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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외(郭隗)

소요유 : 2008. 8. 10. 11:36


전국7웅(雄)의 하나인 연나라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쓰고자 한 이유는,
이전에 썼던 두 이야기와 견주어 패를 맞춰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 두 이야기
☞ 2008/02/11 - [소요유/묵은 글] - 옹치(擁齒)
☞ 2008/02/21 - [소요유] - 두수(頭須), ☞ 2008/02/21 - [소요유] - 두수(頭須) - 후기
)

연나라 국정의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 제나라가 침략을 해왔다.
전 국토는 오래지 않아 유린당하여 황폐화됐다.
제나라는 물러갔지만, 나라는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
이 때 즉위한 것이 소왕(昭王)이다.
나라의 재건을 꾀하고자 곽외(郭隗)라는 현자와 의논했다.

“나라의 혼란을 틈타 제나라가 쳐들어와 패하고 말았소.
인재를 초빙하여 국력을 기르고 이 치욕을 씻고자 하니,
선생께서 가르침을 주시오.”

이 때, 곽외가 천금시마(千金市馬), 또는 매사마골오백금이환(買死馬骨五百金而還)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꺼내며, 왕을 깨우친다.

이 장면을 원문을 들어 감상한다.

곽외 왈,
“옛날 어떤 왕이 천금을 들여 천리마를 구하려 했습니다.
3년이 지나도 얻지를 못했습니다.
이 때, 측근에 있던 한 사람이 내가 구하여 오겠습니다 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왕은 그를 맡겨 내보냈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천리마 있는 곳을 알아내었습니다.
하지만, 말은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말의 머리를 5백금을 주고 사서 돌아왔습니다.
왕은 대로하여 말합니다.
산 말을 사오라고 하였는데, 어찌 죽은 말을 사왔으며, 5백금이나 버렸는고?
그자가 말하길, 죽은 말조차 5백금으로 사들였으니, 항차 산 말은 어떻겠습니까?
천하 사람들은 왕이 반드시 말을 사려고 함을 알 것입니다.
하니 말은 이제 곧 모여들 것입니다.
어시(於是)에 1년도 지나지 않아 천리마가 3필이나 모였다고 합니다.
왕께서 선비를 초치(招致)하시려면 먼저 외(隗)부터 시작하십시오.
저 같은 이도 예우를 받는다면, 저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이 어찌 천리가 멀다하겠습니까?”

이에 소왕은 곽외에게 집을 지어주고 스승으로 모셔 삼았다.

그 후, 악의(樂毅)가 위(魏),추연(鄒衍)은 제(齊),극신은 조(趙)로부터 모여드는 등,
선비들이 다투어 연으로 모여들었다.
연왕은 전사자를 조문하고, 민생을 살피는 등, 백성과 고락을 함께 했다.
이리하길 28년, 연은 부가 충실해졌다.
이에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고 진, 초, 한, 위, 조와 연합하여 제를 쳤다.
결국 제는 패하고 민왕(閔王)은 국외로 도망쳤다.
연은 홀로 패배하는 그들을 추격했다.
제나라 수도인 임치를 함락하고, 갖은 보물을 모조리 취했으며, 궁궐과 종묘를 태워버렸다.
제나라 성중에서 항복하지 않은 것은 거(莒)와 즉묵(即墨)뿐이었다.

郭隗先生曰:“臣聞古之君人,有以千金求千裏馬者,三年不能得。涓人言于/於君曰:‘請求之。’君遣之。三月得千裏馬,馬已死,買其首五百金,反以報君。君大怒曰:‘所求者生馬,安事死馬而捐五百金?’涓人對曰:‘死馬且買之五百金,況生馬乎?天下必以王爲(為)能市馬,馬今至矣。’于/於是不能期年,千裏之馬至者三。今王誠欲致士,先從隗始;隗且見事,況賢于/於隗者乎?豈遠千裏哉?”
于/於是昭王爲(為)隗筑宮而師之。樂毅自魏往,鄒衍自齊往,劇辛自趙往,士争凑燕。燕王吊死問生,與百姓同甘共苦。二十八年,燕國殷富,士卒樂佚輕戰。于/於是遂以樂毅爲(為)上將軍,與秦、楚、三晋合謀以伐齊,齊兵敗,閔王出走于/於外。燕兵獨追北,入至臨淄,盡取齊寳,燒其宮室宗廟。齊城之不下者,唯獨莒、即墨。

이 이후, 제나라의 멋진 항전(抗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전단(田單)의 화우지계(火牛之計)를 앞세운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 이야기는 내가 할 이야기도 적지 아니한즉,
차후 날을 골라 풀어내 보기로 한다.

