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현대 건축법식 유감

소요유 : 2017. 9. 14. 17:07


농장이 있는 시골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물 해체 작업을 며칠 관찰하고 있다.


창고級 단층 건물 대여섯을 허물고 있다.

건물 하나를 제외하고는 외벽은 패널로 되어 있고, 지붕은 함석으로 되어 있다.

지금 이것을 다 부셨는데 잔해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공터에 부려져 있다.

건물 면적의 근 열 배는 됨직한 땅에 무더기로 쌓여있는데도,

빈 공간이 없을 정도다.


샌드위치 패널은 굴삭기로 짓이겨져, 

거죽 철판은 종이처럼 구겨져 있고,

안에 들었던 스티로폼은 다 부스러져 땅 위를 이리저리 구른다.

지붕 구조물이었던 C형강 트러스트도 무자비하게 카타필러로 밟아 찌그러져 있다.


건물 하나는 연와(煉瓦) 조적식으로 되어 있던 것인데,

벽체를 허문 잔해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바닥 콘크리트는 진동 브레이커로 연일 깨부수는데,

그 양 역시 무지막지하게 나온다.


철제는 다시 재활용을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크리트 파쇄 잔해물과 스티로폼 따위는,

어딘가 쓰레기 하치장으로 옮겨져,

오래도록 지구를 더럽힐 것이다.


게다가 마당은 아무리 쓰레기를 치운다한들,

이미 오염물질로 초토화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변해버렸다.

생각만 하여도 끔찍하다.


만약 굴삭기가 없었다면,

사람 힘으로 이만한 일을 하려면,

일일 십 수 명이 들러붙어도,

일 년도 부족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런 엉터리 자재들이 건축에 쓰이는 것은,

자재의 특성 외에도 굴삭기와 같은 인력을 대체할 

건축 장비들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더욱 쓰임이 촉발되었으리라.


아무리 생각하여도 현대 건축법은 무식하다.

예(禮)를 모른다.

인간은 물론 자연을 대하는 예법을 도무지 모르고 있다


요즘 인근 한탄강 변에 주택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대개 패널을 쓰거나 OSB(oriented strand board)를 쓴다.


패널 샌드위치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고,

OSB는 나무 조각(strand)을 접착제로 압착하여 성형한 것으로,

베니어판과 비슷하다.

베니어판은 strand 대신,

얇은 나무 판 베니어(veneer)를 접착제로 압착하여 만드는 것으로,

나는 이 둘을 모두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접착제로 압착하여 성형하기 때문에,

사용 후 철거할 때, 도리 없이 자연을 훼손하게 된다.

이것 야외에 방치되면 접착제 성분이 유출되어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게 된다.

곧잘들 태우기도 하는데,

이것 태우면 다이옥신이 어마어마하게 나와 공기를 오염시킨다.


MDF(Medium-density fibreboard)는 주로 가구용으로 쓰이지만,

이것 역시 접착제를 쓰는데, 베니어판보다 입자가 더 고은 나무 부스러기로 성형한다.

파티클 보드라는 것도 이와 매한가지인데 MDF보다는 나무 입자가 거칠다.


하여간 이들 성형에 쓰이는 접착제로 인해,

포름알데히드가 다량으로 뿜어져 나온다.

고급품은 덜 나오기는 하지만,

본원적으로 이들은 거죽 보기와는 다르게 흉한 물건들이다.


패널 안에 든 스티로폼도 절단 가공시 가루가 많이 공중에 비산되고,

철거 시에도 대책 없이 현장에서 바람에 날아다녀 토양을 더럽힌다. 


그 뿐인가?

기초를 닦을 때는 터파기를 하고,

모두들 하나 같이 콘크리트를 한정 없이 쏟아 붓는다.

저 정결한 토양을 무참하게 능욕하는,

불한당 현대 건축법을 나는 염오(厭惡)한다.


여기 농장을 개설할 때,

처음에 뭣 모르고 패널 이용하여 농막을 지었는데,

작업자는 콘크리트로 타설하여 기초 터를 마려하여야 한다고 내게 이른다.

나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였다.

