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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下垂)의 법칙 ⅰ

농사 : 2016. 7. 6. 14:27


하수(下垂)의 법칙 ⅰ

질량을 가진 물체 간엔 서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이를 뉴턴은 소위 만유인력(萬有引力, universal force)이라 하였다.
이것을 중력이라고도 하는데 실은 질량을 가지지 않아도 중력은 미친다.
예컨대 빛은 질량이 0이지만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뉴턴의 고전역학도 중력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어쨌건 나는 블루베리 과원에 들어가,
서로 끌어들이는 힘(引力)을 의식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척력(斥力) 즉 서로 미는 힘이 아니고 끌어당기는 힘,
그 묘한 힘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음양의 세계에선 인력이 있으면 척력도 있어야 할 터인데,
중력은 애오라지 인력만 작용한다.
이것은 특이한 경우라 하겠다.
이런 세계는 나의 표현이지만 되바라지다, 되퉁그러지다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내가 기회가 있을 때 별도의 소론을 펼 수 있을 것이다.

블루베리가 비대해감에 따라 착색된 색이 차차 변해간다.
최종적으로는 블루베리 열매는 midnight blue내지는 black으로 색이 변한다.
하지만 위에 과분(果粉)이 덮여 있기 때문에,
과분의 색인 white-gray 또는 silvery-white로 screen 되기 때문에,
blue 내지는 violet으로 보이게 된다.
이 색에 대하여는 내가 전에 글 하나를 적은 적이 있다.
(※ 참고 글 : ☞ 2014/09/25 - [소요유] - 블루베리, 그 보랏빛 유혹)

블루베리 열매가 최대로 비대해지면 무거워진다.
블루베리는 같은 나무 내에서도 익는 시기가 다르다.
따라서 같이 인접한 열매끼리 크기도 다르고, 색도 다르고, 무게도 다르다.
이게 열매꼭지에 매달려 있게 되는데,
그 낱알이 처한 위치 구조 역학적 조건에 따라 모습이 구속된다.
하지만 인접한 것에 비해 먼저 익어가 무게가 늘어나면,
조금씩 원래의 구속 위치를 벗어나 아래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조금이라도 더 아래로 아래로 처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중력 때문이다.

블루베리 열매를 딸 때 바로 이 이치를 알면 조금 더 일을 잘할 수 있다.
잎에 가려 있다든가, 가지 속 깊숙이 있어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경우,
블루베리 송이 중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이 제일 잘 익었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아래쪽이 있는 것일수록 맛도 좋다.
또한 열매가 비대해질수록 가지는 더욱 아래로 처진다.
나는 이를 ‘하수(下垂)의 법칙’이라 명명하였다.

남들은 가지가 처지면 지지대를 설치하여 붙들어 매준다고 법석을 떤다.
하지만 나무 하나 둘도 아니고,
수 백, 수 천 그루에 이 짓을 하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나는 아래로 처지면 그냥 놔둔다.
그러고서야 맛이 제대로 든다.
사람들은 참으로 우습다.
리콤의 법칙 운운하며 가지를 옆으로 누이면 열매가 잘 달린다고,
가지를 부러 잡아 찢어 아래로 끌어당겨 줄로 묶는다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밑으로 처진다고 지지대로 받친다고 또 법석을 떤다.
게다가 이도 부족하여 열매를 더 많이 달겠다고 비료를 치고,
이도 모자라면 비싼 영양제니 어쩌니 하며 또 극성을 떤다.

내가 처음에 블루베리를 심을 때,
경험이 많다는 이에게 맡긴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자가 블루베리 가지를 손으로 잡아 아래로 누르며,
부러져도 괜찮으니 이렇게 하면 좋다고 이른 적이 있다.
이 자가 순전 엉터리임이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의심을 품고 행장을 꾸려 직접 공부에 나서자,
세상엔 정말 믿지 못할 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수의 법칙에 따라 열매가 차차 익으면 아래로 가지가 처지는 것은,
실로 자연스러운, 그래 그것은 바로 자연의 법칙이다.
또한 처음에 자랄 때는 하늘로 하늘로 치솟는 것,
이것 역시 자연의 법칙이다.
(이것을 농학자들은 정부우세성이라 부른다.)
하늘로 치솟으려 함은 천기(天氣)를 받고자 함이니,
이로써 열매는 하늘의 은택을 받아 충실해진다.
충실해지면 이 때래서야 자연 아래로 처지게 된다.
아래로 처진 상태에서 이제 비로소 자애로운 지기(地氣)를 받아,
달고, 맛있게 익어간다.
그러함인데, 이것을 요즘 하는 식으로 애초부터 가지를 줄로 묶어 아래로 끌어내리면,
천기를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天氣先盛牡而後施精,故其精固;地氣盛牝而後化,故其化良。
(春秋繁露)

“하늘의 기운은 먼저 수컷을 흥성하게 하며, 후에 정기를 베푼다.
그런즉 정기가 굳굳하다.
땅의 기운은 먼저 암컷을 흥성케 하며 후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즉 변화가 훌륭하게 된다.”

