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소요유 : 2014. 7. 19. 09:52


며칠 전 일이다.

어둑새벽부터 새소리가 요란하다.
나가보니 새 한 마리가 하우스 안 천정에 갇혀 연신 울고 있다.
문을 활짝 열고는 자세를 낮춰 날아가라 일러주었건만,
녀석은 갈 바를 모르고 슬피 울고만 있다.

난 하릴없이 내버려두고 밭으로 나갔다.
한참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하우스 안엔 새들이 가득 들어와 있다.
이들 일족(一族)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아우성 치는데 실로 가관이다.
하지만 여전히 갇힌 녀석은 도와달라고 구슬피 울 뿐,
친구들은 요란 법석만 떨지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할 때는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다.
자칫 도와주겠다고 설치다가는 놀라 날다가 무엇에 부딪히면 혹여 날갯죽지라도 상하리라.
그렇다.
시간의 신에게 일을 맡길 일이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변화가 생기며 통(通)하게 된다.
(※ 참고 글 : ☞ 궁즉통(窮則通)

아,
하지만,
저들의 아우성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친구 하나를 위해 모두가 몰려와 걱정하고 도와주려고 하고 있음이 아니더냐?
우리는 누구 하나를 위해 이리 목울대로 피를 끌어올리며 절규한 적이 있는가?

학교 다닐 때,
교련시간에 ‘좌우로 벌려’란 구령이 떨어지면,
친구들은 좁혀 모여 있다 좌르르 흩어지며 오와 열을 맞춘다.
하지만 이게 한 번에 맞춰지지 않는다.
출렁출렁 좌우로 오가며 좁혀졌다 넓혔다 하며,
몇 차례 수선을 떨어야 얼추 간격이 맞아 들어가며 오(伍)와 열(列)이 고르게 된다.
이 운동 역학 과정에서,
작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피드백(feedback)이다.
눈으로 현상을 수용하고,
뇌로는 그 편차를 수정하여,
신경을 통해 당해 교정 정보를 전하며,
근육은 그 편의량(偏倚量)만큼 보정 운동을 하게 된다.
(※ 참고 글 : ☞ feedback(피드백)

Trial and error
이 방식은,
하나도 체계적이지 않다.
시도와 오차 교정을 부단히 반복하여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고자 하는,
이런 단순한 방식은 이론(theory)이나 통찰(insight) 이전에,
거칠은 황야에 버려진 생명들이 본능적으로 터득한 기술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물리 조직은 이를 재빨리 처리할 능력이 없다.
새들은 사람보다는 월등히 낫다.
창공을 나르는 새들을 지켜보자면 저들은 참으로 용타 싶다.
3차원 공간에서 어찌 저리 질서 정연하게 서로 간 부딪치지 않고,
그물처럼 자리를 지키며 날아갈 수 있겠음인가 말이다.
저들의 피드백 시스템은 거의 완벽하다.
이 완벽함은 아름다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며 감동시킨다.
(※ 참고 글 : ☞ 새떼, 행위 연출 - murmuration)  오래 전에 잊어버렸던,

아니 몸 안 어딘가 돌틈에 아직도 남아 숨겨져 있던,
그리움,
애틋함,
가여움,
아지 못하는 그 어떤 서글픔이,
가슴 속에 개울되어 졸졸 흐른다. 

(버섯 모양의 찌르레기 떼. 출처 : http://ziranzhi.com/4663.html)

최근에 나는 을밀 조류 퇴치기 가동을 중지 하였다.
이젠 새를 쫓을 일이 아니다.
외려 밭에 저들을 초대하여야 한다.
온전히 저들에게 밭을 돌려 줄 때인 것이다.
저들은 이 대지를 아름답게 장엄(莊嚴)하며,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

동료 하나가 갇혀 있음에,
새들은 저리 애끓이며 모두들 모여 구슬피 운다.

항차 이러함인데,
몇몇 의기로운 분들의 관심을 제외하고는 거의 세상에서 홀로 고립된 채.
세월호 유가족의 절규는 이제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그 절규에 아직도 온전히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형편인데,
일각에선 ‘이제 그만하라’는 세력도 등장하고 있다.
저들은 듣기 좋은 노래도 세 번이면 지겨운데,
석 달을 끌고 있다고 탓을 하고 있다.
이들 때문에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새도 동료를 구하려 위험을 무릅쓰고,
하우스 안에 들어와 걱정을 한결같이 하는데,
사람의 마음보란 이리도 각박하기도 하고, 저리 험하기도 하구나.

顧小利則大利之殘也。
작은 이익을 돌보다간 더 큰 이익을 해치게 된다.

남의 일인 듯 치부하며,
저리 패륜적인 말을 쏟아내지만,
정작 자기가 저 일의 당사자라도 저리 말 할 터인가?
그 때에 이르면 천지 간 홀로 되어 피를 토하리라.

蕞殘滿車,不成爲道。玉屑滿篋,不成爲寶。

풀 부스러기가 한 차 가득일지라도 도를 이를 수 없으며,
옥 부스러기가 한 광주리 가득일지라도 보물을 이룰 수 없다.

제 한 줌 사리사욕을 아무리 채운들,
공의(公義)를 저버리고 어찌 편안하니 낙락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새들을 해조(害鳥)니 괴조(怪鳥) 하며,
쫓고 죽이기까지 하지만,
인간인 그대,
저 새들의 동무를 향한 측은지심을,
과연, 그대 당신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마주 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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