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보조금 유감
내가 여기 시골에 귀농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충분치는 않을는지 몰라도 나름 관련 정보를 유심히 챙겨 미뤄 짐작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게 무엇인가 하니 농민 대상으로 지원되는 각종 지원금 따위가,
그리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가 되지 않는다는 의심이다.
모 농업 관련 사이트를 방문하니 회원 하나 이와 관련된 기사가 있다고 소개를 한다.
자세한 것을 물으니 오늘 자 조간 C 신문사라고 한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일보다.
내가 평소에 잘 보지 않는 신문이지만,
이번 기사는 너무나 공감하는 내용이라 여기 기사 내용을 먼저 인용해둔다.
"농업 보조금을 누가 타는 줄 아세요. 경쟁력 있는 농민이요? 천만에요. 군청 문턱 닳도록 드나들면서 로비하는 농민들이 다 가져가요."
지난달 28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앞으로 어느 도지사를 당에서 제명해 달라는 공문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대상자는 박준영<사진> 전남도지사였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 그것도 주요 지지세력 중 하나인 농민들로부터 박 지사가 비토(반대)당한 것은 그의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농업 보조금을 잇달아 없애고 있다. 대신 그 재원을 장기 저리 융자로 전환하고 있다. 보다 많은 농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남 무안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은 시청이나 군청에 갈 시간이 없어 보조금을 못 받는다"며 "소수 '특권층'에 보조금이 집중 배정되는 심각한 불공정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지사는 농로, 배수로, 저수시설 등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시설을 만들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개별 농민에 대한 지원은 모두 장기 저리 융자로 전환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이자율이 낮아도 갚아야 할 돈이라면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며 "시설 건설, 주택 개량 등 다양한 목적의 융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농촌도 살맛 나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준다면 일회성으로 끝나버리지만 같은 돈을 장기 저리 융자로 지원하면 계속 상환액이 들어오면서 이를 다시 농민 지원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에게는 담보가 없어도 돈을 빌려줘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부실 대출 문제가 나올 수 있지만 보조금으로 한 번 줘버리고 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아껴서 농촌 환경 개선에도 돌릴 예정이에요. 좋은 학교를 지어 농민들의 자녀 교육 걱정을 덜어주는 식이죠. 무엇이 진정 농민을 위하는 길일까요? 한미 FTA 발효를 맞아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16/2012031600227.html
얼마 전 내가 군수를 만날 때, 농민 담당 직원도 안내를 받아 별도로 만났었다.
그가 말하길 농민에 대한 지원은,
아무래도 자주 찾아오고 접촉하며 정보를 챙기는 이에게 돌아간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식이란 말이렷다.
순간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러면 아니 된다고 생각했다.
애써 세금 걷어 모은 것을 객관적인 기준이나 합리적인 분배책에 의해,
나눠지도록 하여야지 이리 주먹구구식으로 나눠지면 아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전근대적인 의식인가 말이다.
한번은 郡에서 목격한 것인데,
농민 하나와 관청 직원 사이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oo계획서를 빨리 만들어 제출하세요.’
‘그래야 심사가 잘 돌아가지요.’
‘그럼 예전에 말한 그런 식으로 하면 됩니까?’
둘 사이 오가는 말투로 미루어 양자의 친분 관계는 제법 끈끈해 보인다.
아마도 무슨 지원금을 놓고 저리 말을 주고받는 양 싶다.
나는 그 농부의 면면을 잘 아는 편이다.
그는 나로선 하나도 중하게 여겨지지 않는 농민 단체 감투도 썼고,
지난 번에 돈 천 가까이 지원을 받은 것을 안다.
그런데 그가 농사에 전념하느냐 하는가 하면 그게 아니다.
다른 일에 더 바쁘며, 밤에 돌아 다니며 아니 낮도 불사하며 술 먹고 교제하기에 열심인 인사다.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보조는 종류가 상당히 많다.