그랬더니 인부가 제안하길 그러면,

철제 앵글로 땅에 결구(結構) 프레임을 만들자고 하였다.

이를 따랐는데 지금 생각하여도 아주 썩 잘한 결정이었다.


흔히들 농가에서 저온 창고를 지을 때,

하나 같이 땅에 콘크리트를 붓고, 기초를 마련한다.

내 권청하노니 이러지 말고,

나처럼 앵글로 프레임을 짜서 앉히길 바란다.

이게 경제일뿐더러 튼튼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으니 마땅히 이를 따를 일이다.


한편, 작업에 들어가자,

인부들이 되는대로 자를 때 스티로폼 잔해물이 한정 없이 나돌아 다녔다.

보기만 하여도 끔찍하였다.

놀라고 화도 나서,

진공청소기를 들고 쫓아다니며 쌀알 한 톨 만한 것도 다 찾아내어 수거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것은 일부 흙에 섞이고 말았을 것이다.

하여,

내 두 주먹을 쥐고서는, 

내 평생 다시는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패널 상대하지 않겠다 선언하였다.


처음부터 여기 농장엔 썩지 않는 인공 화합물을 가급적 들이지 않으려 하였다.

만약 내가 어느 날 예고 없이 무슨 일로 없어진다 한들,

그리고 수년이 흐르고, 백 년이 지나도,

내가 살고 간 자취는 소리도 없이 절로 흩어지고 말 것이다.

이에 땅은 하나도 더렵혀지지 않고, 원래대로 환원될 것이다.


다만 비닐하우스엔 비닐이 남아 있을 터인데,

이것만은 도리 없이 감수해야 한다.

하기에 내가 여기 농장을 떠날 때는,

반드시 비닐까지 회수하고서야 나서야 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라도,

유고(有故)로 인해 내가 불각시에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되길 기원한다.


하지만 산다는 것이 어찌 내 마음대로 되는가?

여기 농장 살림을 하면서,

처음에 잘 모르고 베니어판을 들인 적이 있는데,

이게 정말 엉터리 물건임을 알고나서부터는 틈만 나면 거둬 없애고 있다.

지금 남은 것은 생태 화장실 바닥 자리 일부를 막은 답판(踏板)외에는 없는 양 싶다.


아, 높은 곳 공사용으로 제작된 목마틀이 있구나.

이것을 당장 해체하는 일은 자원 낭비인즉,

마지막 없앨 때까지 잘 보관하여야겠다.


패널, 합판, 시멘트 따위의 건축 자재들은,

다 지어놓으면 거죽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지을 때, 사용할 때, 그리고 해체할 때, 전 과정을 거쳐,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오염물질이 쏟아져 나온다.

실로 끔찍하구나.


이들은 비교적 싸고, 공정이 편하여,

별 생각 없이 사용들을 하고 있으나,

지구환경을 너무나도 더럽힌다.


내가 만일 집을 새로 짓게 된다면,

가급적 흙, 돌, 나무, 쇠 등의 자연 자재로만 짓고 싶다.

큰 집도 욕심이 없고,

다만 마음을 편히 풀어놓고,

육신을 뉘일 조그마한 공간만이라도 족하다.


富潤屋,德潤身,心廣體胖,故君子必誠其意。

(大學)


“부는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자신)을 윤택하게 한다.

마음이 넓어지면 신체가 편안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하여야 한다.”


여기 등장하는 富와 德을 두고 생각하자면 참으로 야릇한 것이,

요즘엔 富는 다투어 말하지만 德에 대하여는 도무지 더 이상은 들어보질 못하겠다.

오죽하면 ‘부자되세요’란 말이 요즘엔 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덕이란 말은 내 어렸을 적만 하여도 자주 듣고 말하고 살았지만,

요즘엔 아예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나는 富는커녕 德도 없으니,

屋이나 身을 윤택하게 할 형편이 못된다.


하지만, 

이대로, 이 꼴인들, 

마음을 넓게, 몸을 바르게 하는데 무슨 장애가 있으랴?

그저 분수 지켜가며, 성의(誠意)를 다할 뿐인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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