蠍螫石崇擠破門(갈석석숭제파문)
蠍螫石崇擠破門(갈석석숭제파문)
석숭이 전갈에 물리니 문을 밀어 깨뜨릴 정도로 문안객이 몰린다는 뜻이다.
석숭은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던 진(晉)나라 시대 때 살았던 대부(大富)를 일컫는다.
(※ 참고 글 : ☞ 2009/09/21 - [소요유] - 석숭(石崇))
우리네 속담에도,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조상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나,
막상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 하나 얼씬 거리지 않는다.‘란 말이 있다.
내가 여기 시골에 들어와 몇 몇 사람을 접하였지만,
서울에 있을 때보다 한결 더,
적나라한 인간 모습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제 소용이 닿을 때는,
갖은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흰수작을 늘어놓던 이들이었으되,
나로 인해, 제 욕심을 차려 챙기게 되자,
언제 보았느냐는 듯 안면을 바꾸길 여반장으로 하더라.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 하지 않았음인가?
(※ 참고 글 : ☞ 2009/12/31 - [소요유/묵은 글] -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는 상황에 즉하여 마치 표범의 털이 철 따라 바뀌듯 변하지만,
소인은 제 잇속에 따라 거죽 얼굴이 수시(隨時)로 싹 바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갖은 아양을 떨며 살갑게 구는 자를 경계하여야 한다.
내 그러거나 말거나 뭇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질 않으나,
필경, 시간이 흐르고 나면 대개는 제 본색이 드러나고 만다.
반면,
처음 만났을 때나,
오래 겪고 난 지금이나,
늘 한결같이 마음이 고르고 편안한 이가 있다.
아,
과연 저 분은 성실(誠實)하고뇨.
예서 성실하단 말은 남한테가 아니라 곧 자신한테 저리도 충실하단 말씀이다.
여기 시골 생활 중,
내 평생 처음으로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갖은 불한당, 양아치, 무지렁이, 파렴치한(破廉恥漢)들을 만났다.
하지만,
저리 지켜보며 믿음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분도 계심이라,
이는 실로 행이라 일러야 할 터.
君子之交 淡如水
小人之交 甘如蜜
군자의 사귐은 물 같이 담담하나,
소인의 사귐은 꿀 같이 달다.
소인은 속이 얕은 즉,
단박 저리 달디 달게 꾸며 접근한다.
제 얄팍한 처지도 잊고 남이 모를까 여길 터지만,
저만 모르는 것이지 어찌 소명(昭明)하니 밝은 이를 속일 수 있으랴.
허나,
군자는 어디 매임이 없음이니,
어찌 자신을 꾸미고, 남을 속일 일이 있으랴.
그저 가을 물처럼,
청정(淸淨, 淸靜, 淸正)하니,
저 홀로 흘러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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