앞의 두 이야기와 더불어 이번 고사는
시체(時體)말로 ‘시범케이스’의 예가 되겠다.
군대에서는 병사를 훈련시킬 때,
제대로 잘 따라하지 못하는 사람을 하나 골라내,
엄히 기합을 주어 뭇 사람들을 경계한다.
일벌백계(一罰百戒)라 함은 바로 이런 장면에 합(合)한다.

하나를 다스려 천인(天人)을 경계하거나,
하나를 천양(闡揚)하여, 만인(萬人)을 일으켜 충동(衝動)하는 술수(術數)인 게다.

본문 중에 등장하는 선종외시(先從隗始),
즉 ‘우선 외부터 시작하십시오.’ 이 말에 주목한다.
이 말이 유효하게 작동하려면 사전 조건이 필요하니, 그것이 무엇인가?
역시 곽외의 입을 빌어 살펴본다.

곽외 왈,
제왕의 신하는 불러 이름하길 비록 신하이지만 기실 스승입니다.
왕자(王者)의 신하는 불러 이름하길 비록 신하이지만 기실 친구입니다.
패자(霸者)의 신하는 불러 이름하길 비록 신하일지라도 기실 손님에 불과합니다.
위험한 나라의 신하는 불러 이름하길 비록신하일지라도 기실 포로에 불과합니다.

이제 왕께서,
동면(東面)하시어, 눈을 부라리며 신하를 구하신다면,
종으로 부릴 만한 사람만 이를 것입니다.
남면(南面)하시어, 겸손함을 잃지 않고 신하를 구하신다면,
그저 평범한 인재만 남을 것입니다.
서면(西面)하시어, 상대에게 나와 대등한 예를 취하여 신하를 구하신다면,
그저 친구 정도의 인물만 모여들 것입니다.
북면(北面) 하시어, 손을 맞잡고 공손히 겸양하시어 신하를 구하신다면,
스승으로 삼을 만한 인재를 구하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즉, 위로 왕자(王者)가 되시든, 밑으로 패자(覇者)가 되시든,
그는 오로지 왕의 선택에 따를 뿐입니다.

郭隗曰:“帝者之臣,其名臣也,其實師也;王者之臣,其名臣也,其實友也;霸者之臣,其名臣也,其實賓也;危國之臣,其名臣也,其實虜也。
今王將東面目指氣使以求臣,則厮役之材至矣;南面聽朝,不失揖讓之禮以求臣,則人臣之材至矣。西面等禮相亢,下之以色,不乘勢以求臣,則朋友之材至矣;北面拘指,逡巡而退以求臣,則師傅之材至矣。如此,則上可以王,下可以霸,唯王擇焉。

내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토를 다니 그것은 이러하다.

가령, 북면이라 함은 신하가 왕을 대하는 모습이니,
이는 왕이 남쪽을 면하여 앉아 북쪽을 향하고 선, 신하의 조례를 받는 모습을 상상하면
익히 그 뜻을 추단할 수 있다.
덕수궁 안의 근정전(勤政殿) 역시 왕은 남면하고, 신하는 북면하는 모습을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왕이 북쪽에 앉아 남면하고,
신하들은 마당가에 깔린 박석들 좌우에 도열하고 있지 않은가?
이 때 동편으로는 문반이, 서편으로는 무반이 각기 갈려 도열하게 된다.
그러하니 문반은 서면하여 무반을 대하고,
무반은 동면하여 문반을 마주하게 된다.

본문의 각면(各面)은 이를 이르고 있음이니,
곽외는 이리 각 장면을 빌어 연출함으로서,
가지런히, 각 상황을 정리하여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다.

(※ 다만, 좌우(동서) 중 좌를 우선시 하는 전통은 시대별로 일정하지 않았음이니,
보통은 좌가 우보다 우선시 되나,
가령 한(漢)과 원(元) 시대에는 우가 좌보다 존중되었다.
연소왕(燕昭王)의 재위 연대가 기원전311年~279年으로 때는 전국시대인즉,
좌가 우보다 우선시 되던 시대였다.)

고전은 뜻을 펴, 의견을 밝히되,
늘 이리 천지신명(天地神明)에 의지하거나,
또는 사물에 기대어 그 마음의 겸양을 다한다.

이러한즉, 그 말의 구조가 사뭇 튼튼하여,
말에 권위가 서고, 가르침이 깊어,
새겨 듣는 이의 믿음을 돈독히 길어 올린다.

이 아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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