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한국 농업의 실상 ⅱ

농사 : 2016. 3. 7. 22:49


내가 우연히 우리나라 농사 실정을 전하는 기사를 대하고는,

바로 앞에서 글 하나를 올렸었다.


그래 흥미가 일어 조금 더 조사를 해보게 되었다.


2002년 칠레와의 FTA(2004년 발효)를 시작으로 

미국, EU, 중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등 농산물 수출 강국과 FTA를 체결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산업 중에서 농업 분야의 타격이 가장 심하다.


대표적으로 포도, 매실 가격은 크게 내려 그 피해가 심대하다.

지난 기사에 따르면 2011년 116ha였던 매실 재배 면적이,

전략 식품산업 육성산업으로 2014년엔 750ha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3년 사이에 거의 7배나 늘어났다면 이것은 전략이 아니라 실로 망략(亡略)이라 하겠다.


포도 농가 실태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12월 ‘한·칠레 FTA 국내대책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보고를 통해 “2010년 국내 시설포도 재배면적이 2,242ha로 2008년 대비 13.4% 증가했다”면서 “칠레산 포도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시설포도를 수익성 있는 작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http://www.ikpnews.net/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20411)


관의 인식은 이러한데, 당시 포도재배 농가들은 턱도 없는 소리라면서,

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이전 면적으로는 생활을 잇기 어려운 형편을 외면한 평가라 하였다.

실제 10 년 전에 비해 포도 가격은 6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각종 농자재, 인건비 등 생산비가 오른 것을 고려하면 적자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포도 재배 면적은 2000년 2만9천㏊에서 지난해(2014) 1만6천㏊로, 포도 생산량도 같은 기간 47만6천t에서 27만2천t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4/17/0200000000AKR20150417161200030.HTML)


저들은 이것을 또 어떻게 설명할 터인가?


주요 농산물 재배면적을 조사해보았다.

2000년 기준 2014년까지 포도는 지속적으로 감소를 하고 있는데 반하여,

사과, 복숭아, 감귤은 외려 늘고 있다. 


블루베리 농장이 있는 연천군의 경우 고사리, 사과를 지원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 기후 온난화에 따라 북방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며,

새로 과원을 만드는 농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온난화 현상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겨울철 기온의 변동성 역시 크게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예기치 않은 한파가 몰아 닥쳐 과동(過冬)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함부로 온난화에 따른 예단을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앞에서 다룬 통계학적 표현을 빌린다면,

평균 기온은 올랐지만, 그 분산(分散, variance)은 커지고 있다 하겠다.

분산 즉 변동성이 커지면 농작물엔 큰 피해를 끼친다.

기실, 농작물 재배환경의 중요 영향 인자는 평균 기온보다 변동성이다.

특히 겨울철 기온 변동성이 크면 동해에 취약해진다.

가령 월동(越冬) 내한 온도를 벗어난다든가, 

봄철 한파의 급내습(急來襲)은 농작물에 심대한 타격을 가한다.

지구 온난화의 효과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실제 2000년 이래 연 3년 간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간 적이 있었다.

여기 매실 농사를 짓던 분은 겨울철에 나무가 다 얼어 죽어 폐농하고 말았다.


작목 변경이 일어나는 것은 농사 일선에선 그 자체가 악은 아니다.

하지만 FTA 체결에 따른 급격한 농업경제학적 환경 변화 때문에,

작목 변경이 작위적으로 일어난다면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앞서 사과 재배를 두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이게 농가 개별 단위의 판단이라면 놔두고 볼 일이지만,

관에서 적극 개입하고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가령 본래 추운 지역에선 지구 온난화를 구실로,

사과 재배 식재를 권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하는 의구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게다가 작목 개폐가 ‘FTA 피해보전직불 및 폐업지원’ 정책에 따라,

빈번히 일어나기도 하는가 보다.


금호읍 호남리에서 시설포도 농사를 짓다가 지난해(2015) 폐원 신청을 한 김oo(74)씨는 “9년 전 쯤 복숭아 폐업 신청을 했다가 이번엔 포도 폐업 신청을 하게 됐다”며 “혼자 작업하다보니 포도 농사가 버겁고, 가격도 좋지 않아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포도밭에는 복숭아를 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5214)


복숭아 → 포도 → 복숭아


이리 작목 재배를 쉽게 옮겨가고 있는데,

나는 실로 슬프고도 우스운 모습을 증언하고자 한다.


9년 전 쯤이면 2006년도이다.

그 전해까지 4년간 전국 복숭아 재배면적은 16,000~15,000ha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6년도엔 13,000ha로 대폭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후 3년 연속으로 감소 추세가 계속되다.

그러다 그 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지금까지 이어온다.

그러니까 2006년도 그가 포도로 작목 전환을 시작한 시점부터,

복숭아 과원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실로 그는 마지막 고비에서 탈출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2015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최종인쇄본).pdf)


그런데 포도 재배면적은 어떠한가?

2000년 31,000ha로 정점을 기록한 후, 

2014년 현재 16,000에 이르도록 추세적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농부는 폐원하고 다시 복숭아로 작목을 바꾸려고 한다.

이제 포도가 시장 경기 바닥을 찍고 전환할지는 쉽게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폐업 신청을 하고, 복숭아로 전환한다면, 

폐업 지원금(3년 순이익 상당금)을 챙겨,

최소 3년은 시간 부담을 덜 수 있다.


