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숙(蹇叔)
앞의 글 ☞ 2008/07/26 - [소요유] - 식객 3000과 조루 에 등장하는
건숙(蹇叔) 어록을 특별히 남겨두고자 한다.
***
백리해(百里奚)는 의형(義兄)인 건숙(蹇叔)을 진목공(秦穆公)에게 추천했다.
진목공이 건숙을 사모하더니니,
마침내 건숙을 송(宋)나라 명록촌(鳴鹿村)으로부터 모셔왔다.
진목공은 데려온 건숙을 영접하고는, 가르침을 청한다.
건숙은 덕으로 근본을 삼고 위엄으로 백성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진에는 오랑캐 풍속이 섞여 있어 백성들 중에 예법을 모르는 자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계급과 위엄이 분명하지 못하고 귀천이 밝혀 있지 않습니다.
청컨대, 신은 주공을 위해서 먼저 교화하고 뒤에 형벌할 것을 주장합니다.
교화가 실시되면 백성들은 윗사람을 존경할 줄 아나니,
그런 뒤에 은혜를 베풀어야만 백성들이 감사할 줄을 알게 되며,
또한 형벌을 써도 그들이 두려워 할 줄을 알게 됩니다.
이렇듯 상하가 손과 발처럼 서로 맞아 들어가면 무슨 일이든 어려운 것이 있겠습니까 ?
제나라 관중은 능히 상하를 절제하며 천하를 호령하기 때문에 그를 당적할 자가
없는 것도 다 이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진숙의 말을 듣고서 진목공이 다시 묻는다.
“진실로 선생의 말처럼 하면 마침내 천하의 패권을 잡을 수 있겠소 ?”
건숙이 옷깃을 여미고 대답한다.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대저 천하를 제패하려면 세가지 것을 지켜야 합니다.
첫째는 욕심을 버려야 하며,
둘째는 분노하지 않아야 하며,
셋째는 무엇이건 조급히 서둘지 말아야 합니다.
욕심이 많으면 그만큼 잃는 것이 많으며,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일은 어려워지며,
조급히 서둘면 그만큼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대저 일이란,
크고 작은 걸 잘 살펴서 추진해야 하나니,
어찌 욕심을 부릴 수 있습니까 ?
상대와 자기를 저울질해서 베풀어야 하나니,
어찌 분노할 수 있습니까 ?
천천히 할 것과 급히 할 것을 짐작해서 펴야 하나니,
어찌 조급할 수 있습니까 ?
주공께서 이 세가지를 잘 지키시면 그제서야 패업(霸業)을 성취하기에 가깝다고 하리이다.”
***
마지막 부분에 건숙이 지적한 세가지는
불교의 가르침인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과 유사하다.
탐(貪)은 건숙의 욕심,
진(瞋)은 건숙의 분노,
치(痴)는 건숙의 조급
이리 배대(配對)해보면 치(痴)-조급의 조합이 약간 어색하나,
시절(時節)의 완급(緩急)을 모르고 나대는 것 역시 어리석음의 소치인지라,
그런대로 얼추 비겨볼만 하다.
건숙의 말은 요약하자면,
대저,
일이란 대소(大小)가 있음이며,
완급(緩急)이 유별(有別)하나니,
상대를 가려(分別) 대처하라는 말씀이리라.
이 때, 특히 외물(外物)에 가려 일어나는 욕심, 분노를 버리란 가르침이다.
귀한 말씀인즉,
문득 이리 되새겨 남겨두고자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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