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길 쓰레기
이틀전 산에 올랐다.
근래 다니지도 않던 동네 절 뒤곁 산자락따라 발길을 옮겨 보았다.
그 길은 동네 사람외에는 거의 외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아주 한적한 곳이다.
재작년, 역시나 잘 가지도 않던 길인데,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리 지났다.
마침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거기서 약수물을 받기로 했다.
수량이 적기에 다 받으려면 시간 반 이상은 족히 걸린다.
해서 물 받는 동안 약수터 주변 쓰레기를 줏었다.
마침 버려진 커다란 오일통에다 쓰레기를 주섬주섬 넣었는데,
약수터 주변에서만 바로 한통이 가득 찼다.
땅속엔 웬 병들이 그리 많은지,
서너군데에 한무더기씩 병들이 묻혀있었다.
그 길은 주로 약수터를 다니는 동네 사람이 이용한다.
약수물도 아주 가늘게 나오기 때문에,
나 같이 성미 급한 사람은 기다려내기 힘들다.
때문에 기껏 동네 노인이나 아낙들이 주로 이용한다.
외부인은 진입할 길 입구조차 모른다.
이리 다니는 사람이 한정되었음에도 쓰레기는 늘 버려져 있다.
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란 말인가 ?
참으로 놀라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더욱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
약수터 가는 길목에 스치로플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게 아닌가.
산밑에 있는 집들 중에는 산에서 솟는 샘줄기 따라,
고무호스를 땅에 묻고 집 안에서 편히 물을 받아 쓰는 경우가 있다.
짐작컨대, 물이 얼자 새로 호스를 묻는 작업을 한 모양이다.
등산길변을 따라 땅이 새로 덮인 자국이 완연하다.
산중이라 고무호스가 얼기 때문에
그들은 호스 겉에 사람 종아리만큼 굵은
보온 덮개를 씌운다.
기존에 쓰던 것들이 분해된 채 버려진 것이다.
호스 조각도 여기저기,
스치로플 보온덮개 역시 되는대로 조각 조각 나뒹굴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찍은 것이라 선명치 못하다.
나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산에 버려진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요즘은 웬 사탕껍질이 그리도 많은지,
비닐 사탕껍질 하나일지라도,
낙엽 옆에 버려진 것을 보면,
마음이 몹시 아프다.
산인들 어찌 마음이 편하시랴.
이곳은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직원을 몇 번 접촉하여 보았지만,
나는 저들의 성실성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저 쓰레기를 혼자 치우자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스치로플이 산산히 가루처럼 부서져 날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난감하다.
저들의 협조(?)를 받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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