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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비난하는 것은 매력 없는 일인가?

소요유 : 2016. 9. 2. 17:42


내가 오래 전 겪은 일이다.

나는 당시 우리 동네 앞 뒷산을 드나들며 여러 동물들과 인연을 지었다.

대개는 버려진 강아지들이었으되, 

이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여러 가지 미처 알지 못하던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이들과 얽힌 사연은 나의 블로그(bongta.tistory.com) 묵은 글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당시 나는 ‘아름 품’이라는 단체를 우연히 알게 되어,

비회원에 불과한 지위로 고맙게도 자리를 잠시 빌었던 적이 있다.

이 단체는 지금 발전적으로 바뀌어 KARA(https://ekara.org/)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언제나 미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며,

고맙고, 송구스럽게 느껴지는 저들이다.


그 때 배운 것이로되,

서양엔 ‘act’란 말이 타이틀에 포함된 단체가 적지 않고,

이들은 대부분 어그러진 현실 극복, 전도에 적극적이었다.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제일선(第一線)에 나선 단체의 출현을 고대하였다.

내심으론 뜻을 벼려, 동지를 모아,

언제고 이런 단체를 만들고자 하였음인데, 

내 형편으론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김어준이 진행하는 동영상에 ‘act’가 들어간 동물 단체가 소개되었다.

아,

드디어 ‘act’ 

그래 그 구체적 실천 현실 속에서,

뜻과 의지를 바로 행동으로 펴는 분들이 나타나셨구나 하여,

나는 그 이름만이라도 환희작약 놀라 뛰어 올랐다.


여기 출현한 단체 대표의 말씀이 영상 가운데를 흐른다.

인물도 출중하고, 말씀도 단아하니 미덥다.

나는 그저 고맙고 송구스럽다.

그런데 그 분 말씀이 이러한데 이르렀다.



“저는 사람 비난하는 것을 별로 매력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1:00:40, https://youtu.be/QksuZ4FhNgQ?t=1h40s)


유기견을 버리는데 대한,

거기 전채은 대표의 말씀은 신선하다.


하여 나는 짐짓 그 분의 낯빛을 멈춰서서 다시금 살펴보았다.

은은한 가운데 매력적이시다.

나는 여인네가 아무리 예뻐도 은은하다는 헌사를 바치지 않는다.

은은(隱隱)하다는 말은 내가 헤피 쓰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이 땅의 그 척박한 현실에서,

동물 관련 단체를 만들어 꾸려 가는 일도 녹록치 않은데,

이리 심상치 않은 말씀을 내놓는 분을 두고,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쏜가?


한 사람이 있어,

다른 이를 비난하는 것을 그 어떤 이가 기쁜 마음으로 접하랴?

그러함인데,

이 분은 남을 비난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이르신다.


내가 애초 접한 act란 말을 이름에 넣은 단체는 하나 같이,

실천 현실에 임하여 적극적이었다.

가령 야밤에 양계장을 습격하여,

질곡에 빠진 저들을 풀어놓는다든가,

패악질을 일삼는 목장주, 애견번식장 주인들을,

무력으로 응징하였다.


“저는 사람 비난하는 것을 별로 매력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말씀은 그저 마냥 아름답다.


act for animals


하지만 이런 타이틀, 제하(題下)의 언명은,

내가 은연중 생각하였던 이미지와는 괴리가 있다,

나는 그래 이 분 말씀 앞에 서서,

한동안 머무르며 여러 생각을 하며, 점검하였다.


내 결론은,

저 분의 말씀은 틀림없이 아름답지만,

그렇다 하여,

잘못 된 이를 비난하는 것이 매력적이 아니라 느껴지든 아니든,

그와 무관하게 가치가 없는 일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결코 마음 편한 노릇은 아닐지라도,

비난할 대상이라면 비난하는 것이 마땅한 노릇이지,

매력적이지 않다하여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가령 일제(日帝)의 일인(日人)이라든가, 

조선 친일 도당들을 비난하고, 응징하는 것이 어찌 매력적인 일이 아니리랴?

조정래의 소설을 보면,

이런 친일 분자의 목을 발로 눌러 그저 죽여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실로 끔찍하지만,

이 사람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악독한 괴물을 죽인 것임이라,

드러난 일로 미뤄 사물을 간단히 재단할 것이 아니라,

그 뜻과 의기를 함께 살펴야 할 노릇이다.


기실 이런 일은 매력적이란 말로 가늠할 일이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할 도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니까,

잘못 된 이를 비난하는 것은,

결코 매력적이다 아니다란 잣대로 나눌 일이기 전에,

바르냐, 아니냐 하는 차원의 문제일 뿐이다.

잘못 된 일이면 나무라고,

그른 된 사람이라면 비난을 하여야 한다.

이게 매력적이다 아니다란 척도로 유보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척박한 땅에 나타난 ‘act’란 깃발 하나.

나는 그 펄럭이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

내 꾀쩨쩨한 손수건이라 보태 흔든다.


하지만,

‘act’

이 말씀에 실답게,

살아있는 동물을 학대하는 이들에게 철퇴를 안기고,

축산업을 핑계로 저들을 마냥 현생 지옥 속에 신음케 하는 이들에게 화살을 날리는,

그 뜨거운, 구체적 실천 행동 단체의 또 다른 출현을 고대한다.


그래도, 

나는 'act for animals

이 단체를 뜨겁게 포옹하며 지지한다. 

이 척박한 동토, 

이 나라 현실에, 

이리 생심을 낼 수 있는 인사를 만나 너무 고맙다. 

가까이 뵈오면, 

양 손으로 악수를 청하며, 

그저 선구자의 의기심에 경배를 드리고 싶다. 

전대표 님, 

고맙습니다.


때에 이르면,

내 그들에게 힘을 보탤 터고,

아니면 내가 대신 나설 것이다.


그날,

그 매력적인 날을 향해,

세상은 나아가리.


이 글은 다음 글과 함께 아울러야 그 취의가 더 확실히 살아난다.

☞ 2015/09/29 - [소요유] - 부정과 긍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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