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ahead
look ahead
내가 오늘 동네 마트에 들렸다.
이른 편이라 손님은 거의 없었다.
계산대에 서자하니 앞에 아주머니 하나가 막 들어섰다.
계산대가 모자랄 정도로 그득 그의 물건이 부려져 있다.
배달건인지 계산원이 물건을 봉지에 하나하나 담는다.
그런데 봉지에 넣었던 것을 빼어내고 다른 것을 집어넣는다.
무른 것과 단단한 것을 안배하는 것이리라.
이것 하나 둘 정도는 그리할 수 있다.
헌데 이 계산원은 마지막 물건에 이르도록 이 짓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 물건을 무작정 집어 뒤편에 펼친 봉지에 넣는다.
그리고 부려놓은 곳에서 다른 물건을 집어 봉지 앞에 이르른다.
(이 두 곳은 계산 단말기를 가운데 두고, 90도 정도 비껴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딱하게도, 기히 봉지 안에 든 것과 새로 가져온 물건을 보고서는,
그 때서야 새로 판단을 해서 자리를 다시 잡는 것이다.
뒤에 가져온 물건이 굳은 것이면 앞에 있던 무른 것을 빼어 내고,
굳은 것을 안에다 넣어야 한다.
이러하니 다시 제 자리를 잡고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그러하니 매양 판단은 봉지 앞, 일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일어난다.
저쪽 물건이 부려진 곳에서 앞서 판단을 하고,
알맞은 것을 골라 가져오면 봉지 앞에서 난을 일으킬 일이 적어진다.
그의 작업 과정은 철저하게 순차적(順次的, sequential)이다.
그러면서도 선후에 대한 유기적 관련성에 대한 고려가 없이, 상호 단절되어 있다.
기실 이것은 순차적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이런 일 처리 방식을 두고는 그저 무작정(無酌定, unplanned)하다고 말하면 족하다.
양쪽에서 해야 할 일이 다른데,
그는 철저하게 한쪽 편 일에만 고착되어 있다.
만약 물건이 일차 부려진 곳에서 선행(先行)하여,
뒤따르는 일을 염려하며 일을 처리한다면,
후차(後次)의 일은 혼란이 적어지고, 순조롭게 마무리 될 수 있다.
multiplexing
자원 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기술로 multiplexing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개념상 아주 간단하며, 실제상 효율적이다.
공학적으로는 시간, 또는 주파수 따위를 상대로 분할하여 다중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출처 : http://what-when-how.com/fiber-optics/optical-time-division-multiplexed-communication-networks-part-1/)
이것은 전자식보다 기계식으로 되어 있는 그림이 개념을 세우기 쉽다.
그러니까 통신 또는 신호를 처리하는 채널은 하나지만,
이게 상대하는 대상 채널은 여럿이다.
따라서 자원 하나를 여럿으로 나눠 분배하여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저 그림을 잠깐 설명해본다.
그림 중 뱅그르 도는 시계침 같은 것이 있다.
이는 각 채널과 접점으로 스위칭 되는데,
그 속도가 빠를수록 다 채널을 수용할 수 있다.
이는 시스템의 물리적 특성에 제한을 받는다.
저 계산원 아주머니의 두뇌는 하나이지만,
처리해야 할 일은 두 군데에서 발생한다.
그는 양쪽을 전혀 별개인 양 처리하기에,
매양 한 곳에서 지체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multiplexing 기술을 원용한다면,
두뇌는 양쪽 일을 거의 동시에 처리하듯 다룰 수 있다.
이 일 단위를 잘게 쪼개면 쪼갤수록 동시성(가상)은 보다 더 확보되며,
양쪽 일의 결과를 서로 참조하며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양쪽 일의 우선순위라든가, 긴급 호출 등의 효과적인 처리를 위한,
기술적 장치, 고안은, 내가 예전에 다른 글에서 다룬 적이 있다.
