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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산(廣陵散)

소요유 : 2013. 11. 29. 23:39


광릉산(廣陵散)

죽림칠현 중 하나인 혜강이 형장에서 마지막으로 탄 금곡(琴曲)인데,
이곡은 전국시대 섭정(聶政)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혜강은 죽으면서 이제 광릉산도 끊어지고 말겠구나!

“廣陵散於今絕矣!”

이리 탄식했다.

그리 실전(失傳)되었다고 할 수 있으런가?

광릉산이란 곡은 동한(東漢)시대에도 대단한 유행을 타서 하많은 이가 탄주를 즐겼다 하는데,
원래는 그저 민간 악곡쯤 되었던 것이다.
이게 섭정이 한왕을 찔러 죽였다는  고사와 어울렸던 것이다.

허나 그 실제를 따지자면 야릇한 구석이 많다.
본시 섭정은 사기의 자객 열전에 등장한다.
광릉산이 섭정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소위 “犯上之曲”이라 할 수 있다.
즉 윗 사람을 범하는 곡이다.
그러하니 이게 대놓고 민간에 유행하기란 만만치 않았으리라.

유신독재시대만 하여도 멀쩡한 가요가 금지곡으로 낙인이 찍히지 않았던가?
그러함인데 범상지곡 광릉산이 어찌 제 멋대로 거리를 횡행할 수 있었으리오.

헌데, 실전되었다고 여겨졌던 것이 다행이도 명대에 와서 빛을 다시 받게 된다.
주원장의 열일곱 번째 아들인 주권(朱權)이 예술 특히 희곡, 음악에 밝았다.
그가 고대의 금곡(琴曲)을 모아 신기비보(神奇秘譜)를 내었는데,
거기 광릉산 곡이 들어 있었다.

기실 신기비보에 기록된 광릉산엔 음고(音高)라든가 박자가 없었던 고로,
이를 기초로 후대인들이 곡을 재구성하였던 것이니,
오늘날의 곡은 
거의 재창작되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광릉산은 손꼽히는 중국  고전으로 자리 잡아, 
김용(金庸)의 소오강호(笑傲江湖)에도 슬쩍 개편(改編)되어 등장하고 있다.


***

대자객(大刺客) - 聶政



중국영화 대자객은 섭정을  주인공으로 한 것인데,

45여년 전, 이 영화를 동무들과 극장에 가서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기 사기의 섭정편을 옮겨 둔다.

史記 - 刺客列傳

聶政者,軹深井里人也。殺人避仇,與母、姊如齊,以屠為事。

久之,濮陽嚴仲子事韓哀侯,與韓相俠累有卻。嚴仲子恐誅,亡去,游求人可以報俠累者。至齊,齊人或言聶政勇敢士也,避仇隱於屠者之閒。嚴仲子至門請,數反,然後具酒自暢聶政母前。酒酣,嚴仲子奉黃金百溢,前為聶政母壽。聶政驚怪其厚,固謝嚴仲子。嚴仲子固進,而聶政謝曰:「臣幸有老母,家貧,客游以為狗屠,可以旦夕得甘毳以養親。親供養備,不敢當仲子之賜。」嚴仲子辟人,因為聶政言曰:「臣有仇,而行游諸侯眾矣;然至齊,竊聞足下義甚高,故進百金者,將用為大人麤糲之費,得以交足下之驩,豈敢以有求望邪!」聶政曰:「臣所以降志辱身居市井屠者,徒幸以養老母;老母在,政身未敢以許人也。」嚴仲子固讓,聶政竟不肯受也。然嚴仲子卒備賓主之禮而去。

久之,聶政母死。既已葬,除服,聶政曰:「嗟乎!政乃市井之人,鼓刀以屠;而嚴仲子乃諸侯之卿相也,不遠千里,枉車騎而交臣。臣之所以待之,至淺鮮矣,未有大功可以稱者,而嚴仲子奉百金為親壽,我雖不受,然是者徒深知政也。夫賢者以感忿睚真諼而親信窮僻之人,而政獨安得嘿然而已乎!且前日要政,政徒以老母;老母今以天年終,政將為知己者用。」乃遂西至濮陽,見嚴仲子曰:「前日所以不許仲子者,徒以親在;今不幸而母以天年終。仲子所欲報仇者為誰?請得從事焉!」嚴仲子具告曰:「臣之仇韓相俠累,俠累又韓君之季父也,宗族盛多,居處兵衛甚設,臣欲使人刺之,(眾)終莫能就。今足下幸而不棄,請益其車騎壯士可為足下輔翼者。」聶政曰:「韓之與衛,相去中閒不甚遠,今殺人之相,相又國君之親,此其勢不可以多人,多人不能無生得失,生得失則語泄,語泄是韓舉國而與仲子為讎,豈不殆哉!」遂謝車騎人徒,聶政乃辭獨行。

杖劍至韓,韓相俠累方坐府上,持兵戟而衛侍者甚眾。聶政直入,上階刺殺俠累,左右大亂。聶政大呼,所擊殺者數十人,因自皮面決眼,自屠出腸,遂以死。

韓取聶政尸暴於市,購問莫知誰子。於是韓(購)縣[購]之,有能言殺相俠累者予千金。久之莫知也。

政姊榮聞人有刺殺韓相者,賊不得,國不知其名姓,暴其尸而縣之千金,乃於邑曰:「其是吾弟與?嗟乎,嚴仲子知吾弟!」立起,如韓,之市,而死者果政也,伏尸哭極哀,曰:「是軹深井里所謂聶政者也。」市行者諸眾人皆曰:「此人暴虐吾國相,王縣購其名姓千金,夫人不聞與?何敢來識之也?」榮應之曰:「聞之。然政所以蒙污辱自棄於市販之閒者,為老母幸無恙,妾未嫁也。親既以天年下世,妾已嫁夫,嚴仲子乃察舉吾弟困污之中而交之,澤厚矣,可柰何!士固為知己者死,今乃以妾尚在之故,重自刑以絕從,妾其柰何畏歿身之誅,終滅賢弟之名!」大驚韓市人。乃大呼天者三,卒於邑悲哀而死政之旁。
 
晉、楚、齊、衛聞之,皆曰:「非獨政能也,乃其姊亦烈女也。鄉使政誠知其姊無濡忍之志,不重暴骸之難,必絕險千里以列其名,姊弟俱僇於韓市者,亦未必敢以身許嚴仲子也。嚴仲子亦可謂知人能得士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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