과수 재배 종목을 새로 바꾸고, 제대로 수익을 내려면 3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도 이를 불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선은 단 것이 곶감이라고 지원금 받아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하지만 신규 작목이 성목이 될 때까지 추가로 투입될 시간과 비용은,

단순 셈으로도 지원금을 넘을 것이다.

이러함인데도 기회만 있으면 작목 폐업 신청을 다툰다면,

현 작목 수익성이 결코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원금이라는 것이 작목 변경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우선은 당장의 열악한 작목을 정리하는데 그 주요한 정책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관리 당국에서 대체 작목을 지도는 한다고 하지만,

이를 강제할 실질 수단은 없다.

만에 하나 농민들의 불만을 달래고,

문제를 지우기 급급해,

별 고민 없이 폐업 지원금을 방출한다면,

이는 위험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위 사례처럼 다른 작목으로 갈아타게 될 때,

공연히 그 당해 작목 생산량을 늘려 시장 균형을 교란할 우려가 크다.


과수 일반에 걸친 포괄적인 정책을 강구하지 않고,

작목 하나의 문제를 다른 작목으로 이월하는 결과가 될 것임은,

누구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폐업하고 농지를 그냥 놀려두는 것도,

국가 대계(大計)를 생각할 때, 하지하책에 불과하다.

농업이란 식량 주권과 국가 안보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과원 하나가 제 구실을 하려면,

식재 후 대략 10여년은 되어야 한다.

그러함인데 폐업 지원 제도는 쉬운 폐업을 유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9 년 만에 애써 가꾼 과원을 무화시킨다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 보면 그 손실이 너무 크다.


농부가 폐업하고 새로 진입하는 작목 업계는 뜻하지 않게 공급 과잉으로,

곤란한 일을 겪게 된다.

이는 폭탄 돌리기 게임처럼 위험을 이웃에 전가할 뿐,

국가 전체적으로는 아무런 위험 감소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진입, 개폐에 따른 시간과 노력은 일껏 땅에 새로 묻는 일인 바,

매몰비용(埋沒費用)으로 계상(計上)되어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과수 농사란 대를 이어 지어야 얼추 재배 물리가 생길 정도로 쉽지 않다.

오늘날 현대식 작목 기술이 확립되고, 교육 시스템이 지 아무리 잘 정비가 되어 있다한들,

농지, 당해지 기후, 농업인 등의 개별 제약 재배 조건에 따라,

안정적인 생산,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러함인데도,

이리도 화냥년 시집가듯 작목 개폐가 쉬이 일어나서야,

어찌 재배 기술이 숙련될 틈이 있을 것이며,

지속 가능한 농업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겠음인가?


이 모든 것은 농업을 하시(下視)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FTA를 핑계되고 있지만,

이는 거죽 이유이고,

기실은 애초부터 농업을 버리기로 작정하였기 때문이다.


그 어느 날,

정책 당국자는 입에 칼 물고 날뛰며,

농사 지으라고 생난리를 피울 것이다.

그 때엔 농부란 농부는 이미 밭을 버리고 전부 흩어져버렸고,

논이란 논은 모두 버려져 소금기가 서걱서걱 슬픈 소리를 내고 있으리라.


들녘엔 갈까마귀 떼가 악을 쓰며 울고 있는데,

철지난 허수아비는 다 떨어진 옷을 입고는,

추위에 떨고 있다.


이는 농업뿐이 아니고 축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15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최종인쇄본).pdf)


작금의 한우 쇠고기 시장은 과시 난이 일어난 형국이다.

예년 대비 50%~80% 가까이 가격이 등귀한 상태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위 통계를 보면 20마리 이하의 소농은 모조리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반면 대농은 제시 기간 사이 3배 이상 늘어났다.


2000 기준 2014 현재 사육 호수 변동 현황

소 : (70-274)*1000 = -204,000

중 : 19008-11380 = 7,628

대 : 14537-4061 = 10,476

(소농 호수가 274,000에서 70,000로 줄어들었다. 25%만 남겨진 것이다. 거의 싹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생산, 가격 완충 역할을 할 소농가를 없애버리고,

가격 주도 장악력이 뛰어난 대농 위주로 판을 짜놓았기 때문에 가격이 하방 경직성을 띄게 된다.

따라서 한우 쇠고기 가격이 등귀하고 있지만,

그 과실은 대농이 다 가져가고,

소농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기 때문에 소외되고 있다.


축산 농가도 정책적으로 폐업 지원제를 시행하고 있어,

사정은 일반 농가와 다름이 없이 대농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농업 기반을 허물기를 작정하지 않고서야, 

소농들을 모조리 쫓아낼 수 있겠음인가?


이는 마치 골목길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쫓겨나고,

그 자리를 재벌들의 마트, 점포가 점령해버리고 있는 형국과 매한가지다.

숲이나 연못 하나를 두고도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선양하고 있음이나,

우리네 인간 생태계엔 괴물급 경제 단위가 독식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책 당국자가 앞장 서서 주도하고 있음이니,

이런 무도(無道)한 일이 또 있을 수 있음인가? 


생태환경이란 그리 쉬이 복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어찌 슬픈 노릇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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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 2016. 3. 7. 2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