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렁이
내가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려,
물건을 사고 나오는데 일이 벌어졌다.
평소보다 세 배는 더 많은 이가 몰렸는가시피 차량이 붐빈다.
주차장이 꽤 넓은 데도 잔뜩 메웠다.
나는 제일 외진 곳에 주차를 하였는데,
마트 측 주차 요원은 가운데 통로를 하나 마련해놓고,
나머지는 모두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림에 보면 가운데 통로 하나가 있다.
좌우 일차선으로 가운데는 교통 안전봉으로 갈라져 있다.
그나마 이 안전봉으로 인해 왕복 이차선이 확보 되었지,
이게 없었으면 필경은 한 개 차선은 주차 차량으로 점령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나머지 한 개 차선만으로 차량이 오가면,
무척이나 힘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막 나가려는데, 트럭이 앞서서 통로를 진입하고 있었다.
헌데 도중에 앞선 차가 서버리고 만다.
점멸등 신호도 없이, 태연히, 스스럼 없이, 무작정 말이다.
거기다 주차를 하고 볼 일을 볼 요량인지, 문을 열고 내린다.
내가 그에게 여기는 통로이니 주차를 하지 말라 하였다.
하였더니 휙 쳐다보고는 오불관언 제 갈 길로 가버리고 만다.
내가 경적을 울리니 녀석이 쳐다보면서 느닷없이 욕을 내뱉는다.
통로 가운데에는 교통 안전봉이 놓여 있어,
옆으로 질러갈 수도 없을뿐더러,
설혹 뒤로 후진하여 고쳐 상대 차선을 밟고 나아간다 하여도,
그 차선으로 들어오는 맞은 차량과 맞부딪히면,
꼼짝없이 다시 후진하여야 할 판이다.
나는 도대체가 길이 아닌 곳을 가 본 적이 없는 이라,
이런 도모하지 않는 상황을 애시당초 맞이할 일도 없지만,
이런 원하지 않는 상황에 내몰릴 까닭도 없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트럭 위에 실린 물건이나 행색으로 보아 농부가 깔축없다.
아직 주차할 곳이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아닌 것이,
내가 주차 한 곳엔 아직도 대 여섯 자리가 비워있다.
나는 가까운 곳을 기웃거리지도 않고,
아예 처음부터 이리 외진 곳을 찾았었다.
내 성정은 조금 더 걷더라도,
여유 있게 차를 주차하는 것이 편하다.
녀석처럼 비비작 거리고,
이 혼잡한 날 제 욕심 차리며,
통로 한 가운데 다만 일초일지라라도 차를 대는 얌체 짓을 하지 못한다.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횡설수설로 일관하니 무지렁이, 불한당인 게라.
내 몇 번 나무라다 직원들에게 맡기고 차를 돌려 나왔다.
내가 여기 시골 농장에서 수년래 겪은 바로는,
무지렁이들은 대개 사리를 살피지 못하고,
무작정 제 욕심을 챙기기 급급한다.
그러다 그게 막히고 여의치 못하면,
앞뒤 헤아리지도 못하고 욕설을 예사로 뱉고 만다.
천하디 천한 녀석들이다.
도대체 도리를 아는 이라면, 통로에다 주차할 생각을 할 수 있겠음이며,
설혹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어겼다한들,
이에 대하여 주의의 말을 듣고도 바로 물렀지 못하고,
외려 성을 낼 수 있겠음인가?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만부동(類萬不同)이요,
후안무치(厚顔無恥)가 그 끝을 모른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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