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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십우(五風十雨)

소요유 : 2013. 7. 23. 10:45


닷새에 한 번씩 바람이 불고, 열흘에 한 차례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분다는 것은 공기가 흐른다는 것이니,
이는 이쪽과 저쪽의 공기 온도가 차이가 난다는 것이요,
온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곧 공기의 밀도가 다르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공기의 밀도가 다르니 빽빽한(密)쪽의 공기가 허술한(疎)쪽으로 흘러들 수밖에.

이는 어느 곳이나 다 같이 햇빛이 내리 비추겠지만,
곳마다 지리, 지형이 다르고,
공기의 함습량(含濕量)내지는 포화도(飽和度)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 열의 보존, 전도에 차이가 나고,
결국 온도 편차, 기압 차이가 생겨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다.
 
대개 오일 정도에 바람이 불어 공기를 유통시키고,
십일에 한 번 비가 내려 땅을 적시면,
적절히 토양이 풍건(風乾)되고 우습(雨濕)되어,
만물이 생육(生育) 되리라.

헌데 금년 북부 지방은 달을 넘겨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비가 내려 일찍 깨어 일어났다.

야추우(夜愁雨)라,
새벽 비(晨雨)는 잠긴 근심도 일깨우지만,
추연(惆然)한 감상에 촉촉하니 젖어들기에 좋다.
슬픈 가운데 솜사탕처럼 은근히 녹아드는 달콤함이라니.

기상청에서 장마가 끝났다고 진작에 선언하였지만,
여긴 하루 건너씩 비가 내리고 있다.

최근래 노지 밭에 물을 주어본 적이 없다. 
하여 나는 문득 五風十雨를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 여지없이 요즘 환경파괴가 극심하여 이러한 것이 아니냐 하는데 이르게 된다.
사실 주변을 돌아다 보면 인간들의 패악질이 극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이웃 밭에서  집을 짓는다고 한다.
내 그 밭의 최근 형편을 알고 있다.
또 다른 이웃이 그 밭을 수년 임대하여 사용해 왔는데,
묘목을 수 차 넣고 빼는 과정에 비닐 멀칭을 거두지 않고,
매번 그냥 갈아 엎고 가식을 했다가는 뽑아내길 반복하여 거의 비닐 곤죽이 된 상태다.
게다가 묘목 담았던 포트를 거두지 않고 그냥 밭에다 버려놓았기 때문에,
잡풀과 엉켜 비닐 곤죽 속에 든 새알심처럼 점점히 흩뜨려져 있는 것이다. 

내 매양 저것을 보고는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억제치 못하고,
땅의 아픔에 눈물 짓고는 하였다.

이제 그 밭에 집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지주는 거친 건설업자라 저것을 회복할 위인들이 아닐 것이란 짐작을 하니 더욱 답답해졌다. 
경계 문제로 다툼이 일고 있는데,
그것은 그것이고 나는 그 와중에도 저이들에게 충고를 두어번 했다.
그냥 집을 앉히지 말고 비닐을 먼저 거둬내시라. 
나중에 땅이 숨을 쉬지 못함을 알게 되면,
그 위에  사는 사람인들 편하랴?

그런데 지켜보니 어련할려고,
짐작대로  대충 처리하고 나아갈 조짐이 역력하다.

이러하고도 오풍십우를 바랄 수 있음인가? 

하지만,
고대라한들 항상 오풍십우의 세계가 있었던 게 아니다. 

禹在位時有七年大水 
湯在位時有五年大旱

우임금 때 7년 홍수가 있었고,
탕 임금 때 5년 가뭄이 있었다 하지 않았음인가?

애시당초,
자연은 불인한 것이다.

천지불인(天地不仁)

내가 그저 먹이만 주고 있지만,
잠시 거두고 있는 들고양이가 최근 새끼 3마리를 낳았다.
이 우중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데 여간 고초가 심하지 않다.
도대체 저들은 어이 하여 명(命)을 받아 저리 진저리치는 삶을 건너야 하는가?
하기사 사람이라고 매양 복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리니,
저 금 밖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오풍십우(五風十雨)의 출전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기대하고 있는 말씀과는 사뭇 다른 뜻과 관련되어 있다.

원래 출전은 漢의 왕충(王充)이 지은 論衡 是應편이다. 

儒者論太平瑞應,皆言氣物卓異,朱草、醴泉、翔鳳、甘露、景星、嘉禾、萐脯、蓂莢、屈軼之屬;又言山出車,澤出舟,男女異路,市無二價,耕者讓畔,行者讓路,頒白不提挈,關梁不閉,道無虜掠,風不鳴條,雨不破塊,五日一風,十日一雨;其盛茂者,致黃龍、騏驎、鳳皇。

夫儒者之言,有溢美過實。瑞應之物,或有或無。夫言鳳皇、騏驎之屬,大瑞較然,不得增飾;其小瑞徵應,恐多非是。夫風氣雨露,本當和適,言其鳳翔甘露,風不鳴條,雨不破塊,可也;言其五日一風,十日一雨,襃之也。風雨雖適,不能五日十日正如其數。言男女不相干,市價不相欺,可也;言其異路,無二價,襃之也。太平之時,豈更為男女各作道哉?不更作道,一路而行,安得異乎?太平之時,無商人則可,如有,必求便利以為業,買物安肯不求賤?賣貨安肯不求貴?有求貴賤之心,必有二價之語。此皆有其事,而襃增過其實也。

내 이 자리에서 저것을 다 번역하지는 않겠지만,
그 취의를 짚어보자면 이러하다.

유자(儒者)들이 그럴 듯하니 말을 꾸며 과장하기 때문에 실을 놓치기 십상이다.
태평성대엔 수택(水澤)에서 신마(神馬)가 출현하고,
남녀가 좌우로 나눠 길을 다니고, 
시장에선 이를 다투지 않으며,
흘린 물건이 있어도 줍지를 않는다. ...
닷새에 한 번 바람이 불고,
열흘에 한 번 비가 나리니,
상서로움이 미쳐 황룡, 기린, 봉황 따위가 나타난다.

이 모두는 속유(俗儒)들의 허풍 과장이니,
꾸며대기 바빠 그 실제를 넘는다.

설혹 황룡이나 기린 따위가 있든 없든 간에,
너무 지나친 비유인지라, 
불필요한 과대포장이다.

조그마한 상서로운 징조일지라도,
아마 저것은 대체로 사실이 아닐 것이다.
 
황룡이니 기린이니 주어 섬기며,
있지도 않은 가상의 신수(神獸)를 끌어들여 잔뜩 제 말을 신령스러운 양 꾸미고,

오풍십우 역시 번드르하니 제 말을 꾸미기 위해 동원된 말이 아닌가 말이다.

천도(天道)는 실제 험하고, 그 끝을 아지 못할새라, 가뭇없이 어둡다.
실로 자연은 이로써 대륜(大輪)을 돌려 만물을 화육(化育)시킨다.

하지만 인도(人道)는 인(仁)으로써 벼리를 삼고,
의(義)로써 칼을 삼아 삿됨을 깨뜨리고 밝음을 드러낸다.

오풍십우는커녕,
七年大水 
五年大旱일지라도,
사람은 여전히 제 역사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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