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한비자치천하(半部韓非子治天下)
소요유 : 2013. 7. 15. 10:50
“半部論語治天下”
이 말은 송나라 조보(趙普)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상이었던 조보가 정사를 돌보는데 그는 매양 처결을 바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어떤 책을 보고는 그 다음날은 해결을 하고는 했다.
오래도록 집안 식구들을 이를 기이하게 여겼는데,
어느 날 몰래 궤짝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엔 논어 반쪽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이후 말하길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은 이리 말했다.
趙普半部論語治天下
이를 분명 의식하였을 터인데,
청말 장태염(章太炎)은 이리 말했다.
半部韓非子治天下
한비자 반 만 읽어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어느 철학이든 사상이든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만고에 한비자의 이름이 홀로 우뚝 서 있지만,
법가(法家) 역시 앞선 여러 사상의 훈증을 받았다.
상앙(商鞅)의 법(法)과 신불해(申不害)의 술(術), 그리고 신도(愼到)의 세(勢)를
아울러 한비자가 집대성하였다.
장태염의 半部韓非子治天下란 말은,
신불해와 한비자 이 양자를 합하여 하나로 하여,
망한 나라를 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그런데, 재미가 붙은 것일까?
사람들은 이제,
半部韓非子治天下는 물론 半部老子治天下 따위의 제목을 붙여가며 책들을 내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半部論語治天下
이 때 느끼던 신선하고 좀 경건해지던 마음이 흩뜨려지고 만다.
하지만,
논어, 한비자, 노자는 그야말로 반 만 제대로 봐도 천하를 다스리지는 못할지언정,
가히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읽어낼 수는 있으리라.
그렇다면 만약,
한비자와 노자 둘, 거기다 보태 논어까지 다 읽고 통달했다면,
천하가 아니라 온 우주를 다스릴 수 있을까나?
저 서책들을 모두 거둬,
山洞裏에다 숨겨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중이 떠중이 모두 나서 천하, 우주를 구하겠다고 나서면 이야말로 난(亂)이 일어나고 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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