(※ 참고 글 : ☞ 2009/07/14 - [소요유] - 시분할(time sharing))
그런데, 양쪽 일의 유기적 관련성을 잃지 않으려면,
여러 문제 사항에 대한 인식과 파악, 그리고 구체적 실천적 해결 기술을 지녀야 한다.
여기선 그 계산원에게 당장 요구되는 기술 하나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look ahead
그러니까, 물건이 부려진 곳에서,
옆 켠으로 옮겨져 물건이 봉지에 담겨지는 곳의 상황을 미리 앞서 살펴보자는 것이다.
전자를 A구역, 후자를 B구역이라 하자.
A구역에서 물건을 집어 들기 전에,
B구역에서 지금 필요한 물건이 무엇이어야 하는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게 아니 되고 있는 것이다.
A구역서 무작정 물건 하나를 집고서는 B구역으로 옮겨오는데,
여기 서서 서성거리며 봉지 안에 들은 것을 빼내고 새것을 넣고 하며,
북새통을 이루며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look ahead 기술을 쓰면,
A구역에서 물건을 집기 전에 B구역에서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판단하고서,
필요한 물건을 집으면 된다.
이제 이 물건을 들고 B구역으로 옮겨오면,
망설일 일도 없이 봉지에 바로 넣으면 차질이 생길 것이 없다.
왜냐하면 A구역에서 이미 필요한 것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제대로 되려면, A, B 구역에서 각기 일을 할 때,
상대 구역에서 필요한 일을 사전에 살펴 준비하는 것이 요긴하다.
攻在於意表 守在於外飾 無過在於度數 無困在於豫備
(尉繚子)
“공격은 의표를 찌르는데 있고,
수비는 짐짓 꾸미는데 있다.
과오가 없는 것은 헤아려 살피는 국량의 크기에 달렸고,
곤경에 처하지 않는 것은 미리 준비하는데 달렸다.”
(※ 度數 : 여러 가지 뜻으로 새길 수 있는데,
여기선 일단 器量, 胸襟의 뜻으로 해석하였다.)
위료자라는 병법서의 가르침이다.
無困在於豫備
바로 이 글귀가 look ahead에 당(當)한다.
미리 앞질러 후행하여 따를 일을 예비하면,
곤란한 처지에 몰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매양 새로운 일인 양,
어려운 일을 애써 사서 겪으며,
이를 처리하느라 난리를 치르게 된다.
그는 이게 왜 아니 되는 것일까?
그의 현장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단순 일처리는 비교적 쉽게 능률을 올릴 수 있다.
테일러(Tayler)는 동작(motion)과 시간(time)을 분석적으로 연구하였다.
time-motion study
이를 잘 연구하면, 시간을 표준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극단으로 몰고 가면,
사용자측은 경영 효율화를 의도대로 꾀할 수는 있겠지만,
피사용자들은 마치 기계의 부속처럼 저 물적 시스템에 복속될 개연성이 많다.
그는 혹 이런 과학적 경영(scientific management)이란 미명하에,
억압되는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저항하며,
자신의 신체 리듬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이런가?
하지만 그가 서비스맨으로 종사하는 한,
서비스를 받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 행렬에 갇힌 손님은 일각도 지체하지 않고,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현대인은 조급하기가 철없는 아해와 다름없다.
따라서,
그에게 권한다.
삯을 받는 이상,
맡은 일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선,
look ahead
룩어헤드
다음 일을 사전에 점검하라.
근데 이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거의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muti tasking
이것 훈련하면 좀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한 가지 일에 적응되어 있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되면,
외려 머리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 한다.
자기가 감당할 수준 이하로 적당히 할 일이다.
守分이라,
역시 제 분수를 지킬 일이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風雨 思君子也 (2) | 2016.06.14 |
---|---|
let it be(隨緣) (2) | 2016.06.11 |
무생법인(無生法忍)과 들깨 (2) | 2016.06.06 |
묘음(妙音) (0) | 2016.05.30 |
brainberry (3) | 2016.05.28 |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 (2) | 2016.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