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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계(木鷄)

decentralization : 2018. 5. 14. 10:04


목계(木鷄)


紀渻子為周宣王養鬭鷄,十日而問:「鷄可鬭已乎?「曰:「未也,方虛驕而恃氣。」十日又問。曰:「未也,猶應影嚮。」十日又問。「未也,猶疾視而盛氣。」十日又問。曰:「幾矣。鷄雖有鳴者,已无變矣。望之似木鷄矣,其德全矣。異鷄无敢應者,反走耳。」

(列子)


紀渻子為王養鬥雞。十日而問:「雞已乎?」曰:「未也。方虛憍而恃氣。」十日又問。曰:「未也。猶應嚮景。」十日又問。曰:「未也。猶疾視而盛氣。」十日又問。曰:「幾矣。雞雖有鳴者,已無變矣,望之似木雞矣,其德全矣,異雞無敢應者,反走矣。」

(莊子)


(출처 : https://www.facebook.com/CantoneseMuseum/)


목계는 흔히 장자에 실려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열자에도 거의 대동소이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열자가 앞 선 글이지만,

옛 책은 후인들이 끼어 넣기 한 것이 많아,

그 선후를 제대로 알기엔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어쨌건 여기선 열자를 중심으로 번역해보았다.


“기성자는 주선왕을 위해 싸움닭을 길렀다.

열흘이 지나자 물었다.


‘닭이 싸울 만한가?’


답하여 아뢴다.


‘아직 아닙니다. 교만하여 우쭐거리고 있습니다.’


열흘이 지나 다시 묻자 이리 아뢰었다.


‘아직 아닙니다. 다른 닭의 소리와 그림자에 아직도 반응하고 있습니다.’


열흘이 지나 다시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다른 닭을 깔보며 기가 성합니다.’


열흘이 지나 다시 물었다.


‘때가 이른 것 같습니다.

상대 닭이 울어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나무로 깍은 닭처럼 그저 바라만 볼 뿐입니다.

닭의 덕이 온전해졌기에,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달아날 것입니다.’”


이 고사를 매약목계(呆若木鷄)라 하는데,

때로는 태약목계(呆若木鷄) 이르기도 한다.

모두 같은 뜻이다.


코인판이 시퍼렇게 죽어 가면, 놀라서 도망가기 바쁘고,

화롯불처럼 벌겋게 달아오르면 목깃털을 세우고 달려들기 십상이다.

처변불경(處變不驚)이라, 아무리 코인판이 요동을 쳐도,

저 목계처럼 덕스러울 수는 없겠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며 목계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런데, 기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계처럼 다른 닭이 도망가면 싸움을 하지도 않고 이길 수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보면,

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라 하였다.

싸우지 않고 상대 군대를 이기면, 최고라 하였다.


하지만, 전쟁이란 어디 그런가?

원치 않아도 싸워야 할 때가 있으며,

때론 도망가는 적을 무찔러야 온전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영화 '카게 무샤'에 등장하는

풍림화산(風林火山) 즉,


“其疾如風、其徐如林、侵掠如火、不動如山”


“달리는 것은 바람처럼

서서히 움직일 때는 숲과 같이,

공격은 불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이.”


이런 구절이 귓가에 들린다.


내가 깊은 애정을 느끼는 캐릭터 중의 하나인,

다케다 신켄(武田信玄)의 군략 슬로건으로 유명한 풍림화산은

영화 속에서 군사들이 전쟁터를 누빌 때 깃발에 이를 새겨 다녔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말은 원래 손자병법(軍爭篇)이 출전이다.


“故兵以詐立,以利動,以分和爲變者也.

故其疾如風,其徐如林,侵掠如火,不動如山,難知如陰,動如雷震.”


“고로 전쟁은 속임수로써 성립하고, 이익으로써 움직이며,

나누고 합함으로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동은 그 질속(疾速)이 바람과 같고,

그 고요함이 숲과 같고,

쳐들어감이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음이 산과 같고,

알기 어려움이 어둠과 같고,

움직이는 것이 천둥, 벼락과 같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이라 주장하는 한편,

움직일 때는 이리 천둥, 벼락과 같이 나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역시 병략가는 어디 하나에 매이지 않고 있다.


코인판을 보며, 목계의 덕성을 다시 음미하고자,

책을 들추며 열자의 황제(黃帝)편을 몇 차 거푸 음미하였다.


兵起,非可以忿也,見勝則興,不見勝則止。


위료자란 병법서에도 이를 경계하고 있지 않음이더냐?


병이 일어날 때는 분심(忿心)으로서가 아니라,

이길 수 있으면 일떠 일어나, 나아가 족치고,

질 것 같으면 멈추라 하였다.


헌데, 승산을 바로 셈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질러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지 않아야 할 곳에서 그 끝까지 밀고나아가지 못하였으니,

이는 내가 아직 손자를 다 배우지 못한 것을 알겠음이다.


아, 나는 언제나 되어야 목계가 되고,

바람, 수풀, 불, 산을 따라 배울 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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