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역전 공식

소요유 : 2016. 4. 19. 12:09


오늘 기사 하나를 대하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도 "박 대통령께서 특별하게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하는 속에 모든 게 다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꼭 국민 앞에 저잣거리에 나와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그러면 그 사람들께서 말하는 사과이고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강변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31224)


이 말의 화법은 내가 겪은 것 하고 하나도 다르지 않다.


내가 몇 년 전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 마을 아래로 내려오던 때였다.

뒤에서 벌건 진돗개 하나가 공격해왔다.

무엇인가 뒤에서 살기가 느껴지기에 급히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덩치가 우리 강아지를 덮치고 있는 중이었다.


순간 나는 목줄을 한 강아지를 하늘로 높이 치켜들었다.

간발의 차로 화를 면하였고,

나는 곧바로 기합을 넣으며 앞차기를 날렸다.


진돗개가 강아지를 물면 단번에 절명(絶命)한다.

실제 저 진돗개는 사납기로 호가 나서, 동네 강아지를 이미 물어 죽인 전력이 있다.

그러함인데 단속을 하지 못하고 풀어놓았으니,

이는 명백히 주인의 책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집 주인에게 항의를 하러 찾아갔는데,

아들 녀석이 나를 맞았다.

자초지종을 밝힐 것도 없이,

녀석은 현장 바로 옆 자기 집 안 높은 곳에서 이미 보고 있었다.

잘못을 책하자 새파란 녀석은 머리 하나 까딱이지 않고 버팅긴다.

현장을 목격을 하고 지나던 아주머니 하나는 혀를 끌끌 찬다.

내가 녀석의 태도를 나무라자,

그 녀석이 하는 말이 이러했다.


“... 그럼 내가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합니까?”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자는 언제나,

이 화법의 구조 형식을 빌려 자신의 과오를 숨기며, 외려 상대를 책(責)한다.


무릎을 꿇라고 청한 적도 없건만,

이리 요구한다고 꾸미는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있는 자리가 전도(轉倒)된다.

상황 공간이 이리 왜곡될 때,

무릎을 꿇라는 사람이 외려 몹쓸 사람이 되고 만다.

이 때 가해자는 억울한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부당한 가해자로 전락된다.

과히 환상적인 역전 공식이다.

이 때 과제(課題)는 무화(無化)되고 만다.

하지만 피해자의 가슴엔 제 이차의 멍울이 하나 더 생긴다.


그런데, 기실 그 앞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그 때엔 산기슭에서 일어났는데,

역시나 목줄을 위로 끌어올려 화를 면한 적이 있다.

당시 녀석의 아비 되는 이는 내게 이리 말하였었다.


“그것을 왜 내게 말하느냐?

잘못을 저지른 것은 개이니 개한테 물어라.”


이 아비 되는 이는 아들보다도 지능이 한참 떨어지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아들 녀석의 화법은 천하의 모든 철면피 책임회피자가 걷는,

그 경로를 용케도 찾아가고 있다.

아들 녀석은 아비보다 훨씬 머리가 좋구나.

하지만 미련한 아비보다는 좀 야비하구나.


개한테 제 책임을 미루는 이를 두고 어찌 미련하고 멍청한 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억지를 부릴지언정 제 책임을 모른 척하는 이를 두고 야비하다 이르지 않을 수 있겠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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