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장의 야유 그리고 안자
오늘 故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生이명박 대통령이 고인의 영전에 헌화하려는 순간,
야유를 받고 말았다.
나는 이때,
불현듯 한비자의 고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여기 먼저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비자 외저설편(韓非子-外儲說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齊) 나라의 경공(景公)이 안자(晏子)와 더불어 소해라는 곳으로 놀이를 갔다.
백침(栢寢)의 대(臺)에 올라 그곳을 멀리 내려다보았다.
“아름답고뇨! 물이 넓게 펼쳐져 있고, 당당하고뇨!
후세에 장차 누가 이곳을 차지할까나?”
안자가 답하여 아뢴다.
“그것은 전성(田成)씨가 아니겠는지요?”
경공이 말한다.
“과인이 지금 이 나라의 주인이오. 그런데 어째서 전성씨가 차지한단 말이오?”
안자가 답하여 아뢴다.
“무릇 전성씨는 퍽이나 제나라 백성의 마음을 얻고 있습니다.
상위 사람들에게는 작록을 청하여 대신이 되게 하고,
하위 사람들에게는 사사로이 크게 만든 되로 곡식을 빌려주고,
돌려받을 때는 작은되로 받습니다.
한 마리의 소를 잡으면 오직 한 그릇의 고기만 취하고,
나머지는 모두 선비(or 병사)들에게 돌립니다.
연말에 돌려지는 포백(布帛)은 다만 두 벌 옷을 만들 정도만 취하고,
나머지는 모두 모두 선비(or 병사)들에게 돌립니다.
고로 시중의 나무 값은 산에서 보다 비싸지 않으며,
물고기, 소금, 자라, 고둥, 조개 값은 바닷가 보다 비싸지 않습니다.
임금께서는 세금을 무겁게 거둬들이시나, 전성씨는 후히 덕을 베풀고 있습니다.
제나라가 대기근에 빠졌을 때,
길바닥에 굶어죽는 자가 속출하여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가족을 이끌고 전성씨에게 달려간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고로 주(周), 진(秦)나라의 백성들은 서로 이리 노래를 불렀습니다.
‘옥수수를 얻으려면 전성씨네로 가자’
시(詩經)에 ‘비록 너에게 베풀 덕은 없지만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자.’란 말이 있습니다.
이제 전성씨의 덕으로써 백성의 노래와 춤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전성씨의 덕에 귀의하고 있습니다.
그러한즉, 전성씨의 나라가 되고 말 것이라고 아뢰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경공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슬픈 노릇이고뇨.
과인이 나라를 갖고 있는데도 전성씨 소유가 된다니,
이제 어찌 하면 좋겠나뇨?”
안자가 대답하여 아뢴다.
“어찌 걱정하실 일이 있겠사옵니까?
만약 이로부터 벗어나시려면, 현인을 가까이 하시고,
함께 같이 있어서는 아니 되는 소인배들은 멀리하시옵소서.
혼란을 잘 다스리시고,
형벌을 늦추시며,
가난한 사람들을 북돋우시고,
고아나 과부를 구휼하십시오.
은혜를 베풀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시면,
장차 백성들은 임금께 귀의할 것입니다.
그러하면 전성씨가 비록 열 명이 나타나도 어찌 하겠는지요?”
景公與晏子游於少海,登栢寢之臺,而還望其國曰:「美哉!泱泱乎!堂堂乎!後世將孰有此?」晏子對曰:「其田成氏乎?」景公曰:「寡人有此國也,而曰田成氏有之,何也?」晏子對曰:「夫田成氏甚得齊民,其於民也,上之請爵祿行諸大臣,下之私大斗斛區釜以出貸,小斗斛區釜以收之。殺一牛,取一豆肉,餘以食士;終歲布帛,取二制焉,餘以衣士。故巿木之價不加貴於山,澤之魚鹽龜鱉蠃蚌不加貴於海。君重斂,而田成氏厚施。齊嘗大飢,道旁餓死者,不可勝數也,父子相牽而趨田成氏者不聞不生,故周秦之民相與歌之曰:『謳乎其已乎苞乎,其往歸田成氏乎。』詩曰:『雖無德與女,式歌且舞。』今田成氏之德,而民之歌舞,民德歸之矣。故曰:其田成氏乎。」公泫然出涕曰:「不亦悲乎!寡人有國而田成氏有之,今為之奈何?」晏子對曰:「君何患焉!若君欲奪之,則近賢而遠不肖,治其煩亂,緩其刑罰,振貧窮而恤孤寡,行恩惠而給不足,民將歸君,則雖有十田成氏,其如君何。」 (韓非子外儲說右上)
고인이 현 정권의 압박을 받았음에,
그것이 과하다니, 마땅하다느니,
저마다 제 정치적 입지에 따라, 패가 갈려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나라 국민들을 구휼함에 있어,
전성씨 보다 나라의 주인인 강씨가 훨씬 못하듯이,
지금 한국의 서민들은 현 정권으로부터 사뭇 홀대를 받고 있다.
