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수(不死樹) 블루베리
자연농법은 말하긴 쉬워도 막상 실행하는 이는 드물다.
자연농법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 농법을 따를 때,
과연 성과가 있을 것일까 하는 회의에서 벗어나질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확을 바라기 때문에 시비(施肥)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초창기 우리 농장을 방문한 농부들도 하나 같이 혀를 차며,
취미농이라면 모를까 이리 해서는 아니 된다고 충고를 하였다.
지금도 지나면서 풀밭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이도 있다.
최근 농장 곁을 지나던 캐나다 교포라는 이가 그러하다.
이이는 트랙터로 밀고 다시 농원을 만들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내가 풀밭으로 변한 과원을 거침없이 다니면서 수확을 하는데,
이게 아주 재미가 삼삼하더란 말이다.
장화 신은 발로 가슴께까지 자란 풀을 슬쩍 즈려 밟아 쓰러뜨리고는,
자리를 확보하고 수확을 하는데 이게 별로 힘도 아니 들고,
여러 가지 공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은 풀대가 꺾이면서 내는 소리가 경쾌하니 귀청을 때리며,
머리를 맑게 두드리더란 말이다.
이는 마치 명천고(鳴天鼓)처럼 정신이 쇄락(灑落)해진다.
(※ 참고 글 : ☞ 2008/03/07 - [소요유] - 공진(共振), 곡신(谷神), 투기(投機) ①)
또한 열매가 땅에 직접 닿지 않고 풀 위에 걸려 있기 때문에,
설혹 지상 가까이 축 처진 가지라 하여도 열매에 흙이 묻질 않는다.
게다가 풀에 가려 새들이 열매를 쪼아 먹기 어려운지,
금년엔 새 피해가 예년에 비해 거의 십분지일로 줄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풀의 공덕은 병해충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루베리의 경우 풀 같은 초본성 식물은 유기질 공급원으로선 최상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토양 물성을 좋게 하고, 토양 수분 조절을 자연스럽게 해주고,
한 여름 일사(日射)로 인한 폭염 피해를 저감시켜 준다.
난 밭에 부직포나 비닐 따위 방초망(防草網)이 덮여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면 번열(煩熱)이 생길 지경이다.
하여 블루베리 밭은 물론 텃밭조차 비닐 한 조각 덮질 않는다.
블루베리를 비료 한 줌, 농약 한 방울 주지 않고 풀과 함께 키우지만,
우리 블루베리는 크고 달다.
크고, 단 것은 기실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다만 나무가 건강하고 열매가 충실하며,
무엇보다 깨끗하다는 것만큼은 정직하니 증언할 수 있음이다.
이는 방초망 같은 것으로 땅이 덮여 있지 않고,
온실이나 하우스 안에 가둬 키우질 않으니,
하늘이 열려 천기(天氣)가 자연스럽게 지기(地氣)와 만나,
지령(地靈)이 화실(華實) 곧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열매를 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블루베리를 잡숫는 분마다, 심신이 쇄락해지며,
신선(神仙)처럼 자유자재 세상을 휘젓고 다니셔도 거침이 없게 되길 빈다.
珠玕之樹皆叢生,華實皆有滋味,食之皆不老不死。
(列子)
열자에 보면 영주(瀛洲),봉래(蓬萊)산에 옥돌 나무가 있는데.
열매가 맛있어 그것을 먹으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고 한다.
헌데 영주나 봉래산이라는 게 모두 우리나라 산이다.
여기 구슬 같은 나무라 함은 곧 블루베리와 같지 않은가 싶다.
오늘날 블루베리의 효능에 대한 보고는 차고 넘친다.
흔히 알려진 눈은 물론 고혈압, 당뇨, 심장병에도 효험이 있다 한다.
거의 장생불사, 불로초에 가깝다 하겠다.
영주산이나 봉래산 같이 신선이 사는 곳에,
부직포나 비닐 따위의 방초망이 덮여 있을 터인가?
각종 기화요초(琪花瑤草)가 저마다의 품성을 뽐내며,
자유롭게 자랄 때라야 불사수(不死樹)가 자라고,
불사수(不死樹) 열매를 먹을 때라야 불사민(不死民)이 생기며,
불사민(不死民)이 사는 나라 즉 불사국(不死國)이 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