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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고영(寒江孤影)

소요유 : 2017. 11. 30. 14:25


한강고영(寒江孤影)


내가 즐겨 찾는 블로그 둘.

모두 한거정려(閑居靜慮)에 든 이들이라,

홀로 세속에 물러나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묘하게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제까지의 생활을 마치겠다고 한다.


한 분은, 이제는 블로그 질을 하지 않겠다 한다.

그럴 때도 되었지 싶었다.

무엇 때문에 하루에 두서넛 씩 그리 글을 올리며,

자신이 하는 짓을 저리 까발리고 있는가?

의문을 가졌었다.


외로움이 깊다한들,

언제는 혼자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블로그 질을 하자,

이웃이 늘어나기 시작하며,

그는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자극이 있으면 반응이 일어나고,

반응이 있으면 자극은 깊어지는 법.


한 2 년여 되었을런가?

저이는 그리 외움을 잠시 잠깐 잊었을꺼다.

그러다 어느 날 서서히 드는 자괴감, 깨우침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寒江孤影

자신은 여전히,

차가운 강물에 드리운 외로운 그림자임을 알아차렸을 터이다.


그런데, 묘하다.

그가 스스로 블로그 질을 그만 두겠다 한 지,

단 이틀도 버티지 못하고 그 다음날 바로 블로그 포스팅을 하더니만,

근 열흘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과 다름없이 블로그 질을 하고 있다.

시치미 딱 떼고.


寒江孤影


사람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그림자 안의 실체를 벗어날 수 없음인가?


또 한 이는,

미주알 훑듯 제 사생활을 풀어내놓으며,

개발새발 하루에도 몇 개씩 글을 풀어놓는다.

그런데 이이가 이젠 농장을 접고 천하 방랑객이 되겠다 한다.


어제, 이리 선언하였으니,

이 분은 과연 앞으로 어찌 될런가?

내 아지 못할세라.


寒江孤影


차가운 강에 드리운 외로운 그림자.


여기 시골 농장은

겨울 밤 기운이 차다.


짝 잃은 외 기러기 날면,

하늘은 차가운 강처럼 외로우리니,

정녕 저 시린 겨울이란,

얼마나 슬프던가?


江湖故人


그 때에 이르면,

강호의 옛 인연들,

구름이 되어 홀로 떠나고 말리.




看樣子你們老相識嘛

爲何不見面

寒江孤影

江湖故人

相逢何必曾相識

(龍門飛甲, Flying Swords Of Dragon Gate)


"보아하니 예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 같은데

왜 계속 피하는 건가요?

차가운 강물에 드리운 외로운 그림자

강호의 오랜 친구이니

서로 만나는데 굳이 예전의 친분이 필요한가?"


(※ 참고

江湖를 혹간 속세를 여윈 곳으로 알고들 있다.

이는 전혀 그릇된 것이라.

정반대로 바로 賣藝、賣武를 하는 곳이다.

관부에 들지 못하고,

매양 제 갖은 갇은 재주를 펴던 저주 같은 세상을 말한다.

하여 무협지에 보면 강호란 말이 등장하니,

이는 바로 피 터지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일컫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때 공무원은 못난 이들이 적을 두는 곳이었는데,

이젠 몸둘 곳을 잃은 이들의 마지막 귀향처가 되고 말았음이니,

젊은이들이 고시원에 몰려 악다구리 이빨을 물고 공무원이 되길 꿈꾼다.

이젠, 강호에 남아, 賣藝、賣武하기에도 벅찬 세상이 되고 말았다.


무협지에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은,

관부를 겨냥하여,

창을 번개처럼 내리 꼰아들고, 칼을 뱀혀처럼 늘려 겨누며, 저항하였으나, 

이제는 모두 창칼을 거꾸로 들고 투항하기 바쁜 세상이 되었음이다.


어즈버,

寒江孤影

외로운 그림자는,

차가운 강물 위에서도,

찾아볼길 없어졌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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