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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으로부터 생활형으로의 진화

소요유 : 2017. 5. 29. 11:18


새로 중책을 맡아 일을 막 하는 이들을 흔들고 싶지 않다.

그렇다 하여 제법 그럴 듯하니 개혁책을 내놓는다 하여도,

무작정 상찬(賞讚)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비바람이 잦아지고 난 후엔,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가지도 부러지고, 장독도 깨져버리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하기에 매사 부하뇌동 흥분할 일이 아니라,

차분히 지켜볼 노릇이다.


최근 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을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내 원래는 이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헌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다음 말을 듣고는,

불현 듯 예전의 일이 떠올라 고소를 금치 못하였다.

이에 잠깐 소회를 펴고자 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과 관련해 “이익을 위한 위장전입과 생활형 위장전입은 다르다”고 말했다.“

(출처 : 우원식 “이익을 위한 위장전입과 생활형 위장전입은 달라”)


위장전입을 하는 이유는 생활의 편의가 아니라 명백히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함이다.

전입/전출 권리는 민주 시민의 자유권에 속한다.

하지만 이를 위장하는 이유는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러함에도 이를 불사(不辭)하는 이유는,

그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들키지만 아니 하면, 남는 것이 있다.

만약 틀켜버려 사회적 지탄을 받고,

급기야는 대사를 그르쳐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이 있음을 아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고로 위험을 사는 자는,

그 댓가 역시 본인이 치러야 한다.


정가에서는 ‘인사청문회 통과 기준을 조속히 정하자’고 하였다 한다.

그것도 한 가지 방책은 될 수 있다.

하지만 말이다.

그 기준에서 이제 위장전입은 별 것 아니니 빼자고 할 것인가?


애초 문재인은 후보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저들은 인사청문회 통과 기준을 조속히 정하자 하였는데,

그럼 이 중에서 무엇을 유지하고, 뺄 것인가?


만약 저 중에서 하나라도 빼게 되면,

저런 비리들은 공직을 맡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 천하에 알리는 일이 될 터인데,

그게 과연 온당한 짓이 되겠음인가?


2009년도 조기숙의 말을 기억하는가?

(※ 참고 글 : ☞ 조기숙의 생계형 범죄)

노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조기숙은,

노무현家의 박연차로부터의 돈 수수와 관련되어 이런 말을 했었다.


“언론에서 역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하고 같은 선 상에서 놓고 보도를 하고 있는데 생계형 범죄에 연루된 사람을 조직적 범죄를 진두지휘한 사람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상식에 어긋나는 일”

(출처 : 조기숙 교수, 노 전대통령 범죄는 생계형 범죄)


8년이 지났는데,

저들은 화법은 별 반 달라진 바가 없다.


다만 ‘생계형’에서 ‘생활형’으로 좀더 부드럽게 진화했다.

생계형은 먹고 살기 위한 것으로 의미가 좁고 강하지만,

생활형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 강도가 좀 약하다.

덮고, 변명하는데 좀더 기술이 늘었구나.


문재인 정권의 개혁 정책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초장에 이런 일로 질척이는 것을 보는 것은 실로 안타깝다.


이 드넓은 천하에 아무려면 인재가 없겠는가?


저들을 두고 능력자라 이르며,

흠집 없고 능력 있는 자를 찾기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질지 못하면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위장전입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람은,

결코 인자(仁者)라 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시민과 소통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아무리 일을 잘 처리한다한들,

갈등이 생기면 널리 이해를 구하고, 조정하기보다는,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며 사람들을 무시하기 쉽다.

이는 前정권에서 우리가 많이 겪은 일이 아닌가?


아, 도대체, 인지(仁知)를 모두 갖춘 아름다운 인재는 없는가?


故仁知,人材之美者也。所謂仁者,愛人也;所謂知者,知人也。愛人則無虐刑矣,知人則無亂政矣。

(淮南子)


“고로 어짐과 지식이란 인재의 훌륭한 덕목이다.

소위 어진 자는 사람을 아끼며,

소위 지식을 많이 가진 이는 사람을 잘 알아본다.

사람을 아낀 즉, 포학하지 않으며,

사람을 잘 아는 즉, 정치를 하는데 어지러움이 없다.”


천하에 지자(知者)는 많으나 인자(仁者)는 귀하다.

그러하다면 고위 공직자일수록 인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하고 나서야 사람을 아낄 수 있으며,

사람이 귀함을 천하에 알릴 수 있다.


인자가 바로 서면, 그 밑으로,

널리고 널린 지자는 적당히 골라 부리면 된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하게 되면, 

사람을 아끼게 되지 않고, 

공적 세우기에 급급하여, 

세상이 각박해진다. 

심히 경계하여야 할 일이다. 

더디 가도 바르게 가야 한다.


고위공직자가 생계를 위해, 생활을 위해 별난 짓을 일삼는다면,

장터 바닥을 기어다니며 하루를 연명하는,

하고 많은 필부를 무엇으로 바로 이끌 수 있겠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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