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대라대고(大鑼大鼓)
소위 유명인이라는 이가,
인터넷 상에 떠도는 말들을 상대로 상대를 고소하거나, 고소하겠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나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이전에 우선 이게 대단히 얹잖다.
물론 유명인이라는 이가 연예인이라면 사정은 다르다.
저들이야 가치(價値)보다도 인기(人氣)에 영합(迎合)하고,
때론 허명(虛名)을 추수(追隨)하기도 한다.
때문에 소문에 민감하고, 풍설(風說)에 과도히 반응하곤 한다.
내가 연예인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형편을 일응 헤아릴 수 있기에,
저들의 행동에 대하여는 별로 주의를 기우리고 싶지 않다.
저들에게는 대단히 실례가 되는 말씀이지만,
나는 저이들의 세계를 phantom, illusion한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런데 기실 이런 세계야말로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즐거운가?
하지만, 그 유명인이라는 이가 정치인이라든가, xx士 등속, 즉 소위 공인(公人)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 참고로 나는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혹 그들이 자칭 공인이라 하는 것을 보는데,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론 객들도 그들을 공인이라 칭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 모두 의식이 얕고, 생각이 짧은 소치이다.
이에 대하여는 차후 이야기를 펼 기회가 있으리라.
지금은 내가 옆 길로 샐 형편이 아니다.)
사회적 보상이 직분을 넘어 과도히 몰아 부어지는 일그러진 강고한 구조,
그 속에서 저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게 어찌 허물이 되겠는가?
인터넷은 여러 기능,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화와 소통이라는 측면으로 제한하여 보았을 때,
이 공간은 우리 인류가 처음으로 구현한 이상적인 광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를 나는 절대 평등 공간이라 규정하곤 한다.
(※ 참고 글 : ☞ 2008/12/12 - [소요유/묵은 글] - 아름품과 꽃바다(華嚴))
거기 입 가진 이는 저마다의 입을 허물어 말을 쏟아낸다.
거기 가슴을 가진 이는 열두 길 깊은 곳으로부터 정한(情恨)을 길어 올려,
세상을 붙들고 하소연하고, 때론 통곡(痛哭)하고, 때론 광소(狂笑)한다.
거기 머리 가진 이는 저마다의 머리뚜껑을 열고,
백사천사(百事千思)를 세상 밖으로 부려 내놓는다.
인류 역사상 이런 자유롭고 평등한 공간이 있었는가?
있어보았자, 돈 많고, 권력 가진 이나 그리했지 않았는가?
하기사,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근사하니 폼을 잡긴 했다.
가령 장바닥에 조그마한 북이나 징 하나 걸어두고,
억울함을 호소하라고 선전해대곤 했다.
온 천하는 묶여 신음하고 있는데,
그래 그까짓 것 고라타고(敲鑼打鼓) 하나가 이게 자유의 증표라도 되는가?
(※ 참고
敲 : 두드릴 고
鑼 : 징 라
打 : 칠 타
鼓 : 북 고)
인터넷은 대라대고(大鑼大鼓)인 게라,
네티즌 개개인은 조그만 입, 가슴,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인터넷 상에 올라 탄 순간 분자(分子) 하나하나는 모두 다 큰 징이 되고 큰 북이 되고 만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세상인가?
정월 초하루 붉은 해를 맞듯 장엄한 세계가 우리 앞엔 놓여져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
“인터넷은 대라대고(大鑼大鼓)”
이것을 감히 누가 막고 훼(毁)하랴
이것을 막으려는 자, 곧 인륜(人倫)을 헤치는 자이며,
이것을 죽이려는 것, 이내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짓임이라.
내가 소싯적 한 인간의 책을 읽다 이제는 지나친지 사뭇 오랜 된 이가 하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그이가 네티즌을 고소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과연 그러 하고나 하며, 그를 과거의 인연임을 재삼 확인한 적이 있다.
(※ 참고 글 : ☞ 2009/07/02 - [소요유] - 이외수 고소건 단상)
감히 어떤 이가 대라대고(大鑼大鼓)를 훼하려 드는가?
역사에 죄를 짓지 말며,
대의 앞에 허물을 남기지 말라.
나의 정치적 정체성이 좌든 우이든,
이를 떠나,
선거전에 나선 이가,
유권자의 대라대고(大鑼大鼓)를 향해,
고소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를 크게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나의 정치 성향은 진보이다.
입후보자끼리 치고 박고, 고소전을 펴는 것은,
선수끼리 그러라고 남겨두겠다.
하지만 객장을 행해 족쇄를 흔들고, 오랏줄을 휘두르는 짓은,
참으로 용렬하고 못났다.
마치 기찻길 옆에 사는 동네 꼬마들이,
기차를 향해 시뻘건 팔뚝을 훑으며 감자바위를 먹이고는 누런 이빨 보이며 가가대소(呵呵大笑)하듯,
참으로 비겁하고 남우세스럽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측에서,
“박 후보의 송호창 공동대변인도 "일부 한나라당 의원, 일반 트위터리언과 네티즌 중에서도 정말 악질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고소,고발 확대의 뜻을 밝혔다.”
(※ 출처 )
이 기사를 접하고는 본 글을 적는다.
의연하게, 정정당당하게 선거에 임하길 바란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네티즌 소인배들 즉 소라소고(小鑼小鼓)에게도 한 마디 전한다.
“도대체 사는 게 무엇 때문이관대?”
단작스러운 짓으로 하루하루를 축내고 사지 마라.
그대의 삶, 얼마나 누추하고 슬픈가 말이다.
균형을 위해, 야후에 ‘나경원 고소’를 키워드로 하여 검색해 보았더니,
역시나,
오십보백보, -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달팽이 뿔위의 싸움인 게라. - 와각지쟁(蝸角之爭)
이에,
상대측 후보인 나경원 측도 네티즌을 고소한 기사를 함께 조사해 남겨둔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프랑스 파리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루머를 퍼트린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