어지는 현실 내용에서 찾아지지 않던가?

이 ‘욕심’ 내용이란 것이 빨리 키워,

돈을 한껏 벌려고, 

비료를 마구 처넣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실제 우리나라의 비료 사용량/잔류량은 전 세계를 통틀어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출처 : http://www.nongup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721)


그러함이니 과채류엔 질소 과잉으로 아질산염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게 발암 유발인자라는 것은 과학적 진실이다.

그러함이니 이를 어찌 ‘죄’라 이르지 않을쏜가?

이게 축적되면 어찌 ‘사망’에 이르지 않을 도리가 있겠음인가?

이리 저들을 향해 말씀의 호루라기를 단숨에 불어내었다.

그러자 나를 보고 저들 여호와 증인은 이른다.


‘성경 공부를 하고 계심인가 보다.’


‘공부란 게 별 것이 있는가?

자신이 임한 곳에,

그 말씀을 실천하는 것 외에 별도로 달리 구할 것이 있는가?’


그러자 그는 말한다.


‘이 세상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아는 일이지만 그리 못할 때도 많다.

이의 해결은 오로지 왕국 세계를 만날 때라야만 가능하다.’


내가 그래 이리 말해주었다.


‘그것은 당신들의 믿는 바이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이곳에서 구체적 실천 현실로 진실을 만나고 있다.

행을 닦음, 곧 수행(修行)이 없다면,

그 믿음은 공허하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갔다.

누군가 말씀을 전하는 이들도 필요하리라.

하지만 오로지 말씀을 전하는 일에 갈급(渴急)하여, 미처 틈을 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수행이 함께 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여간 슬픈 노릇이 아니라 할 수는 없을 터.

오늘의 이 땅 현실 속에 살면서 행은 없고,

말씀만이 따로 있으며,

내일 하느님을 만날 일만 꿈꾼다면,

도대체 행여 그리 만나는 천국이 있다할손,

얼마나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가?

저들에겐 오늘을 사는 현실은 저 멀리 버려져 있다.

그러하다면 저들처럼 어느 한 날 받아,

오늘의 현실을 지우고 통으로 휴거됨을 기약해야 하리라.


무문관이란 책엔 스님 하나 계셔 그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나는 한참 어리석어 이승에선 도를 이룰 그릇이 아니니,

차라리 대중에게 공양이나 모시는 채두(菜頭) 소임이나 맡으리라,

이리 작정하신 분이 계시다.

그는 천국을 꿈꾸는 짓을 하지 않았다.

다만 현실에 충실하였다.

나중엔 이리 하심(下心)으로 도를 이루다.


만약 저들 여호와 증인이 이런 심정으로,

전도행위 즉 소위 저들이 이르는 봉사활동에 일로매진 한다면,

이 어찌 갸륵하지 않으랴?

하지만 행여라도 이로써 혹 천국행 기차표를 예비하려 함이라면,

이 또한 서글픈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마침 전화 한통을 받다.

‘착한 가게’란 농산물유통업체인데,

홈페이지를 보았다며, 나를 두고는 농법에 자부심이 대단하단다.

그러면서 홈페이지 관리를 잘 하지 않으신가 보단다.

난 여느 이들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지 않을 뿐이다.

농원에서 작물에 물주고 가지치기 하는 것 따위의 일상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겐 이야기꺼리가 되지 못한다.

다만 농원에서 겪으며 유발된, 유출된 단상이나 느낌으로 대신한다.

난 자부심을 갖으려고 별도로 애를 쓴 바도 없음이다.

허니 자부심 운운하는 그의 말씀은 그가 느끼는 바, 그의 소관이로되,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자신의 업체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싣게 되면 홍보 효과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리 말씀하신다.

난 홍보하는데 별반 관심이 없다.

그냥 내 길을 걸을 뿐이다.

홍보하는데 한눈을 팔게 되면,

무리가 따르고, 욕심이 승하며,

필경은 제 할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


곰보딱지 구멍구멍마다 박가분(朴家粉)으로 메꾼다고,

숨긴 제 본색이 달라지기라도 하는가?

못난 얼굴 칼질로 코를 세우고, 눈을 짼다한들,

전에 아는 이들이 그것 쳐다보며 행여라도 감흥이 일겠음인가?

모르는 이들은 아지 못함이니 이 또한 저들을 속임이 아니더냐?

차라리 못난 얼굴일지라도,

일일(日日) 새록새록 샘솟는 진실된 마음과 마주함과 어찌 같으랴?


요즘 한참 세상 밖을 드나드는 철학자 하나가 있다.

이자가 얼굴 칼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설을 풀더라.

저자가 학문이 깊고, 지혜가 뛰어나다한들,

내겐 아직은 조금 모자란 녀석이구나 싶다.


내가 을밀 자연농법을 하고 있는 것은,

이로써 장에다 많이 팔아 돈을 많이 벌기를 의욕하고 있음이 아니요, 

결코 천년 왕국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게 옳은 길이란 조그만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국으로 들어가길 원하는 저들 간절한 믿음에 비해선,

나의 소박한 신념은 한참 모자라 감히 어깨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저들이 믿음에 바치는 정렬과 신에 대한 사랑에 감탄한다.

세상의 모든 믿음이 헛되지 않고,

사랑이 진실 되며,

소망이 낱낱이 영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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