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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생재배(草生栽培)

농사 : 2012. 8. 3. 18:48


초생재배를 하는 분을 풍문이라도 듣게 되면 불원천리 달려가 뵙는다.
유기농, 자연재배 따위로 흔히 일컫는 친환경 재배 농법은 최근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탄소농법이라든가 예술농법, 4무 농법, 십무 농법 등등으로 칭하는,
생소한 이런 말법을 들고 나서는 이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부처의 법도 후에 부파불교 시대라 일컫듯, 여러 종파로 가지를 내며 갈라지지 않았던가?
정법(正法)도 이리 갈래 짓고 등 돌려 제각기 제 길로 달려 나가지 않았던가?
그러함인데 항차 세속법인 농법인들,
어찌 이배향지(以背向之) 찢어져 나뉘지 않을 도리가 있을 터인가 말이다.

그런데 제 아무리 당집에 걸린 울긋불긋한 헝겊데기처럼 요란스럽다한들,
풀을 제압하지 않고 함께 키우는 농법은 저들 친환경농법일지라도 흔치 않다.
외려 농약을 치지 않는다든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풀과 함께 작물을 키우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와 뜻을 세우지 않으면 쉽지 않다.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는 친환경농법을 고집하는 농부일지라도,
풀을 제압하기 위해 부직포라든가 차광막 따위의 방초망을 깐다.
여기 시골엔 두터운 카펫을 깐 불한당도 나타났다.
카펫은 벤젠이 스며 나오고 이것은 곧 일급 발암물질로 분류가 됨이니,
흔히 백혈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물질이다.
내 직접적인 인관관계를 밝힐 처지는 아니나 거기서 일하던 멀쩡하던 할머니가,
2년 여 만에 백혈병이 걸려 돌아가시기도 했다.

방초망 업자는 갖은 감언이설로 자신의 제품이 좋다고 꾀나,
방초망을 깔면 여름 철 토양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가 작물에 엄청난 타격을 가한다.
하지만 풀이 작물과 함께 자라게 되면 풀이 일으키는 증산, 차광작용 때문에,
제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토양 온도는 급격히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토양에 박힌 뿌리는 그대로 썩어 이듬 해 양질의 유기물 공급원이 된다.
또한 토양 속에 공극을 형성하여 통기성, 배수성을 호전시키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그 외 토양 유실 방지, 보습, 보온, 방서(防暑), 병충해 방지, 토양 미생물 번식 환경 조성 따위의
놀라운 기능 효과를 갖고 있다.
다만 풀들의 과()번무시 지상부의 통풍 저해, 지하부의 양분 쟁탈 등의 불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를 통해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여 주면 그리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와 같은 기능적인 문제를 떠나서 초생재배란,
그 수고로움을 이겨내고 거기 임하는 농부의 뜻과 의지란 과연 무엇 때문에 저러함인가?
이런 의문을 일으키곤 한다.
우선 초생재배를 한다 함은,
그야말로 원초적인 차원에서 무투입을 지향하고 있음이 아니던가?
통상 방초망을 써서 풀을 제압하고자 하는 한,
빠끔히 머리만 내밀고 있는 작물에 무엇인가 투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도대체가 토양의 대부분이 방초망으로 뒤덮여 있음이니,
그게 설혹 유기농이라 할지라도 토양 속에 양분이라든가 미생물이라다든가 하는
작물 생육 유효 요소들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러함이니 액비를 주던, 지상부 구멍을 통해 시비를 하든,
아니 설사 물을 준다고 하여도,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토양 안으로 무엇인가를 쑤셔 넣어야 한다.

하지만 초생재배에선,
땅과 하늘은 작물에게 온전히 열려져 있다.
그러함이니 설혹 시비를 하지 않는다하여도,
자연스럽게 외부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산 속의 나무는 작위적인 인간의 손길을 하나도 받지 않고도,
푸르 청청 잘 자라고 있다.
초생재배는 이처럼,
밭이지만 마치 산 속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환경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초생재배자는 이처럼 철저히 자연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 뜻은 이리도 고상하고, 마음은 맑고 선하다.
이런 의미에서 초생재배자는 단순한 농부가 아니다.
나는 이들을 철학하는 사람이라 이르고 싶다.
철학자는 대개는 머리로 세상을 나아가지만,
초생재배자는 가슴으로 삶을 지어나간다.

그러함이니 어디엔가 풀과 함께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시다면 꼭 찾아가 뵙게 되는 것이다.
워낙 무리 짓고 울타리 치는 것을 싫어하지만 막연하나마 동지 의식 같은 것을 느끼게 되면서,
고맙고 그저 귀하여 아끼고 싶은 것이다.
어제는 연천에 계신 초생재배자(일반작물) 한 분을 만나 뵈었다.

과연 밭은 맑고 향기로운데,
인품 또한 곧고 넉넉하더라.

앞으로 지켜보며 조용히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그의 성공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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