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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상장 단상 2

decentralization : 2018. 7. 17. 12:29


코인 상장 단상 2


내가 지켜보고 있는 코인 하나가 있다.

유망하다든가, 투자 목표로서 눈여겨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접하였을 뿐, 별 다른 관심은 애시당초 없었다.


그런데, 이를 통해 사람들의 행태를 또 다시 알게 되었다.


이 코인이 내세운 목적사업은 실로 그럴듯하다.

헌데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아무런 구체적인 실천 사업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이 코인을 중심으로 모임을 결성한 사람들은,

오매불망 코인 상장되기만을 줄기차게 꿈꾸었다.

그래 참으로 달콤도 하겠다.


우여곡절 끝에 변방의 한 거래소에 상장이 되었다.

상장 이후 연일 떨어지고 있다.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실천행이 없는 코인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그러함에도 이 코인 투자자는 상장이 성공적이었다니,

앞으론 가격이 오를 것이란 희망을 노래하고 있을 뿐이다.

그 누구하나 있어, 목적 사업이 어찌 될 것인가?

묻고나 채근하지 않았다.


최근 그 모임 사이트에 DDos 공격이 있었다.

이것 방어하다 못해 급기야 서버 이전을 하고 말았다.


참으로 가관이지 않은가?

왜 그런가?


목적 사업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장 이전에 이미 블록세일 등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명색이 블록체인 기술을 운영하는 기관인데,

모임 단체는 구태의연하게 예전 구식 웹 사이트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핵심 기능이라고 선전하는 기술조차 아직도 구현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채근하고, 질책하지는 못할망정,

외려 기술진들이 서버 이전하느라 고생하였다고 위로하기 바쁘다.


투자자들이 그리 상장을 오매불망 원하였던 것은,

이로써 환가가 자유스럽게 이뤄지고,

가격이 오르길 기대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런데 이게 제대로 되려면, 상장이 문제가 아니라,

정작은 그 코인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여야 가능하지 않겠음인가?

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인 바라,

상장 아냐 상장 할아버지가 되었다한들,

어찌 나무 위에서 고기를 낚을 수 있겠음인가?


도대체 투자자들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코인 개발 주체를 향해 싫은 소리는커녕 눈 흘김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이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헤겔의 정신분석학을 보면,

타인이 나에게 하려는 행위와 내가 타인에게 하려는 행위 사이에서,

후자가 전자를 압도할 때라야 진정한 자기의식이라 하였다.

그러니까 이 양자 사이에서 갈등이 존재하고 투쟁이 따른다.

이런 관계 속에서 내 의식이 이길 때, 

자기의식은 인정받게 된다.

이를 인정투쟁이라고 한다.


이리 타자와의 투쟁을 매개로,

자신의 자립적인 존재와 사물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 자기의식을 주인의식이라 한다.

반면 노예의식은 오로지 자기 생명을 부지함을 댓가로,

자기의식의 독립을 유보하고 노예로 전락한다.

이것은 의식의 부재인 사물적 존재와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주인과 노예는 항상 그 위치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역전될 가능성을 보지하고 있다고 헤겔은 보았다.


주인은 노예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물과 관계할 뿐이지만,

노예는 직접적으로 사물을 다루면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자립적 의식을 키운다.


노예는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인정투쟁을 해가면서,

주인의식을 쟁취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코인판을 보면,

투자자들은 투자자로서의 정당한 권익을 버리고,

오히려 개발자 눈치를 보기에 바쁠 뿐이다.

헤겔의 노예들은 인정투쟁을 통하여 주인의식을 쟁취하지만,

여기 코인 투자자들은 영원히 노예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있다.


헤겔에 있어 주인과 노예는 변증법적 갈등을 통해,

주인과 노예는 자기 위치에서 각기 자유 유지, 확보를 위해,

고민하고 갈등하며 투쟁한다.


하지만, 도대체, 여기 코인판의 투자자들은,

어이하여 스스로를 영원한 노예로 굴레지우길 원하는가?


여긴 따지고 보면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눈먼 욕망, 비겁한 욕망.


혹시 내가 개발진들에게 따지고 들면,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하자 많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쉬쉬 감추며,

집값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눈먼 욕망.


또 한편으로는 상장만 되면,

무작정 오를 터이고,

그러면 나만 재빨리 팔아치우고 돈만 챙기면 그 뿐이다.

비겁한 욕망.


헌데, 상장은 되었지만,

연일 10~20%씩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대량거래의 잦은 출몰은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대로 더 떨어지다가는,

노예들은 급기야 아노미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나는 저들 노예들이,

인정투쟁을 벌여 주인에게 책임을 묻고, 일떠 일어나길 바란다.

헌데, 이게 도대체 가능하기나 할까?

저 어리석음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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