택배비용, 상품포장비, 시설자금 지원 등등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이것을 받기 위한 제약 조건이 따르곤 하는데,
예컨대 작목반이니 연구회니 하는 단체의 회원에게만 해당이 된다든가,
멋지게 사업계획서를 잘 작성하여 제출을 하든가,
아니면 인맥이 튼튼하든가 하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하고는 그리 단 인연을 맺지 않는 폭이라,
조건이 되지도 않지만 설혹 된다고 한들,
단 꿀에 모이는 벌이 된 양 싶어, 단작스러워 별반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인심을 사고, 인맥을 구축하려면, 위 인용 기사처럼 열심히 관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어야 한다.
이런 재주도 없지만, 설혹 있다하여도 이게 그리 바람직한 짓거리가 아니니,
이로 인해, 정작 자격이 있거나, 소용이 되는 이가 소외받게 된다.
농사일도 바쁜데 교제하고, 정치하는데 능할 이유가 있는가?
이런 자들은 농부라는 이름을 참칭할 것이 아니라,
하다 못해 동장이라도 노려 정치판 안으로 한시 바삐 옮겨 붙어야 한다.
게다가 왜 개인은 아니 되고, 꼭이나 작목반 회원이어야 하는가?
작목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보다는 짐작컨대 이는 행정 편의를 위해 그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클럽 활동을 즐기는 이는 그리 할 것이며, 아니면 홀로 가는 것이지,
왜 모든 사람이 클럽에 가입되길 강요 받어야 하는가?
이것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책임과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사는 것이 보장되는
보편 민주시민사회의 정신 원리에 어긋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심 생각하기를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거나,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아예 공평하게 쫙 나눠버리면 어쩔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리되면 정책 설립, 집행자가 추구, 기획하는,
정책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릴 수가 없게 되는 폐단이 생기게 된다.
나는 특정 농민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농업 보조금이라는 것 자체를 아예 모조리 없애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다.
다만 필요하다면 무차별적, 불특정 다수에게 지원되는 것만을 남겨두었으면 하는 것이다.
가령 농협 퇴비 같은 것은 구입하는 사람에게 일정 분 보조 혜택이 있는데,
이러한 것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혜택이 돌아가니,
불공정한 분배와 같은 문제가 따르지 않는다.
게다가 정책 당국자가 집중 지원, 육성하려는 곳에 자금을 선택 투하해도,
별반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예컨데 A 작물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려고 할 때,
A 작물 재배에 따른 농자재 위주로 폴트폴리오를 짜서 여기에만 보조금을 준다면,
소위 손바닥 잘 비비고, 정치력이 있는 특정 농민에게만 자금이 쏠리는 폐단도 막을 수 있다.
A 작물을 심지 않는 농민에겐 이게 정책적 육성 신호로 인지될 것이며,
관으로서도 농민들의 A 작물 재배로의 신규 참입을 제 책임과 판단에 맡겨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도 있다.
요컨대 대인(對人) 중심 정책을 가급적 지양하고,
대물(對物) 기준 지원 위주로 정책 집행 방법을 개발하는 데,
정책 당국자가 가일층 창조적으로 힘써주길 바라는 것이다.
대인 정책이 많아지면 농민들이 불안정해지며, 농사에 힘쓰기 어려워진다.
뭐 농민이 거지도 아니고 보조금 타먹는데 혈안이 되면,
정작 해야할 일에 등한해지고, 술 먹고, 교제하는데 혼줄을 내놓게 된다.
거둬들인 세금이 합리적인 기준도 없이 불공평하게 허투루 쓰이거나,
담당자와 농민의 친소(親疎)에 따라 불공정하게 흘러간다면 참으로 안타깝다.
위의 인용 기사에 나온 말들.
“농업 보조금을 누가 타는 줄 아세요. 경쟁력 있는 농민이요? 천만에요. 군청 문턱 닳도록 드나들면서 로비하는 농민들이 다 가져가요.”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에게는 담보가 없어도 돈을 빌려줘야 한다”
“보조금을 아껴서 농촌 환경 개선에도 돌릴 예정이에요. 좋은 학교를 지어 농민들의 자녀 교육 걱정을 덜어주는 식이죠.”
이게 그래서 나로선 참으로 공감이 간다.
널리 여론이 환기되고,
이런 반성적인 성찰이 다른 농업 집행기관 담당자에게도 들불처럼 활활 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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