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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食肉)

소요유 : 2013. 11. 28. 21:29



성호사설 제12권 식육(食肉)
 

백성은 바로 나의 동포이고 만물도 다 나의 유이다. 그러나 초목만은 지각이 없어 혈육을 가진 동물과는 차별이 있으니 그것을 취하여 삶을 자뢰할 수 있지만, 날짐승ㆍ길짐승 같은 것은 그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정이 사람과 같은데 어찌 차마 해칠 수 있으랴? 그 중에도 사람을 해치는 동물은 이치로 보아 사로잡거나 죽일 수 있겠고, 또 사람에게 길리는 동물은 나를 기다려 성장했으니 나에게 희생될 수 있다 하겠지만, 저 산 위에서나 물 속에서 저절로 생장한 것들이 마구 사냥과 그물의 독을 당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떤 이가, “만물이 다 사람을 위해 생겨났기 때문에 사람에게 먹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더니, 정자(程子)가 듣고 말하기를 “그렇다면, 이[蝨]가 사람을 물어뜯는데 사람이 이를 위해 생겨났느냐?”고 하였으니, 그 변론이 또한 분명하다.
또 누가 서양 사람에게, “만물이 다 사람을 위해 생겨났다면, 사람이 먹지 않는 저 벌레는 왜 생겨났느냐?” 했더니, 그는, “새가 벌레를 먹고 살찌는데 사람은 새를 잡아먹으니 이것이 바로 사람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 하니, 이 말 또한 꾸며댄 말이라 하겠다.
나는 늘 불가에서 힘쓰는 자비(慈悲) 한 가지를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마 옳을 것 같다. 이미 “대동(大同)의 풍속은 성인일지라도 고칠 수 없다. 사람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동물의 피를 마시고 그 털과 가죽을 입은지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살아가겠느냐?” 하여, 그 힘의 미치는 대로 한 것이 곧 풍속을 이룩했다. 앞서 이미 그렇게 한 것을 뒤에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늙은이를 봉양하는 데에도 쓰고 제사를 받드는 데에도 쓰고 손님을 접대하는 데에도 쓰고 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쓰니, 어떤 한 사람의 견해로도 갑자기 폐지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에 성인이 일찌감치 오곡(五糓)ㆍ상마(桑麻)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부터 아예 고기 먹는 풍습을 없앴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살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대개 군자로서의 부득이한 일인 만큼, 역시 부득이한 마음으로 먹어야 족하리라. 만약에 함부로 살생을 자행하거나 기탄없이 욕심만을 채우려 한다면 그 결과는 약자의 살을 강자가 뜯어먹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src : 
http://itkc.or.kr

(※ 참고 글 : ☞ 2012/06/11 - [소요유] - 말벌(슬견설(蝨犬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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