부자들 세금 감면, 부동산부양책, 비정규직 박대, 의료민영화, 미쇠고기파동 ... 등등
앞장 세워 펴는 정책이 가난한 사람 편에 있지 않음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실정이다.
그 뿐인가?
온 국토가 공사판 일색이다.
4대강 물고기들은 생령이 아니던가?
그 물에 살고 있는 뭇 생명들도 제 살 곳을 심히 위협받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영결식장에서 야유(揶揄)를 퍼부은 당사자는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사죄하십시오",
"무슨 자격으로 헌화합니까"
(출처 : 야유 받은 MB, 통곡한 DJ, 침묵한 YS - 오마이뉴스)
그의 슬픔과 분노를 충분히 알만도 하지만,
글쎄, 그들은
고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만큼의 충정으로,
진작,
국민들을 위해서도 눈물을 흘리고,
올바른 정책 실행을 위해 갈심진력했는가 저들과 함께 묶어, 나는 묻고 싶다.
아마도 그들이 조금 더 이리 노력하였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과연, 제나라는 나중에 전씨의 소유가 되었다.
강태공으로 잘 알려진 여상(呂尙)에게 봉해진 제나라가,
종국엔 전씨(田和)에게 넘어가버렸다.
물론 전씨가 백성들에게 은혜 베풂에 있어,
그것이 주도면밀한 정치적 전략의 일환이었기도 하였으나,
어쨌건 국민의 마음을 훔친 것은 전씨였던 것이다.
제강공(齊康公)은 나라를 빼앗겼으나,
이명박은 야유를 받았으니 그것으로 그만 다행일까?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괞찮은가?
그에게 경공의 신하인 안자와 같은 참모는 없는 것인가?
안자는 경공에게 이리 말하였다.
“則雖有十田成氏,其如君何。”
은혜를 백성들에게 베풀면,
전성이 열 명이 나타난들 주군을 어찌 할 것인가?
하지만,
안자가 열이면 어찌할 것인가?
주군이 못나면 결국 나라를 빼앗기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하니,
안자를 찾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
이를 깨닫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은가?
도대체가,
전임 대통령 영결식에서 야유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얼마나 딱한가 말이다.
사뭇 부끄러운 노릇이다.
무릇 위정자는 안자의 저 말을 뼈에 아로새기고,
살을 저며 익혀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나라 체통이 서지 않는 무참(無慚)한 노릇이다.
이명박 그의 대오각성을 기대한다.
한 생각 돌리면 바로 새 세상인데,
이게 쉽지 않은 노릇일까나?
하지만,
이를 극복하여 뛰어넘는,
그게 대통령의 소임이자 책무가 아닌가?
그 누가 저리 구름같이 모여들어,
대통령이란 이름의 영전에 헌화하며 애도할 수 있음인가?
그가 대통령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무현 그가 훌륭하다한들,
저리 말 그대로 구름같이 운집(雲集)할 수 있을 터인가?
저들 국민들의 순정과 믿음, 그리고 소망을,
위정자가 사심 버리고, 신명 바쳐 받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대통령이 무엇인가?
이를 확인하고 기억하는 오늘 밤이 되길,
나는 그에게 간곡히 주문한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약을 먹이려면 그릇까지 (0) | 2009.06.04 |
---|---|
공무 담임 행정 한심 (0) | 2009.06.04 |
물노빠 (2) | 2009.06.01 |
死也一片浮雲滅 (0) | 2009.05.29 |
북소리 (0) | 2009.05.28 |
노무현 대통령 출마선언 (0) | 2009.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