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남 홍수 조절지
거의 전국의 수도 취수처가 녹조 창궐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연천군은 과연 문제가 없을까?
나는 연천군 군남면의 홍수조절지를 만드는데 참여한 지인을 하나 알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여기 연천군 물처럼 깨끗한 데는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는 수돗물을 그냥 벌컥벌컥 들이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비무장지대를 통과한 물이라고 무조건 신뢰할 수만은 없다.
비무장지대라는 말 하나를 곁에 두었다고 꼭이나 깨끗하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다.
거기 근역에 농경지가 있다면 농약 따위에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난 또한 비무장지대 안에서 농사짓는 사람을 알고 있는데,
그들이라고 뭐 특별히 다르게 농사짓지는 않는다.
비무장지대외의 농부와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자면 비무장지대는 깨끗할는지 몰라도,
그 근역에 있는 농경지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러하다 하고 이번 폭염에 녹조가 없는가 살펴보려고,
군남면 소재 맑은물사업소 홍수조절지를 직접 찾아가 보았다.
언제고 꼭 가보려하였는데 마침 오늘 틈을 낼 수 있었다.
(소재지 :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솔넘어길 101 or (舊) 군남면 선곡리 600 )
댐 위와 아래는 차이가 있었는데,
역시나 위쪽 고인 물은 칙칙한 것이 아래쪽 흐르는 물에 비해 과히 아름답지 못했다.
그렇지만 비록 멀리서 보아서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녹조는 없는 것 같았다.
지인의 말씀대로 비교적 깨끗한 편인가 보다.
사뭇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홍수조절지가 곧 취수처인가는 확인을 못했다.
직원을 만났으면 좋았을 터인데, 사무소는 조절지로부터 좀 떨어져 있어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홍수조절지 근역 유휴지엔 공원이 갖춰져 있는데,
두루미 조상(造像)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두루미 하나가 10여 kg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발견되는 새로서는 제일 크다고 한다.
안내문에 보면 두루미는 단정학(丹頂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난 까마득하니 먼 시절 초등학교에 이 단정학을 배웠던 적이 있음을 기억해낸다.
교과서 왼쪽 페이지에 그림과 함께 소개되었는데,
충청도 당진에 많다고 기록되었었다.
정수리가 빨갛다하여 단정학이라고 부르는 것일 텐데,
난 단정학이란 말 자체에 심미적으로 강한 이끌림을 받는다.
지금은 서식지가 많이 파괴되어 남한에서는 기껏 철원 인근에서만 발견되는 모양이다.
나는 희망한다.
여기 연천군과 철원군이 이웃 파주처럼 제초제를 금지하는 제도가 도입되기를.
아까 낮에도 보니깐 노인 하나가 농약통을 지고서는 밭에다 제초제를 뿌리고 있더라.
갓 씌운 노즐을 들고서는 밭에다 코를 박고는 종종 걸음을 친다.
참으로 품위 없고 조잡스럽게 보인다.
만약 철원까지 오염이 되어 두루미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서글픈 노릇이며 부끄러울 텐가?
농촌 사람들이 제발 품격 없이 막 되는대로 살지 말았으면 싶다.
제초제, 농약은 물론이거니와 갖은 쓰레기를 밭에다 그냥 태워버리는,
저 천박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를 멈추지 않는 한,
여기 시골은 희망이 없다.
농부 스스로 제 존재 기반을 허물고 있음이니,
참으로 통탄스런 여기 이곳 이 정경이라니 ...
입구에 서있는 소나무를 한참 쳐다보았다.
언제 보아도 기상이 장하고 빼어나다.
다만, 봄철엔 수액이 뻗쳐 나무 아랫 권역에 송진 방울이 튄다.
이곳 밑에다 주차를 장기간 해두다보면 껌딱지 같은 것이 차량을 뒤덮는다.
멀리서 두고 보기엔 그만한 일품(逸品)이 없는데
가까이 두고 사랑하려할 때 이 점만은 잘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