천기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가지를 아래로 찢어 내리는 짓은,
바로 욕심의 발로이다.
이로써 열매가 달린다한들 이것은 다 헛열매, 가짜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기만 하여도 다행인데,
비료, 영양제를 처넣어 더욱 소출을 많이 얻고자 한다.
그러니까 천기를 차단하고 지기만 받게 하려 함인데,
기실 저것은 지기라 이를 수도 없다.
인공의 습기(濕氣)만 풀무질로 가득 불어넣어,
종국엔 비만(肥滿) 즉 비독(肥毒)으로 가득하니 부풀려진 상태가 된다.
거죽으로 보기에 크지만 결코 건강체라 할 수 없고,
사람 몸에도 좋지 않다.

왜 그런가?

열매란 기실 유기산, 포도당, 녹말 등 모두 하늘 기운이 영글은 것이다.
이는 거의 대부분이 'C(탄소), N(질소)' 중 C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료는 N이 중심 요소인즉, 열매의 성분과는 별반 관련이 없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탄소동화작용은 햇빛 즉 천기와,
물, 이산화탄소가 관여하여 일어나며,
이로써 열매가 만들어지는데,
거기 이산화탄소를 보면 C가 산소와 결합한 것을 알 수 있다.

6CO2 + 12H2O + 빛 에너지 → C6H12O6 + 6H2O + 6O2

여기 N(비료) 성분이 있는가?
따지고 보면 열매란 단연(斷然)코 sun power의 소산이다.

어찌 천기를 소홀히 할 수 있음인가?
그래 가지를 찢어 발겨 아래로 줄로 묶어서야,
식물이 제대로 천기를 받을 수 있겠음인가?

사람들은 이 이치를 모르고,
그저 리콤의 법칙을 앞장 세워 무작정 나무 가지를 아래로 처지게 만든다.
이는 본말이 뒤집힌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열매가 달리면 자연 아래로 처지게 됨이니,
조급히 안달을 칠 일이 아니다.
천기를 받을 기회가 없으면,
결코 열매가 맛있게 되지 않는다.
다 때를 기다릴 일이다.

저 짓을 하고서도 물론 거죽으로 열매가 크게 달릴 수는 있다.
하지만 내 눈엔 저게 다 가짜로 보인다.
그로써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농부란 하늘을 귀히 모시고 사는 바라,
하늘의 이치를 저버릴 수는 없는 게라.

則天地奉養,而生物豐美矣。

“즉 천지를 잘 받들면, 생물이 풍성하게 자란다.”

하지만,

使末逆本,使人詭天氣

“말단으로 근본을 거스르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천기를 속이게 한다.”

이렇게 되면,

則災害生,怪異起,群生皆傷,而年穀不熟

“즉 재해가 생기고, 괴이쩍은 일이 일어나고, 생령이 모두 다치며, 곡식이 익질 않는다.”

옛 사람은 이리 가르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과수원마다 모두 가지를 찢어 줄에 묶지 않는 이가 거의 없다.

그리 잘난 당신들 말야.
이것을 두고 아무렇지도 않은가?
얼마나 끔찍한 짓인가?
살아 있는 생명에게 이 짓을 하고서도 마음 편히 잠이 오는가?
이러고도 맛있다고 그 과일을 먹는가?

하수의 법칙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니까 그 단순한 원리, 즉 열매가 제 때가 되면 무거워져 밑으로 내려온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을 알면 그저 때를 기다리면 일은 다 절로 잘 된다.

나는 과원에 들어가 가지가 절로 밑으로 처지면,
때가 이르른 것을 알 뿐이지,
뭐 별도로 애를 쓸 일이 없다. 
이 때 알맞게 익은 열매를 따면 될 일이다.

다음 편에선 식물 호르몬을 중심으로 과연 하수의 법칙이 옳은지 점검해보련다.
기실 이런 짓을 할 것도 없이 을밀농철로는 절로 알게 되는 노릇이지만,
과연 과학자들은 어찌 저 이치를 밝혔는지 재미 삼아 추적을 해보려는 것이다.

어째서 밑으로 절로 처진 열매가 달고 맛있는지,
식물 호르몬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것인데,
이로써, 내 이야기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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